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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기 좋은 마을이란?

등록일 2012-02-14 21:48 게재일 2012-02-1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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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자문 한동대 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

지난 십 수년 전부터 `살기 좋은 마을 만들기` 논의가 큰 주제로 등장했고, 함께 다뤄지고 있는 개념 중 하나가 `생태마을`이다. 생태마을의 개념은 1992년 브라질 리우환경회의 이후 개발과 환경보전을 조화시키기 위한 지속가능한 개발의 한 방안으로 제시됐다고 할 수 있다.

생태도시의 유형적인 특색은 첫째, 녹지 및 쾌적한 수계와 다양한 생물이 서식하는 환경, 둘째, 물, 대기, 폐기물 관련 처리가 환경친화적이고, 무공해에너지를 사용하고, 자원절약 및 재사용이 체계화되고, 셋째, 시민의 편의를 최대한 고려한 건축, 토지이용, 교통계획, 인구계획이 확립된 지속가능한 개발체계라고 정리할 수 있겠다.

생태마을의 기원은 1960년대 덴마크에서 시작된 코하우징 커뮤니티(Co-housing Community)이다. 이 마을에서는 20~30가구를 중심으로 태양에너지를 활용하고, 유기농업과 공동취사 등을 실천했다. 1980년대 이후에는 서구의 다른 나라들도 주택의 재료 및 형태, 대체에너지의 이용, 폐기물의 재활용 등에 걸친 다양한 형태의 생태마을을 도입했다.

한편, 우리나라에서 오래전부터 이용되던 풍수지리는 살기 좋은 마을과 좋은 묘자리 찾기에 대한 원칙들을 철학적인 논리에 의거 기술해 놓은 것이다. 풍수지리에서는 만물이 기(氣)로 이뤄졌다고 보아 만물 중의 하나인 땅도 지기(地氣)로 이루어진 것으로 본다. 지기(地氣)에 대해 음양과 오행, 그리고 주역의 논리로 체계화한 것이 풍수지리이다.

풍수지리는 인간이 일찍부터 자연 속에서 삶을 영위하기 위해 터득된 지혜에 근본을 두고 있다. 특히 농경을 시작한 이후부터 작물의 재배와 성장에 관계되는 땅의 성격과 분포의 차이를 기의 차이로 이해하면서 풍수지리의 이론적 토대를 이루게 됐다. 여기에 춘추전국시대 이후 기의 변화와 동정을 음양으로 파악하는 음양가의 성장이 인간의 개별 경험적 수준에 머물던 기에 대한 인식을 학문의 차원으로까지 끌어올렸다.

풍수지리에서 중요한 것은 땅을 살아 있는 것으로 보는 것이다. 살아있는 것은 그 특징을 알아서 적절히 대할 때만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반면, 그 개성을 무시하고 죽은 것으로 대한다면 죽은 것이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풍수지리는 땅이 살아야 사람도 살 수 있다는 논리이며, 이 양자의 존속을 `조화와 균형`에서 찾고 있다.

풍수지리는 땅과 자연의 이치를 설명하는 데 있어서 다소 은유적이거나 비유적인 표현을 빌리는 경우가 많고 애니미즘(Animism)적인 요소들을 품고 있기 때문에 현대과학의 서술양식과는 차이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자연과학적 사실, 특히 생태학과 같은 지식체계에 풍수지리의 논리가 잘 부합된다고 생각된다.

이중환의 `택리지`에서 말하는 `살기 좋은 마을`은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다. 첫째, 지리측면에서의 산의 모양, 흐르는 물, 흙의 빛깔 등 풍수적인 요소이다. 풍수와 지기(地氣), 안전을 강조하고 있다. 둘째, 생리(生利)측면에서의 경제적 잠재력이다. 살기 좋은 마을의 입지로서는 땅이 비옥해야 하는데, 오곡과 목화를 경작하기 알맞은 곳을 좋은 곳으로 꼽았다. 셋째, 인심(人心)측면에서 공동체성과 풍속을 강조한다. 풍속의 내용이란 사람들이 거칠지 않고, 재리(財利)만 추구하지 않아야 하며, 간사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넷째, 산수(山水)측면에서 환경적 아름다움을 강조한다. 정신을 즐겁게 하고 감정을 화창하게 하는 것으로 환경적 아름다움이 없으면 사람들이 거칠어진다는 것이다.

결국 이중환이 택리지에서 제시하는 `살기 좋은 마을`이란 자연 생태적 조건, 경제적 요인, 교통, 풍속과 전통, 인심, 환경적 아름다움이 갖추어진 마을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의 전통적인 풍수지리와 택리지의 내용들은 현재 우리사회에서 요구하는 살기 좋은 마을의 요건을 이미 잘 갖추고 있다고 봐진다. 특히 자연생태적인 요건이나 풍속과 전통 등은 환경친화적인 개발, 문화적 정체성과 역사성을 강조하는 현대의 살기 좋은 마을 만들기와 많이 닮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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