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지 거리로 따지면 그리 멀지 않아 보이지만 쾌속여객선으로 3시간 이상 걸리는 꽤 먼 곳이다. 육지간을 연결하는 대중교통수단이 여객선밖에 없는 우리나라 최고 교통오지이기도 하다.
울릉도는 지형적 특성으로 겨울철에 눈이 많이 내리고 동해는 잦은 강풍 및 풍랑주의보가 발효되는 지형적 특성상 자주 뱃길이 끊어진다.
울릉도 주민들은 여객선 운항 중단으로 인한 각가지 애환을 간직하고 산다. 섬내 고립은 물론 육지 출장 중 고립 생활은 거의 일상이 되어 있어 익숙하다. 울릉도의 문화는 고립생활에서 터득한 각종 지혜와 행동양식으로 형성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울릉도 대표 산나물인 `명이`는 겨울철 눈속에 고립된 울릉주민들의 생명을 이어줬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 학력고사를 치르는 고3수험생들은 시험일보다 일주일 이상 앞당겨 육지로 나온다. 이처럼 울릉도 주민들은 항상 고립사태에 대비한 생활을 하고 있다.
기상악화 땐 월 돌아와 오후 수업 차질
40여명 나간 5월말 놀토엔 우려 현실로
이런 울릉도에 최근 여객선 이용이 편리해지면서 뜻하지 않은 불편사항이 생겼다. 울릉도 학생들의 학습권이 위협받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울릉군 내 초·중학교 교사들이 쉬는 토요일(일명 놀토)에 대부분 육지로 출타한 뒤 기상악화로 제때 들어오지 못해 수업이 파행되는 등 말썽을 빚어지고 있는 것.
지난달 28일 쉬는 토요일을 육지에서 보내고자 울릉군내 초·중 교사 90여 명 중 40여 명이 육지로 출장을 갔다. 이들 교사들은 27일 반가를 내고 이날 오후 2시40분 여객선을 이용해 육지로 나갔다가 일요일 뱃길이 끊어지면서 울릉도로 들어 오지 못했다. 교사들은 월요일 오후 3시30분 울릉도에 도착했다.
당연히 전체 교사의 절반이 빠진 군내 초·중·고등학교의 월요일 수업은 파행됐다. 더욱이 저동초교는 30일 치를 예정이었던 중간고사마저 치러지 못하는 불상사가 났다. 결국 학생들은 쉬는 토요일 때문에 지난 금요일 오후 수업과 월요일 수업을 받지 못했다.
교사들이 육지로 나가기 전 이미 제2호 태풍 `송다`의 북상으로 우리나라가 간접 영향권에 들어갈 가능성이 매우 컸는데도 불구하고 육지로 출장을 강행, 파행수업은 불을 보듯 뻔했다.
이날 육지로 나간 교사 현황을 보면 울릉초 4명, 천부초 3명, 현포분교는 전체교사 4명 중 3명, 울릉중 5명, 우산중 6명, 서중 4명, 북중 5명으로 조사됐다.
대부분 학교의 전체 교사수가 10명 내외인 것을 감안하면 절반의 교사가 금요일 오후, 월요일 수업을 하지 못한 셈이다.
이 같은 일은 어제, 오늘의 일이 이니라 오랫동안 관례화되면서 울릉도만의 학습문화로 정착되어 있다. 교사들의 휴일 이용시간을 강제할 수도 없고 천재지변의 불가항력을 탓할 수만도 없는 형편이다.
이에 대해 학부모 K(38)씨는 “울릉도는 육지보다 상대적 교육환경이 열악하기 때문에 교사들이 밤낮없이 열심히 가르쳐도 육지 학생들을 따라가는데 부족한데 교사들이 기회만 있으면 육지에 나가기 급급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학생들의 학습이 더욱 뒤처지는 것만 같아 걱정스럽다”며 “제도적인 보완책이 마련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울릉/김두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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