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을 가기 위해 김포공항에서 리무진 버스를 탔는데, 누군가 큰 소리로 전화를 받는다. “아 예 제가 일본 출장을 갑니다. 과메기를 보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포항에 출장 가셨던 모양이지요? 이번 연말 술을 끊으려 했더니 과메기 때문에 한잔 해야겠군요” 돌아보니 한 50여세 되어 보이는 멋진 신사 분으로 승객이 적으니 안심하고 큰소리로 전화를 받는 모양이다. 과메기하면 필자가 사는 포항의 명물이 아니던가. 좀 과하다 싶게 목소리가 컸지만 별 불만 없이 통화 내용을 엿듣고(?) 있었다.
필자도 10여년 전에 고교 동기들에게 과메기 두어 두름 부쳤던 생각이 난다. 그 당시는 지금처럼 잘 손질되어 나온 것이 적어서 해풍에 말린 것을 엮어진 채로 박스에 넣어 부쳤었다. 그 핑계로 친구들 여럿이 모였었는데, 들은 풍월대로 손질을 해서 미역, 파, 초고추장과 함께 안주삼아 잘 먹었다는 전갈을 받았다. 손질이 좀 복잡했었다는 말과 함께. 하지만 요즈음은 과메기가 잘 손질돼 비닐포장, 심지어는 진공포장까지 돼나오니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국내외 어디든지 배달할 수 있게 됐다.
필자가 20년전 로스앤젤레스 등 미국에 살 때 만 해도 포항에 대해서 들을 기회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요즈음은 국내외에서 포항에 대해서 알고 있거나 묻는 사람이 많아졌다. 필자가 포항에 사는 것을 알기에 그러겠지만 포항이 그동안 크게 발전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영어방송인 아리랑TV 등에서 포항을 포함한 경상북도 소개 프로그램을 자주 내보내는 영향도 클 것이라고 본다.
“아 제가 그 옛날 구룡포에서 고래잡이였지요” “아 포항은 제가 1970년대 해병훈련을 받은 곳이지요.” “저는 해병장교생활을 했는데 포항의 술집에서 밤새 술도 마시고 싸움도 많이 했지요” 그 이외에도 `박태준의 우향우 정신`, `포스텍의 김호길 총장` 등 자세한 이야기들을 이곳에 다 담을 수 없으나 1970~80년대의 이야기만 해도 매우 흥미진진한 것들이 많다.
요근래 주제들은 `포스코`, 포스텍, 그리고 한동대 등의 현황에 관한 이야기나 질문들이 많다. 또 과메기, 물회, 그리고 대게 등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구체적으로 죽도시장의 모 횟집, 동빈로 모 물횟집, 구룡포 모 전복물횟집 등을 이야기하는 분들도 있다. 이외에도 여름의 불빛축제, 겨울의 해맞이축제 등이 포항을 기억나게 해준다. 이러한 요소들이 없다면 우리나라만이 아닌 세계에 사는 국내외인들로서 포항을 기억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필자는 포항이 좀 더 적극적으로 포항을 국내외에 알릴 수 있는 소재를 개발하고, 좀 더 전략적으로 소개했으면 한다. 우선 포스코, 포스텍, 포항테크노파크, 한동대 및 국제법률대학원 등이 각자의 분야에서 좀 더 활발히 발전하고 업적을 높이게 되면 포항도 동반상승할 것은 당연하다. 포항은 여전히 한국 제일의 `산업도시`이고, `싸이언스파크`이어야 하고, `글로벌도시`로 알려지는 게 중요하다. 포항의 과메기, 물회, 대게도 그 요리 및 시식방법이 더욱 개발되고 알려져야겠지만, 좀 더 많은 향토음식들이나 상품들이 개발되고 히트될 수 있으면 좋겠다. 신포항역과 그 주변도 다른 역들과 차별화된 기능과 모습으로 알려질 수 있으면 좋겠고, 영일만항 및 배후단지도 무언가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으면 좋겠다.
2012년을 보내고 2013년을 맞이하면서 우리나라와 포항의 경제산업이 좀 더 활성화되기를 기원하면서, 포항을 기억나게 할, 그리고 브랜드화할 주제들을 잠시 생각해 보았다. 이 주제들을 개발하고 실현해 내기 위해서는 재정이 부족하다 하더라도 혁신적인 전략의 수립과 시민들의 지역사랑과 정성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