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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목숨 끊는 노인 는다

김남희기자
등록일 2012-03-07 21:36 게재일 2012-03-07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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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서 지병·생활고로 하룻동안 2명 숨져최근 10년사이 전국 60대이상 자살 4배나
# A할머니는 일흔 평생 밥 한 번 사준적이 없던 남편이 느닷없이 외식을 제안해 의아해했다. A할머니는 남편과 평소 먹고 싶었던 중국 음식을 먹으며 단란한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그날, 늦은 밤 옆방에 잠을 자고 있어야 할 남편이 갑자기 없어졌다. 순간 이상한 낌새를 느낀 A할머니는 남편을 찾아 온 동네를 헤맸다.

날이 새고 다음 날 아침 9시가 돼서야 A할머니는 동네 하천 공터에서 싸늘하게 식어 있는 남편을 발견했다. 수 년 간 뇌경색과 고혈압 등 병마를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었다.

A할머니는 경찰에서 “평생 밥 사준다고 했던 적이 없었는데 그날 갑자기 밥을 사준다고 했다. 그게 마지막이라니…”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날 (5일) 하루에만 포항남부경찰서에는 A할머니의 남편 등 두 건의 변사사건이 접수됐다. 두 노인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은 지병과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으로 나타났다.

최근 스스로 목숨을 끊는 노인이 늘어나고 있다. 노인 자살은 10여년 전보다 무려 4배 이상 늘었다.

보건복지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노인(60대 이상) 자살 사망자는 지난 2000년 1천161명에서 2010년 4천378명으로 4배 이상 증가했다.

연령별로는 60대가 2000년 인구 10만명 당 25.7명이었던 자살률이 2010년 52.7명으로 2배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70대는 38.8명에서 83.5명으로, 80대 이상은 51명에서 123.3명으로 2배 이상 껑충 뛰어올랐다.

2010년 한 해 자살률은 10만명당 80세 이상이 123.3명으로 가장 높고 70대가 83.5명, 60대가 52.7명으로 집계됐다.

노인복지정책은 점점 높아지고 있지만 노인 자살은 오히려 증가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가족해체의 가속화로 인한 외로움과 지병,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한 상실감 등 때문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한마디로 `노인성 우울증`때문이다.

위덕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구차순 교수는 “복지 분야 중 노인 복지가 그 어느 분야보다 인프라가 잘 구축된 반면 노인 자살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고 있다”며 “노인 자살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말을 경청하고 이해하는, 정신적인 위로를 해 주는 것이 그 무엇보다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남희기자

ysknh0808@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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