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학기에 폭력 빈발… 가해 학생도 피해자 가능성경찰·교육기관 등 단속·관리 잘하면 학교폭력 근절
이는 지금까지의 경찰 조사에서 밝혀졌듯이 대부분의 학교폭력이 전 학년에 걸쳐 조직적이고 상습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만큼 중학교와 고등학교 선후배 사이에도 하도급식 상납구조가 얽혀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데 따른 주장이다. 특히 최근엔 이런 구조가 중·고 선후배, 심지어 성인에까지 이어진 사례가 경찰에 적발돼 이 같은 지적은 설득력을 얻고 있다.
경찰조사결과 D중학교 학생들은 평소 1~3학년생들이 조직적으로 엮여 같은 학교 학생들의 돈을 빼앗았다. 선배가 후배에게 금품을 갈취할 것을 지시하고 후배들은 동급생에게 돈이나 핸드폰을 빼앗아 선배에게 상납했다. 더구나 이러한 행태는 경찰에서 밝혀진 것만 136회다.
학교폭력이 조직적으로, 그것도 꾸준하게 진행됐음이 그대로 드러났다. 문제는 이런 관계가 중학교에서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선배가 진학하면 고등학교까지 이어질 수 있다. 심지어 최근에는 서울에서 조직적인 관계가 고등학교를 넘어 성인까지 엮인 사건이 밝혀지기도 했다.
22일 서울지방경찰청 생활질서과는 Y중학교에서 상납구조를 갖춘 뒤 모은 돈을 K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선배에게 다시 상납을 한 사실을 적발해 13명의 학생을 불구속 입건했다.
또 지난 1월에는 강남권 일대 20여개 중·고등학교 학생 700여명으로부터 3년여 동안 수천만 원의 금품을 갈취한 고등학생과 이를 지시한 20대 성인이 구속됐다.
한 때 포항에서 폭력조직에 몸담았다는 A씨는 “예전에는 고교생을 키워 조폭으로 키워 세습을 하기도 했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다”며 “소위 `양아치`로 불리는 동네 건달이 고교생을 이용해 돈을 뺏고 액수가 맘에 들지 않으면 폭행까지 한다고 들었다. 대부분 학교를 그만 둔 애들”이라고 전했다. 이어 “이런 구조가 문제다. 상납조직에 속해있는 학생도 알고 보면 피해자”라고 덧붙였다.
포항 북구에서 학생선도위원으로 봉사하고 있는 K씨는 “새 학기가 시작되는 3·4월에 학교폭력이 가장 많았다. 신입생이 입학하고 새로운 학급이 편성되면 조직도 새로이 편성되고, 서로 `짱`이 되려고 폭력을 휘두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말한 뒤 “일반적으로 경·검찰은 사건이 터져야 수사를 시작하는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신학기에 맞춰 수사기관, 교육지원청, 범방위 등이 집중적으로 단속·관리하면 상납구조로 물든 학교폭력을 뿌리뽑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관계자는 “중학교를 졸업 후 계속 폭력을 일삼는지 여부는 구체적인 정황이 밝혀지기 전에는 사실상 수사가 어렵다”면서 “현재는 중·고등학교를 중심으로 학교폭력실태를 파악하고 있다. 만약 이와 같은 정황이 파악되면 즉시 수사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한편, 검찰도 지난 5년 간 학교폭력 관련자 명단을 확보해 집중적으로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상현·이혜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