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고 하니 구체적인 혐의야 조만간 드러나겠지만 대통령의 `입`으로 통하는 청와대 대변인의 처신으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추태다. 대통령의 정상 외교를 언론에 설명하고 알리는 책임자가 술에 취해 성추행 의혹을 받는다는 것 자체가 온 국민의 낯을 뜨겁게 만드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박 대통령의 방미성과도 빛이 바랠 수밖에 없게 됐다. 새누리당마저 “박 대통령의 방미 성과가 국제사회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상황에서 찬물을 끼얹고 국가품위를 크게 손상시켰다”고 우려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번 사건은 예고된 참사”라며 “국가 품위를 손상시키고 국제적 망신을 초래한 이번 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 피해자에 대한 사죄가 필요하다”고 했다. 박 대통령의 방미를 계기로 향후 국정운영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해 온 박근혜 정부는 오히려 국가적 수치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극우 보수 논객`으로 대선 기간 야당 후보와 야권 지지세력에 맹비난을 퍼부은 그는 박 대통령 당선 닷새만에 `당선인 수석 대변인`으로 깜짝 발탁된 이래 늘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인물이다. 박 대통령은 `불통 인사`논란에도 불구하고 그를 거듭 요직에 기용해 결과적으로 화를 자초한 꼴이 됐다.
특히 미국경찰이 수사 사실을 발표하기에 앞서 윤 전 대변인이 일정을 중단하고 급거 귀국한 것은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이번 사건으로 인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점이 다시 한번 입증됐다. 현재로서는 피해자 측의 일방적 주장만 알려져 일방적으로 매도하기에 조심스럽지만 국제적 망신을 초래한 이번 사태의 진상과 책임소재는 분명히 가려야 한다. 그리고 대국민 사과 등 필요한 후속조치는 물론이고 불통인사의 폐해를 직시해 두번 다시 이런 인사가 요직에 등용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