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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학교폭력 뿌리 뽑나

윤경보·이혜영기자
등록일 2012-02-23 22:06 게재일 2012-02-23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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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특수학교 포함 중·고교 41곳 실태조사중학생 폭력사건 학교 경징계에 감추기 급급
최근 드러난 D중학교 학교폭력사건으로 경찰이 포항의 전 초중고교로 수사를 확대하는 등 사건의 여파가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 역시 경찰의 적극적인 수사가 없었다면 등교정지 등 학교 자체 처벌에 그칠 뻔한 것으로 밝혀져 학교가 학교폭력을 여전히 감추기에만 급급한 실상을 그대로 드러냈다.

이번 사건은 경찰이 지난 1월 중순 학교폭력 현황을 파악하면서 드러나게 됐다.

경찰이 포항지역 청소년 관련 상담센터를 돌며 학교폭력 피해사례를 수집하던 중 모 종합병원의 상담센터 관계자로부터 D중학교 피해사례를 접하면서 이 학교에 대한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학교폭력은 1~3학년까지 전 학년에 걸쳐 조직적으로, 그것도 장기적으로 계속돼 왔다.

한 학급에서 14명이 같은 반 학생 1명을 무려 1년 동안 집단으로 따돌림하고 폭행했다.

또 1~3학년 학생들이 조직적으로 엮여 선배가 후배에게 금품 갈취를 지시하고 지시를 받은 후배는 동급생에게 돈이나 휴대전화를 빼앗아 선배에게 상납했다.

이러한 행태는 경찰에서 밝혀진 것만 136회다.

게다가 일부 학생들은 태도가 불량스럽다고 훈계하는 교사를 교무실까지 따라가 “야! 이 XXX아, 니가 선생이면 다가” 등 심한 욕을 하고 교실 유리를 깨는 등 일상적으로 폭력을 행사했다.

문제는 이번에 경찰이 밝힌 사건의 전말이 이미 교사 등 학교 관계자들도 인지했지만 그때마다 가해 학생에 대한 자체 처벌로 문제를 해결했다는 것.

이번 집단 따돌림 가해자 14명의 경우 학교 측이 선도위원회를 열어 가해학생과 학부모에게 주의를 준 것이 고작이었다.

집단폭행과 갈취를 일삼은 24명의 학생에게는 사회봉사, 교내봉사, 등교 정지 등의 처벌을 했다. 이처럼 가해 학생에 대한 처벌수준이 피해 학생이 받은 신체적·정신적 피해 규모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벼워 학생들의 폭력성은 계속될 수 있었다.

경찰 수사가 확대되자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이 포항 전역의 학교폭력을 밝히고 뿌리 뽑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만약 이번 사건도 경찰이 인지하지 못하고 D중학교 사건처럼 은폐됐다면 이 학교는 물론 앞으로 포항 교육 현장 곳곳에서 벌어질 가능성이 있는 `학교폭력` 역시 은폐될 수도 있다.

북부서 관계자는 “현재 포항 북구지역에 있는 특수학교를 포함한 중·고등학교 41개를 대상으로 팀마다 8개의 학교를 맡아 학생부장, 선생님, 학생 등을 통해 폭력사실이나 조직이 있는지를 파악하고 있다”고 밝혀 경찰의 의지에 따라서는 학교 폭력의 실태가 낱낱이 드러날 수도 있다.

포항교육지원청 교수학습지원과 엄기복 장학사는 “앞으로 학교 폭력이 더 드러날 것으로 보여 학교와 교육청 간의 연계성을 더 강화할 것이며 Wee센터와 학교폭력 전문 강사의 강의 등을 통해 더 밀도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라며 “현재는 명확한 매뉴얼이 없는 상태이지만 교과부의 학교폭력대책 시행령 매뉴얼에 따라 가해학생의 처벌과 피해학생에 대한 구제 등을 원만하게 처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윤경보·이혜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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