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 298’ 2022 하반기 릴레이 기획 <br/>‘어떤, 생태행위’ 첫 번째 전시 ‘둥질(nesting)’ 개최<br/> 목판화가 이윤엽 개인전, 7일까지 <br/>
이윤엽 개인전 ‘둥질(nesting)’은 지난 2016년 서울 예술 공간 낙산에서의 전시 이후 6년 만에 포항에서 개최되는 개인전이다. 전시회에서는 ‘어떤, 생태 행위’ 양태 중 특히 ‘리드미컬한 자율’이라는 양상에 주목하고자 이윤엽 작가의 그간의 모든 작업 세계를 선보인다.
이번 전시에서는 목판화, 드로잉, 회화, 오브제 설치, 공동체 미술 등 다채널에서 활동하는 멀티미디어 아티스트 이윤엽의 다양하고 다채로운 면모를 담담하게 조명한다.
경기 수원 원천(현재 광교신도시), 화성 목리 창작촌(현재 동탄 신도시), 평택 대추리(현재 캠프 험프리스), 그리고 현재 안성 남풍리에 정착하기까지 지역의 변화와 삶의 행복과 지속의 문제는 이윤엽 작업에서도 중요한 요소가 된다. 이윤엽은 그가 만난 사람들, 이웃이었던 사람들, 그들의 힘, 같이 먹은 밥, 농사짓는 땅, 같이 겪어 낸 계절을 그린다. 무엇보다 그 속에서 이윤엽이 발견한 ‘예쁨’과 ‘아름다움’은 이윤엽 작업 세계의 핵심을 이룬다.
목판화 표현 기법 중에서는 다색 판화, 단색 판화와 더불어 소멸식 다색 목판 작업과 나사조립 목판 작업이 주목된다. 목판화 특징상 굵은 선과 강직한 표현성이 특징적이다. 또한 윤곽선이 해체되고 여러 가지 색이 현란하게 펼쳐지는 작품에서는 회화적 표현성을 느낄 수 있다. 이번 전시의 대표 이미지 ‘행복’(2011)에서는 목판화 제작에 있어 이윤엽 특유의 다양한 표현성이 여러모로 두드러진다. 나사조립 목판 기법으로 제작한 2022년 신작 ‘울지 않는다’, ‘일자리가 녹고 있다’는 대형 작업으로 기후 위기에 처한 생명의 위기, 노동의 위기를 고래와 망치를 소재로 써서 표현했다.
이윤엽의 작업은 거침없이 활달하고 경쾌하다. 그의 주저 없는 터치는 대상의 단독적 리듬과 자율적 리듬을 탄 결과다. 기후 위기와 생태 교란의 시기, 금융 자본 정치와 에너지 전쟁의 시대, 노동의 소멸에 처한 지금 우리의 미래는 사실상 밝아 보이지 않는다. 그렇지만 이윤엽의 작품에서는 강인한 지속의 힘을 느낄 수 있다. 그것은 이윤엽을 작업하게 하고 이윤엽을 움직이게 하는 자연과 환경의 생명 역량의 힘이자 그와 더불어 강인해져 온 인간 노동의 힘, 그리고 그 역동 때문일 것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