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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의 기후

등록일 2012-07-03 21:22 게재일 2012-07-0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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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자문 한동대 교수

올해 봄과 여름의 포항날씨는 더위 보다는 서늘함이 대세이다. 물론 겨울부터 봄을 거쳐 초여름에 이르기까지 비가 제대로 오지 않아 가뭄상태인 것도 포항으로서는 자주 겪는 현상인데 올해는 전국이 가뭄으로 고생하고 있다.

농사를 짓지 않는 많은 사람들이 매스컴을 통해서 `바닥을 드러낸 저수지` 등의 실상을 보고서야 가뭄의 심각함을 깨닫게 되는 것이니 자기일 외의 세상사에 너무 무심한 우리의 모습에 자책감이 들기도 한다. 지금 전국은 농사지을 물은 물론 식수마저도 고갈된 지역이 늘어가고 있다.

여름철인 6월에 포항지역이 서늘한 것은 동해안의 푄 현상(Foen Wind) 때문이라고 한다. 푄 현상은 바람이 높은 산을 넘어가며 비를 내리고 따뜻하고 건조한 하강기류로 바뀌어 그 부근의 기온을 오르게 하는 현상을 말한다. 물론 바람이 불어오던 산 반대쪽은 서늘해지는 현상을 보인다. 한국에서는 태백산맥의 영향을 받아 여름에는 동쪽이 시원하고 서쪽이 더운 현상이 나타난다. 따라서 시원한 현상이 나타나는 곳은 포항만이 아니라 속초, 강릉 등 동해안 지역들이며 시민들로서는 무덥지 않아 좋겠지만 이로 인한 농작물의 피해가 클 것으로 보여진다.

올해의 가뭄은 포항을 비롯한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대단히 심각하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5월 서울에는 예년 평균의 6%에 불과한 10.6㎜의 비가 내려 104년 만에 가뭄이 찾아온 상태였다고 한다. 서울지방은 요즈음 32~33도의 폭염까지 보이고 있다.

문제는 그 다음에 있다. `가뭄 뒤 폭우`라는 통념처럼 기록적인 가뭄 뒤에 남은 여름 동안 집중적인 호우가 내려 지난해처럼 몸살을 겪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통념이 `학술적으로 검증된 바 없다`면서도 7~8월에 집중호우가 많아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최근 한반도는 강수량이 늘고 강수일수가 줄어들고 있는 추세라서 한 번 비가 오면 집중적으로 쏟아지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어느 지역은 사막화가 빠르게 진행되는가 하면 어느 지역은 홍수와 해일의 피해가 심각해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들을 설명하기 위해 다양한 학설들이 존재하지만 그중 `지구온난화`가 가장 보편적인 이유로 설명되고 있다고 본다.

기온측정자료들은 지난 수 십년간 지구평균기온이 몇 도씩 상승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불과 몇 도의 상승임에도 그 영향은 매우 크다. 남북극의 빙하가 녹아 해수면도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해수의 증발량이 늘어나고 대기의 이동이 급격해져서 사막화 지역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가 하면 폭우와 해일에 시달리는 지역이 많아지고 있다.

포항을 비롯한 대구·경북지역도 이러한 기후변화에 가뭄과 폭우를 겪고 있으며 식생도 점진적으로 바뀌고 있는 듯 보인다. 냉대성 과일인 사과의 주산지가 크게 북상하고 있고 온난성 어족인 대형가오리 등이 연근해에서 자주 어획되고 있음이 그 예이다. 우리는 이러한 기후변화를 좀 더 정확히 예측하고 장기적인 대책을 세워야한다. 이는 기상학분야의 발전을 요구하기도 하지만 수자원확보, 홍수 및 해일대책 수립을 위한 도시 및 토목분야의 분발을 요구하는 것이기도 하다.

포항은 `올해 들어 더욱 시원해진 여름`과 `예년과 다를 바 없는 가뭄현상`을 오히려 활용할 수 있는 방안도 연구해야 할 것이다. 물론 이러한 현상이 `장기적인 것이냐`에 대한 논란은 있을 수 있지만, 맑은 하늘과 따가운 햇볕, 그러나 시원한 바람이 부는 가끔씩 바다로부터 들어차는 `해무`가 아름다운 포항의 여름을 선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으면 좋겠다. 지중해성 기후를 닮았다고 주장할만한 온난한 겨울의 포항도 선전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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