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함 가운데 우리 국민들 대다수가 가장 염려하는 것은 북한의 핵문제라고 할 수 있다. 아직도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북한의 핵개발에 거듭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우리는 북한이 핵무기와 핵무기운반수단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점뿐만 아니라, 핵시설의 폭발사고 가능성에도 근심이 없지 않다. 북한의 핵시설이 안정성이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한 가동을 계속한다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 될 수밖에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우리 국민들의 북한에 관한 또 하나의 큰 염려는 급증하고 있는 탈북자들의 어려움에 관한 것이다. 물론 지난 수 십년간 북한주민들의 비참한 삶에 대해 안타까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북한이탈주민들이 많아지고 이들의 어려움이 미디어를 통해 구구절절 전해지고 있어서 우리 국민들의 염려도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올해 들어서만 2천300여명의 탈북자가 제3국 등을 통해 우리나라로 들어온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1989년 이전까지 607명의 탈북자가 국내로 들어온 이후, 매년 숫자가 늘어나 2001년에는 연간 입국자가 1천명대를 넘었다. 그리하여 현재까지 입국한 탈북자 누계는 2만2천617명이라고 한다.
대다수의 탈북자들은 국경인 두만강을 넘어 중국 연변 조선족 자치주로 탈출하는 방법을 쓴다. 중국과 북한의 국경에는 국경경비대들이 지키고 있지만, 안내 브로커 등을 통해 경비병의 눈을 피해 탈출하는 사람들이 많다. 중국 잠입에 성공한 사람들은 숨어 있다가 일부는 각국 대사관이나 외국인학교로 도망쳐서 도움을 요청하며 대부분 남한으로 망명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중국에 숨어 지내며 비인간적인 수모를 크게 겪고 있다. 중국을 거쳐 동남아시아 국가들을 경유해 제3국으로 망명하는 사람들도 증가하고 있지만, 현재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숨어서 지내고 있는 탈북자도 수십만 명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북한국경을 탈출한 이후에도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중국이 북한정부와의 관계를 중시하여 탈북자를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고 발견하는 대로 불법입국자로서 북한으로 돌려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돌려보내지면 중노동에 처해지고 때로는 사형에 처해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은 탈북자들을 국제법에 따른 위임난민(Mandate Refugee)으로 간주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중국정부는 탈북자의 난민신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오히려 체포하여 강제송환하고 있다. 탈북자를 지원하는 단체들은 중국 공안당국의 극심한 감시와 적발 속에서도 탈북자와 접촉하고 대사관이나 외국인학교로 뛰어들게 준비하는 한편, 탈북자 지원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그 모습을 촬영하고 국내외 미디어에 제공하고 있다.
외교부는 보호시설 운영비, 국내이송 항공료, 의료지원 등 탈북자들의 지원예산을 집행하고 있지만, 이들 문제해결에 그리 적극적이지는 못하다. 중국과의 외교관계를 고려해서 혹은 민감한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의도 일수도 있다고 본다.
요즈음 우리 국민들 사이에 통일에 대한 방법과 시기, 북한동포를 돕는 방법에 대해서, 또한 탈북자 정책에 이견이 있음도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 정부가 남북대화의 진전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중국 등지에 숨어 지내는 탈북동포들을 구출해 내기 위해서도 좀 더 획기적인 전략을 마련했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