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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겐하임 뮤지엄과 빌바오 효과

황태진 기자
등록일 2011-11-01 23:25 게재일 2011-11-0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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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문한동대 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
세계의 많은 도시들이 도심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양한 산업과 비즈니스 유치를 위해 노력하고, 문화관광자원의 개발 및 도시브랜드화를 위해 애쓰기도 한다. 이러한 노력의 한 예가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관으로 알려진 구겐하임 뮤지엄(Guggenheim Museum Bilbao)이다. 구겐하임 뮤지엄이 있는 스페인 북부 바스크 자치주의 중소도시인 인구 35만의 빌바오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문화관광도시 중 하나이다. 15세기 이래 제철소, 철광석광산, 조선소가 있던 산업도시 빌바오는 1980년대 철강산업의 쇠퇴로 몰락의 길을 가고 있었다. 실업율이 25%에 달했고 바스크주를 기반으로 무장단체들이 중앙정부를 상대로 독립투쟁을 전개하며 스페인 곳곳에서 테러를 일으켰다.

1991년 바스크 정부는 이 절망적인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문화산업이라고 판단해 구겐하임 뮤지엄을 유치하게 된다. 프랑크 게리(Frank Gehry)가 설계한 이 뮤지엄은 2만4천여㎡의 대지에 1억5천만달러(1천500억원)를 들여 지어졌는데, 이곳에 1997년부터 10년간 약 1천만명의 국내·외 관광객이 다녀갔고 16억유로(2조1천억원)를 소모했다. 이 뮤지엄은 `메탈 훌라워(Metal Flower)`로 불린다. 이 건물의 표면에는 물고기 비늘처럼 수 십만개의 비행기 외장재로도 쓰이는 티타늄 판들이 은은한 빛을 내고 있으며, 햇빛을 받으면 카멜레온처럼 색이 변한다. 구겐하임 뮤지엄은 빌바오 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도 있다. 독일계 이민자인 미국의 철강재벌 솔로몬 구겐하임(Solomon R. Guggengheim)은 1920년대부터 유럽과 미국에서 추상화 작품들을 수집하기 시작해 1937년 `구겐하임재단`을 설립하고 1959년에 솔로몬 알 구겐하임 뮤지엄을 뉴욕에 세웠다. 이 뮤지엄은 칸딘스키, 몬드리안, 브랑쿠시, 피카소, 칼더, 샤갈, 클레, 미로 등 20세기 거장들의 작품들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보유한 미술관으로 아름다운 미술관 건축으로 유명하다. 이외에도 구겐하임재단은 이탈리아 베니스의 페기 구겐하임 컬렉션, 독일 베를린의 도이치 구겐하임, 스페인 빌바오의 구겐하임 뮤지엄 빌바오를 운영 중이며, UAE에 구겐하임 아부다비 뮤지엄을 건설 중이다. 20세기 건축 예술품의 이정표로 평가되는 뉴욕의 솔로몬 알 구겐하임 뮤지엄은 당대 최고의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Frank Lloyd Wright)`에 의해 설계됐는데, 아래보다 상부가 넓은 나선형의 원통형 흰색 콘크리트 건물이 달팽이 모양을 띄고 있다. 페기 구겐하임 컬렉션은 솔로몬 구겐하임의 조카딸인 페기 구겐하임이 살던, 18세기에 건립된 왕가의 저택으로 그녀가 평생에 걸쳐 수집한 초현실주의, 입체파, 추상표현주의 작품들을 전시해 놓았다. 도이치 구겐하임은 도이치 뱅크의 유치로 1997년에 베를린에서 개관했는데, 전시장은 1920년에 지어진 도이치뱅크 1층에 위치하며 리차드 글럭만(Richard Gluckman)이 디자인을 맡았다. 구겐하임 아부다비는 아부다비의 `미술강국 프로젝트` 아래 이뤄져고, 프랭크 게리가 설계를 맡은 45만㎡에 달하는 건물로서 2012년 완공될 예정이다. 구겐하임 뮤지엄의 개관 이후 빌바오는 세계적인 관광도시로 태어났고, 세계적인 건축물 하나가 도시 전체를 살린다는 `빌바오 효과`가 바로 여기에서 유래됐다. 현재 한국의 도시들도 이와 같은 빌바오 효과를 실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물론 스타건축가들의 작품들이 항상 성공적인 빌바오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프랭크 게리 조차도 “빌바오의 성공은 뮤지엄 하나 때문이 아니고 공항, 지하철 등 도시 전체 활성화에 대한 매스터플랜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빌바오 효과가 성공적으로 얻어지기 위해서는 이와 같은 계획들을 실현하기 위한 재원은 물론이고 우수한 기획과 지역사회의 폭넓은 지원이 필요하다.

포항의 경우에는 동빈운하, 해상신도시 등이 그러한 브랜드 효과를 지니고 있을 것으로 보여지기도 하지만, 이왕이면 이미 언급되고 있는 철강박물관, 해양박물관 등이 세계적인 건축가들의 획기적인 디자인으로 건설되면 좋을 것 같다. 또 다른 의미의 브랜드화를 기대 할 수 있는 `미니어쳐 도시`, 실물 크기의 `노아의 방주` 등도 좋은 예가 될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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