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의 아침은 새소리와 자동차 소음으로 시작된다. 자정쯤 큰 함성에 잠시 잠이 깼는데, 아마 진행 중이던 런던 올림픽에서 몽골선수가 메달을 땄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4년 전 올림픽 당시에도 필자는 울란바타르에 있었는데, 자정쯤 큰 함성이 일어나고 자동차들이 빵빵대며 거리를 내달렸는데, 몽골선수가 레슬링에서 개국 이래 최초의 금메달을 땄기 때문이었다.
오전 11시에 몽골 건설국과 미팅이라서 오전 10시40분경 숙소를 떠나는데, 비가 제법 내린다. 건설국에서 부국장, 전문가 공무원들과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다. 몽골 건설국의 두 가지 주요 개발정책은 지역개발 (전국 47개 지역) 및 인구 늘리기, 울란바타르 만이 아닌 제2도시군의 개발이다. 현재 몽골에서는 전체인구의 절반에 가까운 130만명이 울란바타르에 몰려 사는데, 이로 인해 도심의 혼잡, 오염 등의 문제뿐만 아니라 국토의 불균형 발전이 문제다.
이들도 압축도시, 공공교통, 도심재개발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들을 어떻게 수행해 나가느냐이다. 이러한 큰 계획들을 실행할 구체적인 전략과 실행계획이 필요하다.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는 전반적인 주택시장의 활성화와 기본 SOC의 건설이 필요하지만 중요한 것은 저소득층과 게르지역에 대한 특별한 대책이다.
회의가 끝나도 비는 여전히 내리고 있다. 인근의 서양식 간이식당에서 `쇠고기덮밥`으로 점심을 했다. 5천500 투그릭 (1천원 = 1천180 투그릭) 정도이니 비싸다면 비싸고 싸다면 싸다. 이 말은 한국식당의 8~9천 투그릭 정도에 비하면 싼 편이나 이곳 주민들의 소득 대비 가격을 생각하면 너무 비싸다는 말이다. 식사 후 인스턴트 커피, 우유로 된 수태차 몇 잔으로 입을 가시며 기다렸지만 아직 빗줄기가 거세다.
몽골은 국토가 넓고 자원도 많으나 아직 개발되지 못했다. 인구도 300만에 지나지 않는다. 1991년 소련의 영향으로부터 독립해 자본주의를 받아들였지만 그 후 10년은 소련의 도움이 없어 매우 어려웠다. 그러나 2000년 이후 세계적으로 광물가격이 오른 덕분에 국가경제가 나아지고, 국가개발 계획들이 세워졌다. 하지만 아직은 어려움이 많다. 내수시장이 작기에 대기업의 진출이 힘든데, 이는 건설시장에도, 제조업 및 생필품 생산시장에도 적용되는 말이다. 다국적기업이 공장을 지으려 해도 노동력 구하기가 힘들다.
현재 석탄, 구리, 금 등 광산개발이 대규모로 시작돼 국민총생산은 매우 빠른 속도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금의 경제산업 현황과 소득분배 등을 고려해 볼 때, 제대로 된 공공정책 및 전략들이 수립·시행되지 않는다면 장래의 발전을 확신하기 힘들다.
몽골과 한국, 두 나라 사이에 장기적으로 어떠한 관계가 형성돼야 할 것인가? 한국은 땅이 좁고 자원도 부족하고 인구가 많다. 몽골은 땅이 넓고 자원은 많으나 인구가 너무 적다. 산업의 발달이 미진하고, 주변국가들의 군사적 위협도 느끼고 있다. 그래서 지금은 우리 한국인들이 도와줘야 할 부분들이 너무나 많다. 좀 더 체계적이고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각 부문별로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 `국가연합` 등을 언급하는 이들도 있는데, 국가차원에서도 좀 더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작년 우리 팀과 같이 몽골에 왔던 `미스터 리`는 이곳 대학교의 건물 공사를 시작했다. 소규모 대학이지만 대지는 매우 넓으며, 도심 한편에 위치해서 다양한 사업계획이 구상될 수 있는데, 문제는 비싼 자재가격이다. 특히 철골의 경우 t당 115만원이나 한다. 한국의 경우 85만원, 중국은 65만원이다. 그래서 이분은 중국 국경도시에서 건축자재들을 구매해 이곳까지 실어오고 있다. 또한 건설을 위해 한국인 기술자들을 16명이나 모셔 왔는데, 첫 몇 주를 고압선, 가스관 등 지하매설물을 예기치 않게 만나 이를 처리하는데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