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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칼럼...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등록일 2006-06-20 17:05 게재일 2006-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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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미영·수필가
나흘간의 일정으로 대만 배낭여행을 다녀왔다. 언어와 문화가 다른 나라로 여행한다는 건 사실 준비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요즘 해외여행이 보편화 되면서 심심찮게 일어나는 ‘불미스러운 사고’를 보더라도 그렇다. 가이드와 전용 차량까지 있는 패키지여행이라 할지라도 떠나기 전 여행지에 대한 사전 정보를 많이 알면 알수록 여행의 안전과 재미는 몇 배가 된다. 해외여행이야말로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과 딱 맞아 떨어진다.


대만은 경상북도 넓이의 섬. 태평양 서안에 있는 독립적인 섬들 중 하나로, 타이완 해협과 중국본토 사이에 자리 잡고 있다. 북쪽으로는 일본과 오키나와 섬이 있고 남쪽으로는 필리핀이 위치해 있다. 1992년 8월 한국이 중국과 수교함으로써 대만과는 국교가 단절됐다. 현재는 타이페이에 대한민국 대표부가 상주하고 있다. 대사급 외교관계는 아니지만 외교적 루트는 계속 두고 있는 셈이다. 호텔에서 TV를 켜면 눈에 익은 한국 드라마가 계속 나온다. 거리에는 우리나라 유명 연예인들 광고가 걸려있고 식당에 가면 익숙한 한국 음식을 맛보며 ‘한류열풍’을 실감하게 된다.


기후는 제주도 날씨와 조금 비슷하다. 고온 다습하다. 공항에 도착했을 때 텁텁한 기운이란. 우리나라에서 소나기가 오기 직전 끈적끈적하게 덥고 후덥지근한 그런 날씨가 계속 이어진다. 며칠 폭염이다 싶으면 갑자기 장대 같은 소나기가 퍼 붇는다. 여행하는 동안에도 이틀이나 줄기차게 비가 내렸다. 대만의 거리는 회색빛이다. 습기가 많은 아열대성 기후라 페인트칠을 하면 3개월을 못가서 벗겨진다. 면적은 좁고 인구 밀도가 높기 때문에 건물은 다닥다닥 붙어 있다. 습한 날씨를 견디기 위해 24시간 에어컨을 틀고 산다. 그래서 대만 사람들이 많이 걸리는 게 ‘난방병’이라고 한다.


사람들은 옷을 수수하게 입고 다녔다. 대도시 사람들이 아니면 보통 우리가 입는 평상복 차림으로 다니는 것 같다. 교수들도 모두 운동화처럼 편안한 신발이고 여자들도 굽이 높지 않은 것을 신는다. 촌스럽게 보이기도 했지만 함께 지내다 보니 사치스럽지 않고 오히려 보기 좋았다. 하지만 사계절이 뚜렷한 곳에 사는 우리나라 젊은이의 패션에 비해 생동감은 덜했다. 수수하지만 아기자기하고 ‘튀는 멋’이 없다고나 할까.


여행의 즐거움에서 ‘먹는 재미’를 빼면 섭섭하다. 중국 음식 하면 ‘니글니글함’이 먼저다. 대만도 그렇지만 그래도 중국 요리에 비하면 한국식에 가까웠다. 고추장을 준비해라. 김치를 준비해라 하기보다 그 나라의 음식 문화에 젖어 보는 것도 꽤 좋은 경험이다. 야채나 고기를 조리할 때는 항상 기름을 많이 넣기 때문에 대만 사람들도 차를 즐겨한다. 끼니마다 닭과 생선요리는 빠지지 않고 나왔다.


시장을 돌아다니다 보니 진기한 과일들이 눈에 많이 뛴다. 수박은 정말 엄청 크다. 우리 것의 보통 3~4배 정도. 또 아주 특이하게 생긴 ‘듀리안’이라는 과일은 겉이 뾰족뾰족하게 생겼는데 냄새가 무지 고약하다. 야시장에 갔더니 즉석에서 갈아 파는 과일 주스가 값도 싸고 참 맛있다. 망고를 듬뿍 넣은 빙수는 시원하고 달콤하다. 여러 음식들 중에 만두가 일품이었던 것 같다. 대만은 더운 지방이라 사람들이 술을 즐겨 하지 않는다. 하지만 기름진 음식을 먹으며 고량주를 몇 잔 홀짝이자 가슴에 불이 나며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이 맛이야!


사흘째, 자강호 열차를 타고 ‘화련’으로 향했다. 3시간 기차를 타고 가면서 창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이 인상적이다. 대만은 기후의 영향으로 3모작을 한다. 6월인데 벌써 벼이삭이 탐스럽다. 옥수수는 불그레한 수염을 드리운 채 토실하게 잘 익었다. 습지에는 야생화가 올망졸망 올려다보며 앙증스럽게 손을 흔든다. 그 모습이 낯설지가 않다. 논두렁이 끝나는 야트막한 산에 난장이들이 살 법한 작은 집이 소복하다. 곁에 앉은 신사에게 서툰 중국어로 이것저것 여쭈자 ‘대만의 묘지’라고 일러준다. 땅이 좁아서 3년만 땅에 묻고 다시 납골당에 모신다고.


여행의 묘미는 이름 있는 명소, 음식 등 볼거리나 먹거리체험 또한 값진 것이지만 무엇보다도 낯선 사람을 만난다는 설레임이 아닐까. 언어와 문화의 차이가 완연히 다른 사람과 서로 이름을 묻고 대화를 나누다 보면 신선한 충격을 받는다. 마치 오래 사귄 동무를 만난 것 같다고나 할까. 감동이다. 어쩌면 감동을 넘어 그것은 ‘국위 선양과 민간외교’라고 해도 과언 아니다. 나흘 동안 만난 대만 사람들은 무척 친절했다. 이방인의 서툰 언어에 귀를 쫑긋 세우며 성실히 답했고 길을 잃어 당황해할 때는 내 일처럼 걱정해준다. 외국에 나가면 우리 또한 대한민국의 얼굴이다. 나흘간 대만 곳곳을 다니면서 좋은 친구를 얻었고 그들에게 ‘대한민국 사람의 따스한 정’을 심어 줬다 자신해 본다.


<최미영·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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