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키리는 ‘전사자를 선택하는 자’라는 뜻이다. 북 유럽 신화에서 오딘 신이 발할라에 들어올 만한 전사자를 고르기 위해 전쟁터로 보낸, 그를 섬기는 소녀들을 총칭하는 말이다.
또한 발키리는 북유럽신화의 발퀴레(Walkure)의 영어식 발음이기도 하다. 흔히 갑옷 차림에 하늘을 나는 여신들로 묘사되는 발퀴레는 전사한 영웅들의 혼을 천국으로 인도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바그너의 4부작 악극 ‘니벨룽의 반지’의 2부 제목이기도 하다.
영화 작전명 발키리는 재미로 보기보다는 작품의 무게를 가늠하는 내용성과 작품성으로 봐야 한다. 그만큼 인간의 내면적인 양심을 찾기 위해 갈등하는 모습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1944년 세계적인 독재자 히틀러를 암살하고 제2차 세계대전을 조기에 종식시키려던 독일 군부의 쿠데타 시도를 그 내용으로 담고 있다.
영화를 앞두고 내한한 주인공 톰 크루즈는 출연 이유에 대해 “당시 독일의 모든 사람이 나치의 꼭두각시는 아니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고 대답했다. 참으로 톰 크루즈다운 대답이다.
‘작전명 발키리’는 원래 히틀러 치하의 독일제국에서 히틀러 자신이 살해되거나 축출되었을 경우, 정부를 보호하기 위해 국가질서가 회복될 때까지 독일예비군이 정부의 주요기관을 장악한다는 국가비상대책을 뜻하는 작전이었다.
북아프리카 전선에서 탱크부대를 지휘하던 슈타펜버그 대령(톰 크루즈)은 한 쪽 팔과 눈을 잃는 부상을 입고 베를린으로 후송된다.
전쟁영웅이 되어 귀환한 슈타펜버그 대령은 하루 빨리 히틀러를 제거해야 한다는 신념을 더욱 확실히 하게 되고 정치가들과 장군들과 함께 비밀조직을 결성하여 히틀러 암살모의를 진행하게 된다.
히틀러의 암살이 성공하면 즉시 예비군 사령관이 발키리 작전을 시행하여 방송국과 정부 기관을 접수하고 새로운 정부를 구성하여 연합군과 종전협상을 한다는 것이 그들의 전략이다.
드디어 숨을 죽이는 작전이 시작된다. 히틀러 사령부 일명 늑대 굴에 폭탄을 설치한다. 그러나 폭탄은 터졌지만 히틀러는 무사하게 되고 작전은 실패로 돌아간다.
발키리 작전이 실패한 원인은 우유부단한 지도자들의 망설임이다. 그들은 발키리 작전을 실시하지 않고 히틀러가 과연 살해되었는지 확인하느라고 시간만 허비하고 만다. 그리고 좀 더 친밀한 조직과 정부 기관을 장악하지 못한 것도 또 하나의 원인일 수 있다.
늑대 굴에 폭탄이 터지고 베를린에 도착한 대령은 아직도 발키리 작전이 실시되지 않았음을 알고 분노하면서 “행동하지 않으면 결과 역시 없다” 고 주장하면서 즉시 발키리 작전을 시행하라고 압박한다.
그러나 촌각을 다투어 신속히 결행하여야 할 작전을 우유부단한 정치가들이 우물쭈물하는 바람에 이미 때는 늦었다.
뒤늦게나마 군 장성들을 설득하고 슈타펜버그 대령 자신이 전면에 나서 작전을 지휘하지만 방송국을 장악하지 못한 상황에서 암살모의가 실패로 돌아가고 히틀러는 무사하다는 방송이 나옴으로써 모든 것은 끝나버린다.
곧이어 히틀러 측의 신속한 반격으로 암살모의 가담자들이 모두 체포되고 암살시도는 완전히 실패로 돌아가고 히틀러 암살 가담자들은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다.
몇 년 후 히틀러는 연합군에게 수도 베를린이 완전 포위된 상태에서 지하벙커에서 권총으로 자살함으로써 그의 생애는 끝난다. 그리고 독일은 무조건 항복하고 전쟁은 종지부를 찍는다.
영화는 끝날 때까지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한다. 그리고 관객들은 그 평행선에서 가슴을 조아리며 숨을 죽인다.
‘작전명 발키리’는 히틀러의 광기 어린 국가사회주의와 나치즘에 반기를 든 거룩한 몸짓이었다.
무모한 전쟁, 무고한 인명살상, 그리고 평화로운 땅을 잿더미로 만드는 전쟁은 또 하나의 죄악이었다. 전쟁을 끝내는 것은 전쟁에 취한 히틀러를 제거하는 것밖에 없다. 분명 히틀러는 미친 운전수였다. 그 운전수는 끌어내야 독일이 살고 전 세계가 사는 길이다.
비록 히틀러 살해가 실패로 끝났지만 그 시도와 그 숭고한 행동은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다.
영화 발키리는 자신의 신념을 굳게 믿고 그에 따라 확고한 자신감을 가지고 행동하는 슈타펜버그의 죽음이 결코 헛되지 않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영화의 말미에는 독일 레지탕스 비문을 소개하면서 스크린은 아쉽게 막을 내린다.
“삶, 자유, 명예를 위해 항거한 그대들은 역사 앞에서 부끄러울 것이 없다.”
영화 발키리는 길이 보이지 않을 때 그 누군가 길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아! 슈타펜버그 대령의 숭고함이여, 그리고 자유와 명예와 양심의 위대함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