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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란바타르 이야기 3

관리자 기자
등록일 2011-08-30 23:20 게재일 2011-08-3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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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문한동대 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
폐수처리 시설에 관해서도 토론했다. 앞으로 한국에서도 그러하겠지만, 몽골에서는 더욱 작은 단위의 폐수처리 시설이 필요하다. 한국에서와 같은 1만t, 10만t, 50만t 단위의 용량이 아니라 500t, 1천t 정도의 소용량이 필요하다. 하지만 집과 건물들이 모여 있느냐 흩어져 있느냐가 관건인데, 너무 광역적으로 흩어져 있으면 힘들고, 500가구, 1천가구 집합주택 정도는 되어야 일일용량 20t 정도가 가능하다.

몽골에서는 겨울기온이 평균 -20℃이고 -30~40℃까지 내려가 지하 2~3m까지는 얼어 버리는데, 어떻게 폐수처리를 할 것이냐라는 몽골 관리들의 질문에 처음에는 적합한 대답을 찾아내지 못했었다. 그러나 그날 밤 상하수도 전문가인 구사장과 다각도로 고민을 하며 새로운 방안을 고안해냈다. 폐수가 얼면 처리가 불가능하므로, 배출 즉시 단열파이프(Insulated Pipe)를 통해 짧은 거리이면서 얼지 않을 깊이에 위치한 시설에서 즉시 처리하도록 하면 될 것이라는 의견을 개진했다.

몽골의 경제가 2000년 이후 광물 가격의 급등으로 좋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이러한 호시절이 언제까지 계속 될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 돈을 헛되이 쓰지 말고 어떠한 곳에 투여해야 할 것인지 연구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대대적인 SOC구축과 주택개발이 필요하고, 이를 지원하기 위한 시멘트, 벽돌 등 건축자재공장이 필요하다. 현재 대부분의 건축자재를 중국 등 인근국가에서 수입하는데 품질도 낮고 가격도 비싸다.

또한 광물연계의 야금과 제조업, 목축관련의 식품가공, 관광산업 인프라구축 등등 가능성을 타진해 봐야 할 것이다. 현재 많은 외국회사들이 광산을 운영하고 있지만, 몽골인 자체의 광산회사 운영도 늘어나야 할 것이고, 이를 제대로 수출하기 위해서는 산지까지 도로망이 개설돼야 할 것이다.

내륙국가인 몽골에는 항만이 없어 중국의 철도망과 천진항을 이용하여 물자를 수송하는데, 앞으로는 러시아의 철도망을 이용해 블라디보스톡이나 자루비노항을 이용하는 방안도 연구해야 할 것이다. 물론 현지에서 철강 등을 활용한 제조업을 활성화시키는 방안도 찾아야 할 것이고...

몽골은 전통적인 목축국가인데, 기후의 변화로 인해, 도시에서의 새로운 삶을 위해 목축업을 버리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몽골정부도 목축업에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다. 필자는 몽골이 좀 더 목축업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몽골의 가축들은 방목되는 관계로 광우병 등을 피해가고 있다. 하지만 너무 넓은 지역을 풀을 찾아 헤매어야 하고 긴 겨울동안 굶어죽는 숫자도 만만치 않다. 몽골의 초지에 새로운 품종, 길게 자라는 품종의 풀들을 길러서 이를 말려 저장해 겨울에 사료로 쓸 수 있도록 하면 좋을 것으로 본다.

관광산업은 승마와 트랙킹 정도이며 아직 외국인들의 수요가 크지 않다. 좀 더 사람들을 유인할 수 있는 관광거리 개발이 중요하다고 본다. 호텔 등도 좀 더 정비돼야 할 것이지만, 또한 중요한 것은 몽골과 한국 등 외국과의 항공편 증설이며, 몽골정부는 이에 대한 신속한 결정을 내려야 할 것으로 본다.

오후에 꽤 긴 시간을 달려 태를지공원으로 차를 몰았다. 나는 여러 차례 와 보는 길이지만 다른 교수와 학생들은 멀리 펼쳐진 초원에 탄성을 지른다. 2/3 쯤을 지나갔을 때, 이게 웬일인가. `나담축제`가 거의 끝나간다는데, 이날이 가장 많은 이들이 참여하는 승마대회가 있었다. 초원 한 가운데 텐트가 쳐지고 많은 사람, 자동차, 그리고 말들이 모여 있었다. 이 때문에 우리가 계획했던 말타기가 좀 어려워 졌지만, 그 흙먼지 날리는 경주를 지켜볼 수 있었다. 물론 경주가 끝난 후 말 10필을 빌려 일부 팀원들이 30분 정도 말을 탈 수 있었지만 말이다.

하루가 바삐 흘러갔다. 울란바타르의 거리는 예전과 다름이 없다. 많은 차와 먼지, 그 가운데 새로운 건물들이 세워지고 있다. 여름이라서 나무와 풀이 도심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겨울이 되면 모든 것이 얼어붙을 것이다. 땅은 넓지만 기후가 열악하고 인구도 300만에 불과한 이 나라가 이러한 대규모 도시를 지닐 수 있음은 분명 천연자원 덕택이기는 할 것이다. 이러한 자산을 낭비하지 말고 잘 활용하여 국가발전을 성공적으로 이루어 나가기를 바랄 뿐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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