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울란바타르를 떠나던 날 아침 기온은 섭씨 영하 25도였다. 3시간 후 인천공항에 도착하니 영상 10도였고, 두어 시간 후 포항에 도착하니 영상 14도였다. 요즈음 포항지역의 날씨도 아침에는 영하로 내려가기도 하지만 낮 기온은 영상 10도 이상인 경우가 많다.
울란바타르의 요즈음 낮기온은 영하 18~20도이고, 밤기온은 영하 25~30도인데, 아직 본격적인 추위는 아니고 12월 중순 이후가 되면 영하 30~40도가 보통이라고 한다. 이러한 추위가 대단한 것은 사실이지만, 내의, 두꺼운 바지와 잠바, 방한화, 장갑 및 방한모자를 갖추면 그런대로 견딜만하다. 물론 걸어 다니는 것이 아니고 차를 타고 다녀야 하기에 견딜 만 하다고 할 수 있다. 차를 내려 잠시 걷다보면 얼굴이 따가울 정도로 시리다.
필자의 기억으로는 우리 한국에서도 1960년대와 70년대의 겨울이 무척이나 추웠던 것으로 기억된다. 초중고, 그리고 대학시절, 서울이 얼마나 추웠었는지 지금 생각하면 방한복이며 방한화가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도 않았고, 난방도 제대로 않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물론 학자들의 주장처럼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한반도가 대체로 따뜻해졌을지도 모르겠다. 필자가 논산훈련소에 입소하던 1970년 중후반의 겨울, 필자는 추운지도 몰랐지만, 유래 없이 영하 15도의 날씨가 15일간 계속되어 부모님이 무척이나 걱정하셨다는 말을 후에 들었다. 그때는 중부지방에도 이러한 추위가 있었다.
몽골에서 연구 및 자료수집차 학생들과 1주일을 보내면서 나눈 이야기들이 많다. 그중 첫 대화가 사람들이 왜 이리 추운지방에 살게 되었을까라는 것이었다. 몽골은 강우량이 적어 척박하기도 하지만, 여름은 덥고 겨울은 매우 춥다. 사람들은 주로 양, 염소, 소 등 가축을 키우며 살고 있고, 교통수단으로는 말과 낙타를 이용한다.
물론 시베리아의 `오미야콘`이라는 지역은 세계에서 가장 추운도시로 알려져 있고, 1월 평균기온이 영하 50도에 이르고, 가장 추울 때는 영하 70도를 넘어선다. 하지만 이곳에도 시베리아인들이 순록을 키우며 살고 있다.
왜 순록들은 따뜻한 지역을 다 놓아두고 극지방에 살게 되었을까? 또한 낙타는 그러한 춥고 메마른 고비사막에 살게 되었을까? 학자들에 의하면 낙타는 원래 북아메리카가 원산지인데, 이곳에서 `버팔로`와 `마운튼 라이언`에 쫓겨 베링해를 건너 천적이 없는 고비사막에 적응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극지에 사는 사람들도 경쟁에 쫓겨 그렇게 되었다는 것인가? 물론 반박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과감히 그렇다고 할 수 있다고 본다. 이에 비해 세계문명은 덥지도 춥지도 않거나 4계절이 적당히 균형을 이룬 온대지방에 집중됐다. 이곳에 사는 민족들은 이방민족의 공격도 많았지만 나름대로의 높은 문화를 이루고 살아 왔다고 여겨진다.
하지만 21세기에 들어서며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혹독한 기후로 인해 버려져 있던 극지들이 풍부한 자원과 함께 각광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그 중 하나가 몽골이다. 몽골의 인플레이션이 매우 높은 것도 사실이지만 2000년 이후 경쟁성장율이 매년 15%에 이를 정도로 높다. 문제는 인구도 적고 제대로 된 정책이 시행되지 못하기에 경제산업 발전도 더디고, 도시환경문제가 심각한 것이다.
몽골의 발전을 위해 다른 어느 나라 보다도 우리 한국의 기술과 자본이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 할 수 있으면 좋겠다. 몽골의 풍부한 천연자원과 농지들도 우리가 크게 필요로 하는 부분이다. 서로의 체제와 문화를 존중하는 가운데, 국가와 기업들 차원에서 상생의 동반자적 협력추진이 꾸준히 필요한 때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