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많은 나라들이 경제산업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고, 또한 좌절을 맛보고 있다. 비교적 잘 알려진 유럽의 역사를 보더라도 많은 나라들의 부침이 있었다. 영국이나 미국이 처음부터 강한 나라는 아니었다.
첨단산업이 발달했던 나라는 이탈리아, 네덜란드, 프랑스, 스웨덴 등이었고, 그중에서도 가장 질 좋은 총포를 생산했던 나라는 이탈리아였다. 독일은 나라가 통일되지 못해 발전이 더뎠고, 러시아도 13~4세기 몽골세력의 지배이후 과학발전이 늦었다.
이탈리아는 청동제 대형 대포를 만들었는데, 이는 매우 비싸서 해양국가로 부상하려는 영국의 선박들은 이를 제대로 살수가 없어 철을 이용한 대포제작을 국가적인 지원 아래 수없이 시도해 완성하게 된 것이다. 그리하여 영국함대가 스페인의 무적함대를 무찌르는 상황으로 발전하게 된 것이다.
프랑스에는 많은 고도의 기술력을 가진 하이테크 그룹들이 있었는데, 신교도인 이들에 대한 탄압이 심해지자 이들은 다른 나라로 탈출을 시작했다. 이때 영국은 이들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게 돼 결국 이들을 중심으로 산업혁명과 번영의 기초를 이루었다고 한다.
독일은 뒤늦게 통일을 이루어 다른 나라들에 비해 해상세력도, 국제적인 힘도 허약했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과학 및 제조업을 발전시키고 전쟁을 일으키기도 했는데, 결과적으로는 과욕으로 망하게 됐다. 이때 많은 과학기술자들이 미국으로 건너가게 되고, 미국의 번영을 이루게 됐던 것이다.
필자가 오늘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우리나라의 과학정책, 이공계보다는 문과계열 졸업생들을 선호하는 사회 분위기, 그리고 학생들의 이공계 기피현상에 대해서 한마디 하고 싶어서이다. 이공계 기피현상은 신문지상을 통해서도 엿볼 수 있지만, 필자의 경우는 한 대학의 교수로서 입시면접을 하고, 학생들을 가르치고, 그리고 전공선택 상담을 통해 좀 더 생생히 느낄 수 있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문과를 선택하고, 이과생들마저 대학입학 후에는 좀 덜 어려워 보이는 문과계통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학문에 어려움이 다 있는 것이지 그 경중을 따지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거나 `이공계열이 어려운 것은 알겠는데, 졸업 후 비전이 없는데, 왜 그것을 전공해야 하는가?`하는 등의 비판적인 의견도 있을 것으로 안다. 필자도 학문의 경중이나 어렵고 쉬움을 따지자는 것이 아니다. 현재의 이공계기피현상이 바로 잡혀야 될 것이고, 또한 이공계의 중요성이 사회적으로 강조되지 않는 한 한국사회가 국제적인 경쟁력을 유지하기가 힘들 것이라는 생각에 이와 같은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유럽의 역사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산업기술은 국가번영의 중요한 요소다. 다양한 직업이 판치는 미국의 경우를 보더라도 GDP중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세계에서 가장 높고, 또한 경쟁력이 높다. 이공계는 일부 우수한 학생들이 가기도 하지만, 문과계열에 비해서 졸업생 평균연봉이 매우 높은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그만큼 사회가 필요로 하고, 대접을 해준다는 소리이다.
또 하나의 국가는 중국이다. 중국의 제조업은 현재 미국 다음의 수준으로 자라있고, 가격 경쟁력까지 커서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고 있다. 등소평 이후 많은 우수한 이공계 젊은이들이 미국에 가서 교육을 받았고, 이들이 기술관료로 등용되어 주요 요직을 담당하면서 기술친화적인 사회, 기술경쟁력 있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너무 일찍 샴페인을 터트린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있는 우리 한국사회도 좀 더 과학기술인을 우대하는 국가가 되고, 세계경쟁우위의 기술력을 갖춘 산업국가로서 발전해 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