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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불의 의미

none 기자
등록일 2008-05-26 11:15 게재일 2008-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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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현 위덕대학교 불교문화학부 교수



일반적으로 절에 가면 초를 켜고 향을 사른다. 둘 다 이유가 있지만 오늘은 왜 초를 켜는지 소개하고자 한다.


‘현우경’이란 불교경전에 ‘가난한 여인의 등불(貧女一燈)’이라는 제목으로 유명한 이야기의 내용이다.


부처님 당시 사위성에는 가족도 친척도 없이 홀로 사는 외롭고 가난한 노파가 있었다. 너무나 가난했던 노파는 이집저집을 다니면서 밥을 빌었다.


하루는 온 성안 사람들이 기쁨에 환호하는 것을 보고 노파는 무슨 일이 있는지를 물었다.


“오늘은 부처님께서 이 성으로 오시는 날이랍니다. 밤이 되면 왕과 백성들이 수많은 등불을 밝혀 부처님을 맞이할 것입니다. 그래서 온 성안이 이렇게 붐비고 있답니다”


이 말을 들은 노파는 깊은 탄식과 함께, 아! 나는 어찌 이다지도 복이 없단 말인가? 세상에서 가장 큰 복전(福田)인 부처님을 만나면서도 아무런 복도 짓지 못한단 말인가, 구걸을 해서라도 부처님께 공양할 등불을 밝히리라.


인도 기름 등불 비탄을 떨쳐버린 노파는 가난을 슬퍼하지 않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동전 두 닢을 구걸하여 기름 집을 찾아갔다.


기름집 주인은 노파가 그 돈으로 먹을 것을 사지 않고 기름을 사는 이유를 물었다.“부처님을 만나기란 백겁에 한 번이라 하는데 부처님을 만났으면서도 공양할 것이 없습니다. 그런데 오늘처럼 부처님을 맞아 왕과 백성들이 함께 등불을 밝히는 날, 나도 작은 등불이나마 밝혀 선근인연(善根因緣)을 짓고자 합니다”.


이 말을 들은 기름집 주인은 노파의 지극한 마음에 감동하여 돈보다 많은 기름을 주었다. 하룻밤의 반도 밝힐 수 없는 기름이었으나 노파는 기쁜 마음으로 부처님께서 지나가실 길목에 등불을 밝히고, 만약 내가 후세에 부처님처럼 도를 얻는다면 기름은 밤새 타오르게 하고 광명(光明)이 시들지 않기를 서원하였다.


밤이 깊어감에 따라 등불이 하나씩 꺼져 갔으나 가난한 노파의 등만은 이튿날 아침까지 꺼지지 않았다.


날이 밝자 부처님은 목련에게 “날이 밝았으니 모든 등을 꺼라”고 지시하자 목련은 차례로 남은 등을 껐다.


그러나 그 노파의 등은 세 번이나 꺼도 꺼지지 않았다.


다시 목련은 가사를 들어 세게 휘둘렀지만 불빛은 더욱 밝아졌다.


이때 부처님께서 나타나, “목련아 그만두어라. 그만두어라. 그것은 내세 부처님의 광명의 공덕이니, 너의 능력으로 꺼질 것이 아니다”고 하시면서 “이 노파는 이 등불의 공덕으로 후에 부처님이 될 것이니 이름은 수미등광여래이다”고 말씀하셨다.


이 설화처럼 한 생각(一念) 한 마음(一心)으로 정성을 다해 올린 등불은 다음 세상에서 성불까지도 보장받는 결과를 낳았다.


노파의 등불은 단순한 기름 등불이 아니라 일심의 신묘한 작용과 공덕으로 밝힌 무한한 광명등(光明燈)이며, 꺼지지 않는 무진등(無盡燈)이었던 것이다.


오늘도 해가 지고 어둠이 내리면 등불은 세상을 희미하게 밝히고, 차가운 마음도 훈훈해 지면서 서로 마음을 따뜻하게 열어 줄 것이다.


국내외적으로 안타까운 뉴스가 너무 많다. 모두 힘들겠지만 우리 마음의 작은 불씨라도 세상에 나누었으면 한다.


왜냐면 부처님만 부처님이 아니라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모두 다 부처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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