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포 포항기계중앙교회 담임목사
영화 놈,놈,놈 ‘좋은 놈,나쁜 놈,이상한 놈’은 제목부터 이상하리만큼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영화다. 왠지 ‘괴물’ 이후로 대박을 불러 올 것 같은 예감이 든다.
김지운 감독은 액션영화, 이긴 놈이 다 가진다! 라는 문구로 칸 영화제에서 뜨거운 갈채를 받았다. 그리고 멜 깁슨이 판권을 구입한 소식까지 여름 한국영화의 소식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더구나 개성파 배우들인 정우성의 액션, 이병헌의 카리스마, 송강호의 구수한 입담 등 연기파 배우들의 환상적인 하모니가 스크린을 가득 메운다.
영화 ‘놈놈놈’의 이야기는 일제시대인 193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금은 고전적이고 전 근대적인 의상, 그리고 흑백 냄새가 풍기는 만주의 넒은 벌판에서 마치 헐리우드의 서부총잡이 영화의 향수를 자극한다.
영화의 배경은 다양한 인종이 뒤엉키고 총칼이 난무하는 무법천지 만주의 어느 제국열차에서 각자 다른 방식으로 격동기를 살아가는 조선의 풍운아 세 명의 남자가 운명처럼 맞닥뜨린다.
돈 되는 건 뭐든 사냥하는 현상금 사냥꾼 도원(정우성), 최고가 아니면 참을 수 없는 마적단 두목 창이(이병헌), 그리고 잡초 같은 생명력의 독고 다이 열차털이범 태구(송강호).
이들은 서로 정체를 모르는 채, 태구가 열차를 털다 발견한 지도를 차지하고자 대륙을 누비는 추격전을 펼친다.
정체불명의 지도 한 장을 둘러싼 엇갈리는 추측 속에 일본군, 결국 마적단까지 이들의 레이스에 가담하게 되고 결과를 알 수 없는 대혼전을 벌인다.
김지운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이 영화가 “욕망, 꿈, 이상을 좇아 치열하게 달려 나가는 사람들의 생생한 박진감이 전달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영화는 작품성과 더불어 볼거리가 있어야 한다. 영화의 전체줄거리나 작품성은 다소 떨어지는 감이 있지만 영화 속에서 액션이 볼거리를 제공하고 배우와 관객이 대화가 통하고 유머가 통했다는 점에서는 ‘놈놈놈’은 재미있고 즐거운 오락영화다.
영화 ‘놈놈놈’은 개봉 전부터 전례 없는 마케팅 전술이 동원되었다.
여름 시즌 할리우드와 맞장 뜨겠다던 영화 중 ‘강철중’이 이미 개봉되어 400만을 넘고 하향세에 접어든 상황에서 ‘놈,놈,놈’은 관객들의 가슴에 불꽃 튀는 다이너마이트 심지를 박아놓은 상태다. 무엇보다 영화는 서부영화의 향수가 동양적인 정서와 인연을 맺는다.
중국 사막을 무대로 펼쳐지는 대륙의 풍경과 장대한 스케일 그리고 시원한 영상미, 화려한 총격전은 한국영화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지만, 마지막 줄거리나 작품성에서 그 스토리의 서사구조가 빈약하다는 지적을 동시에 받고 있다.
특히 영화의 마지막은 무조건 앞으로 달려 나가면서 총만 열심히 쏘아대는 장면에서 왜 총을 쏘는지 지루하기까지 하다. 또한 결론부분이 뭔가 좀 허전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기에 관객들로 하여금 황당함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이야기의 완성도는 떨어지지만 그것을 상쇄할만한 충분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위안을 삼는다.
우선 ‘놈놈놈’은 그 제목처럼 캐릭터 베이스 영화다. 김지운 감독은 “만주 벌판에서 말 타고 달리는 사나이들에 관한 영화를 담고 싶었다.”라고 했다.
감독은 관객들로 하여금 과거 우리의 영토였던 저 넓은 대륙을 달리게 한다.
우리 주변에는 이상한 놈과 나쁜 놈은 확실히 있는 데 좋은 놈은 별로 없다. 다만 뭔가 어정쩡한 놈이 많다.
결국 ‘놈놈놈’은 애초부터 관객이 감정적으로 깊이 관여하고 보기는 어려운 영화다. 아무튼 좋은 놈은 자신의 몸을 가리지 않고 최고의 실력과 정의를 위해 자신의 몸을 던진다. 나쁜 놈은 자신의 목적을 위해 뛰고 자신만 바라보지만 최고의 카리스마로 관객을 제압한다. 이상한 놈은 최고의 운과 입담으로 자신의 목적과 안전을 위해 행동한다. 그러면서 영화의 3박자인 배경, 인물, 스토리가 조화를 이루어 나간다.
특히 ‘놈놈놈’의 리얼 액션은 순도 100%의 짜릿함으로 관객들의 심장을 파고든다. 그런 의미에서 ‘놈놈놈’은 전체적으로 충분히 즐길만한 요소가 많다.
특히 말을 타고 만주 벌판을 달리는 모습을 통해 과거 우리 영토였던 광활한 땅에 대한 민족주의적 욕망을 일정 부분 대리 만족할 수 있다.
관객들은 스크린을 압도하는 황야와 말발굽소리, 총소리와 기차소리로 무더위를 잊게 될 것이다.
그러나 ‘놈놈놈’은 어디까지나 오락영화다. 우리는 영화를 보고 나는 과연 어떤 사람일까, 혹시 뜬 구름 없는 보물지도를 따라 헛된 욕망을 안고 서로 치고 받고 싸우는 어리석은 사람은 아닐까.
영화 ‘놈놈놈’은 인생이라는 것이 무조건 달린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때로는 왜 앞을 향해 달리는가를 스스로에게 던져보고 가끔은 숲도 보고 나무도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왠지 2% 모자라는 갈증을 느꼈다.
아마 그 2% 모자란 갈증을 채우기 위해 세로지오 레오네의 ‘석양의 무법자’나 존 스트지스의 ‘OK 목장의 결투’를 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