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伯山논단 - 위기의 한반도 어디로 가는가(3)

등록일 2005-05-31 19:27 게재일 2005-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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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근·명예주필/한동대 교수
하지만 불행하게도 북한은 한국의 신뢰성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기만적 행위를 자행하였고 미국은 이를 적절히 이용하기 위하여 북한이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였음에도 의도적으로 방치한 것이 핵의 동결성이다.

제네바회담 이후 통미봉남(通美封南)은 한국을 완전히 배제한 가운데 미국과 북한이 급격하게 가까워졌고 이를 계기로 클린턴 정부는 북한에 대하여 본격적으로 포용정책을 추진하였다.

규제완화 조치로 인적교류를 비롯하여 미국 내에 있는 북한의 재산동결 해제, 테러 지원국 해제, 경제지원 등 파격적인 조건으로 북한을 친미화 하려는 클린턴 정부의 대북정책은 임기 종료라는 벽 때문에 결실을 보지 못하고 부시정부에 넘어가면서 오늘의 사태에 이르게 되었다.

부시정부의 모호한 대북핵정책

미국의 정권이 바뀌었다 하여 달라진 것은 하나도 없다. 다만 그 방향이 비교적 온건노선을 지향하던 클린턴 정부는 북한 핵 포기에 대한 정상적인 보상을 지불하겠다는 것에 반하여 부시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강압적으로 북한을 굴복시키려는 강성 일변도로 무임승차하겠다는 정책전환을 하였을 뿐이다.

북한이 핵무기를 갖는다는 것은 자국의 체제수호 이전에 부시정부가 동북아의 세력권 형성에서 주도권을 장악하는데 역설적이지만 탄력을 제공하고 있을 뿐 아니라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과연 미국은 한반도 통일을 원하고 있는가? 하는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는 것은 북한이 핵 보유국가가 기정사실화 되었을 때 한국이 받는 타격이 얼마나 심각한 가를 미국이 모를 리 없음에도 제네바합의 이후 미국은 북한에 핵을 개발할 수 있는 충분한 여유를 준 것이다.

엄격한 논평을 한다면 클린턴 정부는 북한 핵 개발을 방치하였으며 부시정부는 요란하기만 하였지 사실은 6자회담이란 카테고리 속에 의제를 던져 놓고 변죽만 치고 있었던 것이다.

왜 그랬을까? 북한 핵이 미국 본토를 공격하기까지는 아직 장시간이 소요될 뿐 아니라 공격을 받을 만큼 미국의 대비가 허술하지도 않으며 만약 미국이 타격을 받을 징조가 있을 때 이미 북한은 초토화 된다는 것은 상식선이다.

그렇다면 북한 핵은 미국의 세계질서 개편에 있어 어떤 역학적 기여를 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미국은 이라크를 점령함으로 중동의 교두보는 확보하고 있으며, 이미 시리아는 레바논에서 추방당하면서 미국에 백기를 들고 투항한 상태이고, 나머지 장애세력인 이란에 대하여서는 계속하여 압박을 가하고 있다.

한편 미국이 가장 강력한 대항세력으로 간주하고 있는 중국은 2025년이면 미국을 능가하는 강대국이 될 것이란 연구 결과가 일반화 되고 있는데 미국으로서는 중국의 패권주의를 경계하지 않을 수 없고 그 대안세력으로 일본과 대만을 전면에 배치하면서 중국의 활동 범위를 압박하는 고도의 심리전으로 대처할 것이다.

그 첫 번째가 북한 핵을 명분으로 일본을 아시아의 전초기지화 하고 일본의 극우보수 세력을 통한 보통국가로의 전환이며 나아가서 핵무장까지도 용인할 뿐 아니라 대만의 핵 보유까지 가능하도록 하는 포괄정책으로 중국의 아킬레스건을 절단하는 극약처방도 불사할 것이란 것이 세계 군사전략 전문가들의 일반적 견해다.

또한 북한 핵은 한국으로 하여금 미국의 대북정책에 동승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어 종속상태를 유지하게 하고 나아가서 미국의 무기시장으로 확고한 한국을 묶어둘 수 있다는 이점도 동시에 가질 수 있게 된다.

따라서 북한의 핵이 미국의 세계화 전략에 크게 공헌하고 있는 것이 현실인 이상 북한 핵의 무장해제를 어느 시점까지는 현상상태를 유지할 것이나 핵폭탄이 경량화 되고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ICBM이 개발될 경우 이라크에 대하여 대량살상 무기 제거라는 명분으로 침공을 감행한 것과 같이 미국은 누구의 동의도 필요치 않은 전쟁행위를 즉각 진행할 것이다.

미국이 직접 나서야

미국이 북한을 주권국가로 인정하고 북핵 6자회담 안에서 쌍무회담을 할 준비가 돼 있는지 미국과 직접 만나 확인하고 최종결심을 하겠다는 북한 외무성 대변인의 발표에 이어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은 북한을 “주권국가”로 인정한다면서 북한과 6자회담의 맥락에서 양자회담을 할 수 있다고 처음으로 말하였다.

그렇다면 그 동안 왜 의도적으로 북한을 외면하였을까? 집권 1기 동안 북핵문제 해결의 적극적 의지가 없었다는 것은 주고받는 식의 협상이라는 외교적 기본상식을 모를 리 없는 미국이 왜 일방적으로 북한에 요구만 하면서 북한을 코너에 몰아넣기만 하였을까 하는 의문은 지울 수 없다.

부시가 6자회담의 염불을 외우면서 허송세월을 가장하는 동안 북한은 핵개발에 전력투구하였고 미국은 그 결과를 기다렸던 것은 아닐까?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을 때 세계여론을 업고 일시에 제압하려 하였던 전략은 아니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미국 국내여론은 전연 딴 방향으로 가고 있다. 북한의 핵개발이 무시할 수 없을 만큼의 수준에 도달하였다는 증거가 속속 밝혀지면서 책임문제가 부상되고 있는 한편 이제는 미국이 직접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추궁으로 변하고 있다.

만주당 의원이면서도 콘돌리자 라이스 장관 지명자를 위하여 상원 인준 당시 적극적으로 지지하였던 다이엔 페인스타인 상원의원은 지난 7일 라이스 국무장관이 직접 김정일을 만나 김정일의 방향이 무엇인지 확인하라고 촉구하였다.

<박영근·명예주필/한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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