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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칼럼...배신 때리는 세상

등록일 2007-01-30 21:13 게재일 2007-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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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영 서양화가



동물 중에서 영리하기로는 개를 따를 짐승이 없다고 한다. 또한 개는 주인을 배신하는 일이 없어 충직함의 대명사로도 불린다. 그런데 이러한 개가 깜빡해서 주인을 물었다하면, 그것은 곧 미친개라는 뜻이다.


이것을 가리켜 견교기주(犬咬其主)라 하는데,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는 속담의 동의어다.


이와 비슷한 말로는 소리장도(笑裏藏刀)가 있는데 ‘겉으로는 웃으면서 속에는 비수를 품다’라는 뜻이고, 면종복배(面從腹背)도 ‘앞에서는 복종하는 척 하며 뒷전에서는 배신 때린다’는 의미다. 사람 사는 곳이면 빠지지 않는 일이고보니 뜻하는 용어도 많은 것이 당연지사다.


요즘은 배신 때리는 일이 예사가 되어버렸다.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자기에게 이익이 없다면 의리를 초개같이 던져 버리는 행동은 사람의 도리를 너무 가볍게 여기는 데서 오는 현상은 아닌지.


김현철이 불러서 히트한 배신자라는 노래가 있다. “얄밉게 떠난 님아!”로 시작해 더벅머리 사나이의 순정을 짓밟아 놓고 얄밉게 떠난 사람을 배신자라고 절규하는 노래다.


수년 전부터 “사랑은 살아 움직이는 것이여!” 라는 말이 유행어가 되었다. 사랑도 이해득실을 따져 철새처럼 날아다닌다. 그래서 세상은 온통 사랑의 배신자로 우글거린다.


‘배신’하면 성경에 등장하는 가롯 유다를 빼놓을 수 없다. 마태복음 26장에는 예수 그리스도의 12제자 중 하나였던 유다가 은 돈을 받고, 예수를 정죄하려는 무리들에게 넘겨주는 장면이 소상히 기록되어 있다. 그는 돈에 눈이 멀어 가장 존경해야할 그의 스승을 배신한 것이다. 유다는 결국 자책감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목을 맨다.


배신에 얻어터지고, 결국 배신으로 끝장을 보는 중국의 오자서 얘기도 빼놓을 수 없는 견교기주의 역사다.


고국이 초나라였던 오자서는 아첨꾼 비무기의 꾐에 빠진 평왕에게 아버지와 형을 잃고 가까스로 탈출한다. 이를 갈며 복수를 다짐한 오자서는 송나라를 거쳐 오나라에 정착하여 ‘손자병법’으로 유명한 손무와 함께 오왕 합려를 돕는다. 그리고 마침내 오나라를 크게 일으켜 고국 초나라를 공략하였으나, 이미 평왕과 비무기는 죽은 지 오래였다.


복수심에 불탔던 오자서는 평왕과 비무기의 무덤을 파헤치고 이미 썩어 백골만 남은 시신을 끌어내어 3백번이나 채찍을 가하여 가슴에 뭉친 응어리를 풀었다.


이후 오자서의 탁월한 전략으로 강남의 패권을 차지한 오나라는 2대에 걸쳐 신흥 강대국 월나라와 치열한 패권 쟁탈전을 펼치게 된다. 그 와중에서 오자서는 또다시 간신들의 중상모략으로 오왕 부차에게 배신을 당하자 결국 오나라를 저주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일찍이 정치판을 일컬어 ‘이해관계를 쫓아가는 배신 판’이라고 했다. 이 말은 동서고금을 통해서 일어난 일상적인 정치활동중의 하나였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래서 한비자는 일찍이 군·신 관계를 일컬어, “임금의 근심은 남을 믿는데 있다. 군·신은 핏줄로 맺어진 관계가 아니다. 다만 임금의 권위에 복종할 따름이다. 임금이 방심하면 신하는 이것을 빌미로 임금을 배신하고, 모반을 일으킨다. 그래서 임금은 왕비나 아들까지도 믿어서는 안 된다. 늘 측근을 조심하라!”고 했다.


이 말을 새겨보면 배신은 늘 지척에 있는 사람에 의해서 일어난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히는 전형적인 견교기주다.


세상을 시끄럽게 달구었던 2003년 SK그룹의 분식회계 사건이나, 작년에 일어난 현대자동차의 비자금사건 때 검찰이 회사사정을 족집게처럼 꿰뚫고 있어 회사의 간부들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


회사의 비자금조차 좌지우지하는 핵심 중에도 핵심측근이 아니면 알 수 없는 사실을 검찰에 제보하고 배신을 때린 것이다.


기업이 견교기주를 당하지 않으려면 투명경영 말고는 다른 길이 없다는 사실을 명심하는 것이 올바른 기업가의 자세다.


사람 사는 곳이라면 피할 수 없는 것이 견교기주라지만 사람을 믿고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진정 성숙된 사회다. 믿음으로서 서로의 마음을 터놓고 살아갈 수 있는 신뢰의 사회를 만들어 가는 것도 곧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 첩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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