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뉴질랜드에서는 두 명의 무슬림 여인들이 얼굴을 가리는 두건 부르카(burqa)를 착용하고 법정 증언에 나서서 논란이 일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오클랜드 지방 법원에서 차량 절도 사건으로 기소된 한 피의자 심리가 최근 열렸는데, 여기에 증인으로 나선 아프가니스탄 출신의 두 여인이 부르카를 쓴 채로 증언하기를 고집해 문제가 된 것.
피의자측의 변호인은 “나는 증인의 ‘바디 랭귀지’나 다른 특징들을 조심스럽게 관찰하는 것이 필요한데, 얼굴 가리개를 하고 있으면 그러한 것들을 거의 감지할 수가 없다. 판사들은 종종 배심원들에게 증인을 유심히 관찰하라고 말하는데, 그것은 증언의 내용 뿐만 아니라 그 증언이 말해지는 방식 또한 중요하기 때문이다. 공정한 재판을 위해서는 증인들이 부르카를 벗고 증언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담당 판사는 이 문제에 대한 공식적인 의견 개진을 듣고 해외 사례들을 살펴보기 위해 오는 10월 26일까지 이 건에 대한 심리를 휴회했다고 한다.
국가보안법은 폐지될 것인가
국가인권위가 최근 국가보안법의 전면적인 폐지를 건의했다.
인권위는 권고 결정에서 국가인권위원회법의 ‘인권’을 준거로 삼았으며 흔히 논의되는 이데올로기 차원에서 접근하지는 않았다고 강조했다.
인권위법은 인권을 ‘헌법 및 법률에서 보장하거나 대한민국이 가입·비준한 국제 인권조약 및 국제관습법에서 인정하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자유와 권리’로 규정하고 있다.
인권위는 아울러 역사, 법률, 현실 등 세 가지 측면에서 상세히 검토한 결과, 국보법 폐지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헌법재판소도 “양심의 자유에는 시시비비나 선악과 같은 윤리적 판단에 국가가 개입해선 안되는 내심적 자유는 물론, 이런 윤리적 판단을 국가권력에 의해 외부에 표명하도록 강제받지 않는 자유까지 포괄한다고 할 것”이라고 한 바 있다.
폐지 찬성론자들은 “광화문 네거리에서 ‘김정일 만세’를 외치거나 인공기를 흔드는 행위를 처벌할 마땅한 법이 없다고도 하지만 이런 행위들이 국가 기본질서를 위협할 만큼 심각성을 띨 경우 형법상 공안을 해하는 죄로 처벌할 수 있고 집시법이나 도로교통법도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소속 의원 151명 가운데 82명이 국가보안법 폐지안에 서명했고, 조만간 의원 총회를 열어 국가보안법 폐지 문제를 논의한 뒤 30일 최종 당론을 결정할 예정이다.
반면, 한나라당은 북한이 대남적화 전략을 포기하지 않고 있는데다 국보법이 남북간 교류에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는 만큼, 국보법의 근간은 유지하면서 찬양고무죄와 불고지죄 등 일부 논란이 있는 조항에 대해선 폐지여부를 논의하겠다며 국보법 폐지에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사형제도와 호주제의 폐지
최근 국회에서 대법관후보 동의안이 가결됨으로써 1948년 제헌헌법이 공포된 이후 56년만에 탄생한 첫 여성 대법관으로서의 김영란 대법관. 그녀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남북환경이 많이 변하고 있어 어떻게든 손질이 되어야 하지 않겠냐”며 국보법 폐지여부에 대한 일단의 의견을 피력한뒤 사형제와 호주제에 대해서는 폐지 입장을 명확히 했다.
김영란 대법관은 당시 “사형제도는 교화를 포기하는 제도”라며 “형평의 문제가 있어서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지만 궁극적으로는 꼭 폐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데 이어 호주제 폐지에 대해서도 동의의 뜻을 밝히며 “국회에서 꼭 통과시켜주길 하는 바람이 있고, 올해 안에 폐지되지 않을까 낙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르카를 벗어 던지자
세상이 광속도로 변하고 있다. 종교적 신념의 무슬림 여인들이 여전히 부르카를 고집하고 있지만 한국적인 상황은 기존의 틀에서 지나치게 고착화된 관념을 뛰어넘지 못하고 있다.
국가보안법이나, 사형제도나, 호주제 모두 한국적 시대상황에 맞게 공론화된 국민 여론의 틀 위에서 논의되고 결정돼야 할 사안들이다. 기자가 존폐여부를 주창할 사안은 더더욱 아니지만 지금 한국사회는 법과 제도적인 측면 뿐만 아니라 부르카속에 숨겨진 치부를 들춰내는 데 먼저 나설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위인들’이 없는 듯 하다. 부르카 속에 자신의 얼굴을 감춘 채 바깥세상을 향해 포효하는 ‘울타리속 동물의 왕국’과 같은 세태.
의식의 진보, 양심과 도덕의 부활을 가로막고 있는 콘크리트 같은 정형화의 틀을 깨듯 우리도 부르카를 벗어 던지자.
<이창형 정경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