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융합교육이라는 개념이 자주 인용되는데 `이는 대학교육에 있어서 한 전공분야에 다른 분야들을 융합교육해서 사회의 복합된 문제들을 해결해 나갈 수 있는 인재를 키우기 위한 교육시스템`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겠다. 따라서 공학+공학의 경우도 있겠고 공학+인문학 내지는 디자인, 공학+경영학 등이 그 예라고 볼 수 있겠다.
이러한 추세는 이미 전자제품이나 자동차 등에서 처럼 최적의 기능과 성능을 추구하는 기계 및 전자공학과 인간의 감성을 자극하는 예술적인 요소들이 결합된 예들을 많이 찾아 볼 수 있다. 필자가 소속된 한동대 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에서도 건축학+도시공학, 토목공학+도시공학+IT, 도시공학+국제개발학 등의 결합으로 이미 공학과 공학, 공학과 예술, 또는 공학과 경제사회적인 요소들이 이미 융합돼 있다고 할 수 있다.
본 대학이 개교한지 얼마 되지 않던 15년전 쯤, 필자의 팀 학생들이 워크듀티(Work Duty) 시간에 몇 학기간에 걸쳐 제법 큰 원두막을 몇 채 지은 적이 있다. 학교 신축 후 운동장 이곳저곳에 굴러다니던 폐자재들을 재료로 활용했는데 남녀로 구성된 25명의 팀원들이 한학기 동안에 1개의 원두막을 완성하는 등 총 3개의 원두막을 완성했었다. 이를 위해서 우선 연필로 원두막을 설계했다. 그 크기와 모양을 결정하는데 있어 자재의 종류, 원두막의 이용, 그리고 주변과의 조화 등을 감안해서 최종안을 내었고 이를 바탕으로 나무들을 직접 톱으로 자르고 못질하고 페인트를 칠했었다. 이러한 단순해 보이는 작업들도 구조공학적인 요소, 미학적인 요소, 학생들의 이용행태, 비용적인 제한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됐다고 할 수 있다.
기원전 지어진 이집트의 피라미드는 너무나 크고 자재로 사용된 돌들의 크기가 너무 커서 때로는 인간이 아닌 외계인들이 만든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기도 했다. 이 커다란 피라미드를 수 십년간에 걸쳐서 완성하기 위해 이를 총감독한 건축가는 모든 피라미드가 의도하고자하는 용도와 상징성을 바탕으로 한 설계적인 요소, 건설방안과 절차, 재료, 인력수급 등을 통 털어 관리했다고 보아지는데, 이 건축가야 말로 융합적인 지식과 통솔력을 갖고 있지 않으면 않됐을 것이다.
필자의 전공인 도시공학 분야에서도 융합적인 지식이 필요함은 당연하며 이것이 지난 사오십년간의 트렌드(Trend)가 되어 있다. 과거의 도시공학은 토지이용계획의 수립과 도로건설 등을 통하여 도시를 효율적으로 건설하는 물리적인 측면에 중점을 뒀었다. 하지만 헐버트 갠스(Herbert Gans)의 저서인 `어반 빌리저스(Urban Villagers)`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물리적인 질 향상에 중점을 둔 도시재개발사업들은 대부분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 물리적인 시설의 향상만으로 시민들의 행복이 보장될 수 없었고, 오히려 물리적인 질은 좀 낮더라도 경제, 사회, 문화, 심리요소들이 종합적으로 잘 반영된 개발계획들이 오히려 시민들에게 행복을 가져다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환경파괴문제와 환경보전이 사회적인 큰 이슈가 돼있다. 지난 수 십년간 도로와 철도를 놓고, 저수지를 만들고, 항만과 공항을 건설하고, 도시와 산업단지 건설에 매진했는데, 환경파괴 내지 나쁜 파급효과에 대한 대처가 매우 부족했다고 할 수 있다. 국토는 좀 더 효율적으로 개발 됐을지 몰라도, 생태계가 파괴되고 환경오염이 심해지고 주변의 경관과 조화되지 않는 시설들이 들어차게 됐다. 이제는 이러한 건설사업에 있어서 생태계보전, 환경영향, 경제사회적 영향, 그리고 주변과의 조화와 미적인 요소들이 크게 고려되고 있다. 한마디로 융합적인 접근을 택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