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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등록일 2012-11-16 20:51 게재일 2012-11-16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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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원락경주청하요양병원장·수필가
사랑은 상대자와의 거리에 비례한다. 아무리 사랑해도 멀리 떨어져 있으면 강도는 누그러져서 줄어들게 된다. 이런 현상은 꼭히 사랑뿐만 아니라 모든 것이 이 현상을 따른다.

그러나 예외가 있다. 가족 간의 사랑은 거리와 관계가 없다. 오히려 떨어져 있으면 더 그리워지게 된다. 멀리 떨어진 곳에서 유학을 할 때, 방학으로 집으로 갈 때면 며칠 동안 밤잠을 설친다. 집에 가면 만나야 할 사람이나, 해야 할 일을 생각하면 잠을 이룰 수가 없다.

부모는 항상 그립다. 어머니의 자애스런 사랑과 아버지의 근엄한 삶에서 우러나오는 미소는 나를 자꾸만 집으로 이끌고 가려한다. 그 끌림에서 벗어날 수 없다.

TV에서 방영된 `인간 극장`이란 프로는 감동을 주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이 프로를 보고 나는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치료가 불가능하고, 병원에서는 6개월, 길어야 1년 정도만 살 수 있다는 애기, 얼굴은 붉은 물을 뿌린 듯, 얼룩진 애기의 수명 연장을 위해 철인 3종 경기를 달린 아버지 이야기였다.

직장도 그만 두고 부모는 아들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친다. “아들의 숨만 쉬도록 해 주면, 평생을 감사하며 살겠다. 살려 달라. 하나님, 이 애기를 데려가려면 우리도 같이 데려가 달라!”고 되뇌이면서 정성을 바친다. 일그러진 얼굴을 하고 있는 아들의 이름을 은총으로 지었다. `은총이에게 세상을 더 넓게 보여 주자`고 생각해 애기를 집 밖으로 데리고 나간다. 자기는 철인 3종 경기를 택했다. 애기와 함께 더 멀리 가보기 위한 선택이었다. 애기를 휠체어에 싣고 뒤에서 밀면서 뛰기, 플라스틱 통에 애기를 담아서 밀면서 수영하기, 수레에 앉혀서 자전거 뒤에 달고 타기 등으로 애기와 늘 같이 지내면서 철인 3종 훈련을 했다. 그리고 끝내는 완주했다. 그는 하나님에게 감사했다. 이제 그 애기는 10살이 됐단다.

그는 TV방송에서 이렇게 말했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 손닿는 데 있다. 순간순간 참고 견디면, 행복해 질 수 있다” 애기는 자라면서 자기에게, “아빠, 더 이상 아파하지 마. 더 이상 울지 마. 언젠가 일어설 거예요.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아요”라고 하는 것 같이 느꼈단다. 그는 자식 사랑하기를 자기 스스로에게 하듯이 했다. 그는 자기의 운명을 사랑했다. 힘들게 살았어도 스스로 노력하여 운명을 극복했다.

장애아 등 약점은 숨기면 파괴적으로 되지만, 사랑해 노력하면 장점으로 바뀐다. 정상적인 가정에서 자라면 운명을 사랑하게 된다. 부모도 운명으로 만났다. 자식도 그렇다. 운명마저도 하나님의 통제 하에 있다. 애기 옷 등에는 `made in heaven`(하늘이 만든 작품)이라고 적혀 있었다. 병을 가진 자식을 그렇게 표현했다.

나에게는 가난하게 자란 친구 한 사람이 있다. 그의 아버지는 낮은 학벌에 걷기에 지장을 약간 느끼는 평범한 회사원이었다. 친구의 학교 성적은 매우 좋았으나 가난에 민감했다. 그래서 아버지와 가끔 항의성으로 다투기도 했다. 그 친구는 자기 아버지를 이렇게 소개했다. 입학금이 없어서 직장을 사직하고 받은 명예퇴직금을 그에게 주면서 “나의 전부를 맡긴다. 아버지의 자랑거리가 되어라”고 하셨단다. 그리고는 돌아앉아서 눈물을 흘리시더라고 했다. 송두리째 내어 주신 아버지! 이제는 늙어서 기저귀를 갈아주어도 그를 알아보지 못하는 아버지로 변했다고 울먹이면서 이야기했다.

자식들은 그 고뇌를 자기가 자신의 자식을 키워 본 후에야 비로소 알게 된다. 그러나 그때는 이미 아버지가 세상에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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