동해안에 폭설이 온다더니 강원도와 경북 북부지역에 20여cm 적설량을 보였을 뿐, 남부 동해안지역인 포항이나 경주에는 2~3cm에 그쳤다. 그래도 며칠 전 아침에는 도로가 하얗게 눈에 덮여 출근을 걱정했었다.
필자가 자라던 서해안지역에서는 겨울에 눈이 많이 왔었다. 수 십cm 쌓인 눈길을 수km씩 걸어 어린 여동생 둘과 함께 초등학교를 등·하교 하곤 했다. 이 하얀 눈은 겨울 내내 쌓여 있다가 봄이 돼야 녹아내렸다.
여름철의 강우가 강과 바다로 그대로 흘러간다면, 겨울에 내린 눈은 천천히 녹아 지하수로 흡수되는 양이 많을 것이다. 사막인 몽골에서도 의외로 100여m 지하에 용수가 풍부한데, 이는 겨울에 높은 산에 내린 눈이 녹아 땅에 흡수된 것으로 보인다.
포항이나 경주에는 눈이 드물다. 겨울 강수량이 지극히 적은, 한반도에서도 좀 색다른 기후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연평균 강수량이 1천200mm 정도 되니 사막지대라고 할 수는 없는데, 대부분 여름에 폭우로 내려버리고 다른 계절은 산야도 메마르고 저수지도 바닥인 경우가 많다.
포항시는 용수확보에 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자체수원으로는 24% 정도를 확보할 뿐이어서, 나머지 76%는 수자원공사로부터 임하·영천·안계댐 계통 원수를 공급받고 있다. 지금도 포스코와 철강공단의 공업용수의 수요가 크지만, 포항의 인구가 늘어나고 산업이 더 발달하게 되면 용수 수요는 더욱 커질 것이다.
필자가 거주하던 미국의 로스엔젤레스는 지중해성 기후라고는 하지만 사막기후에 가깝다. 여름은 건기이고, 비는 겨울인 우기에 좀 내릴 뿐이다. 로스엔젤레스가 있는 남부 캘리포니아에만 150여개의 도시들이 몰려있고, 인구는 2천만명을 육박하는데, 용수공급에 문제가 없을 리 없다. 대부분의 용수를`콜로라도강`에서 수송해온다.
하지만 미국의 경기가 좋고, 또한 `지속가능한 개발`이라는 개념을 모르던 과거에는 모든 이들이 `물을 물 쓰듯 했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20여년전 부터 물 아껴쓰기가 시작됐다. 사회적인 캠페인을 통해 물절약 운동이 일고 있고, 가뭄과 산불에 잘 견디는 수종을 식재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이러한 운동의 배경에는 로스엔젤레스 지역의 물 부족현상과는 별도로, 세계적인 기후변화와 사막화의 영향이 컸을 것이다. 현재 아프리카와 아시아를 비롯한 많은 대륙에서 사막화가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다. 몽골은 물론이고 북중국을 거쳐 산둥반도 지역까지 사막화가 시작되고 있다. 우리 한국도 그 영향권을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2008년 앨빈 토플러 등 저명한 학자로 구성된 세계미래회의는 2025년이 되면 세계 인구의 3분의2는 물 부족을 겪게 되고, `물 전쟁`이 발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공업용수가 크게 요구되고 1인당 물소비량이 큰 우리 나라도 물 부족 국가의 범주를 벗어나기 힘들다.
용수확보를 위해서는 단기적으로는 물 절약, 하수재활용 등의 노력이 크게 필요하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산에 나무를 심고, 댐을 만들고,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노력하는 등 전 세계적인 노력이 경주돼야 할 것이다.
또한 필요한 것이 담수화 연구라고 본다. 생산비용이 커서 현재는 경제성이 낮다고 보지만, 지역적으로는 공장의 폐열 등을 이용해서 경제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하이텍 산업도시이자, R&D도시이며, 환경도시를 표방하는 포항의 경우에는 지속적인 담수화연구와 아울러 시범적인 담수화시설이 꼭 필요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