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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배추가 영일만항으로 오지 못하는 이유

등록일 2012-12-13 00:01 게재일 2012-12-13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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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자문 한동대 교수

이번 주는 포항의 기온도 영하로 내려가 아침 8시경 도시외곽을 운전해 가자니 바깥온도가 영하 4도를 가리키고 있다. 얼마 전 몽골에서 영하 25도의 추위를 견디고 있었는데, 귀국하니 다시 한국의 온화한 추위와 싸우고 있다.

이미 수차례 언급했듯이 몽골은 땅이 넓고 자원이 풍부하다. 그러나 인구가 적고 바다와 인접하지 않은 내륙이라서 해운이 발달될 수 없고, 더구나 겨울이 매우 춥고 길다.

따라서 광물자원을 캐낸다 하여도 운송방안과 비용이 문제가 된다. 그 넓은 땅에 야채나 곡물을 대량으로 재배한다하여도 육로를 통한 높은 수송비 때문에 한국에 가져올 이유가 없어진다.

몽골 입장에서도 매우 안타까움이 클 것으로 보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구상에 고심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중국이 동해안쪽 항구가 없기 때문에 러시아로부터 항만을 조차하려 노력하다 실패하고, 북한의 나진항을 이용하기 위해 애를 쓰는 것은 현대 운송업에 있어서 항만의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지난주 필자가 잘 아는 한 사업가이자 농업전문가가 두만강지역인 러시아의 핫산에 다녀왔는데, 그곳에서 1천800만평의 토지를 무상으로 임대하기로 한 모양이다. 물론 몇 년 동안 공을 들인 결과이기도 하겠지만, 이분은 그곳에서 `고려인`들과 함께 대형트랙터를 이용하여 배추와 무 농사를 지을 예정이라고 한다.

이들 고려인들은 1930년대 후반 `스탈린`에 의해 중앙아시아로 강제 추방당했다가`소련` 해체 이후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고 있는 우리 동포들이다. 하지만 이들은 매우 어려운 삶을 유지하고 있다.

두만강지역의 러시아령은 인구는 적고, 토지는 방대한데다가 부동항이 있는 동해에 인접해 있기에 기후가 몽골같이 춥지는 않은 모양이다. 따라서 꽤 긴 여름을 통해 대규모 농업이 가능하며, 그 수확물을 해상운송을 통해 한국으로 들여올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이 농산품들을 직접 한국시장에 출하하기도 하고, 가공하여 일본 등에 수출 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았다. 하지만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영일만항에 냉장시설이 없는 탓으로 부산항을 이용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러한 농산품만이 아니라 과메기 제조를 위한 꽁치의 수입도 영일만항이 아닌 부산항을 이용해야 하는 것이다.

얼마전 영일만항의 수심이 낮아 4~5만t급의 벌크선이 기항 할 수 없다는 소식을 듣고 안타까워 했는데, 냉동·냉장창고가 없는 것도 크게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영일만항의 활성화를 위해서 어서 빨리 대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안될 것으로 본다.

두만강지역은 필자도 이미 지면을 통해서 수차례 강조한 적이 있지만, 우리 한국이 좀 더 신경을 써야 할 교통 및 운송의 요지이다. 이 지역의 개발은 이미 중국과 러시아가 크게 신경을 쓰고 있는 곳이기도 하지만 우리 한국으로서도 TSR과의 연계를 위한 교통의 요지로서, 시베리아 자원개발을 위한 접촉점으로서 남북통일 내지 협력을 위한 전초기지로서 매우 중요한 곳이라고 판단된다.

이 지역에 한국의 기업들이 좀 더 진출해야 할 것이다. 물론 현지 지방정부들도 이를 환영하고 있는데, 문제는 우리 한국과 러시아 양측의 지방정부 차원에서의 구체적인 협약을 통해 서로의 기업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틀을 만들어 놓지 않으면 않된다는 것이다. 일개 중소기업들로서는 현지 상황을 알지 못하니 사업진행이 매우 어려울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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