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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디셀러같은 배우가 돼야죠”

연합뉴스
등록일 2012-01-18 21:15 게재일 2012-01-18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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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려원 영화 `네버 엔딩…`서 주인공 오송경 역

배우 정려원이라는 말은 이제 사람들에게 익숙하다. 걸 그룹 `샤크라`에서 인도 여인의 복장을 하고 `한`을 부르던, 젖살이 채 빠지지 않은 소녀의 모습은 이제 찾아볼 수 없다.

`아이돌`에서 `배우`로 변신한 지 이제 10년. 한국영화가 침체기에 접어들고 여배우들이 살아남기 어려운 구조가 됐지만, 정려원은 한 해에 2편 이상의 영화를 선보이는 정상급 여자 배우로 성장했다. 지난해에도 김주혁과 함께 `적과의 동침`을, 권상우와는 `통증`을 찍었다.

드라마 `샐러리맨 초한지` 촬영 때문에 인터뷰 시간을 빼기 어려워 주말인 14일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정려원을 만났다. 지난 일주일간 8시간밖에 수면을 취하지 못한 그녀의 얼굴은 피곤해 보였다.

“좋아하는 일이니까 이 정도 피곤은 감수해야죠.”

살며시 웃는 얼굴에도 피곤이 묻어났다. 그러나 피곤을 물리치고 곧바로 드라마의 장점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즉각적으로 반응이 오잖아요. 그런 점은 장점이죠. 만약 연기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촬영일정을 소화하는 건 마취 안 하고 생니를 뽑는 것만큼이나 고통스러울 거예요. 물론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데 드라마까지 히트한다면 금상첨화죠. 포상 휴가 가는 느낌일 겁니다. `샐러리맨 초한지`가 잘돼야 할 텐데요.”(웃음)

최근 몇 년간 영화에 집중하고 있지만, 드라마는 그녀에게 연기의 즐거움을 알게 해준 고향 같은 곳이다.

“샤크라 활동 시절, 아무 생각 없이 일정을 소화하다가 아침 드라마에 출연하게 됐어요. 구성원들에게는 미안한 얘기지만 노래 연습보다 연기하는 게 훨씬 재밌더라고요. 뭔가 살아있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노래를 부를 때는 그냥 물에 떠있는 느낌이었는데, 연기를 할 때만큼은 물속에서 수영하는 것 같았어요.” (웃음)

그러나 전문 연기자의 길은 쉽지 않았다. `샤크라` 활동을 그만두고 나서 1년째 오디션만 봤고, 대부분 낙방했다. 가족은 모두 호주에 있기에 누구에게 편하게 의지할 형편도 아니었다. 수중의 돈은 점점 메말라갔다.

자포자기한 채 호주로 돌아가려는 찰라, `내 이름은 김삼순`에 캐스팅됐고, 드라마는 공전의 히트를 쳤다. 한국에 2주 놀러 왔다가 소속사에 눈에 띄며 가수 생활을 한 그녀가 13년째 한국에서 연예인 생활을 할 수 있었던 두 번째 변곡점이었다.

영화로 말문을 돌렸다. 오는 18일 개봉하는 `네버 엔딩 스토리`는 뇌종양 진단을 받은 은행원 송경(정려원)이 똑같은 병명을 진단받은 태권사범 동주(엄태웅)와 죽음을 앞두고 사랑을 나눈다는 이야기다. 정려원은 다이어리를 빼곡히 채우는, 모든 일을 계획해서 하는 꼼꼼한 스타일의 여성 역을 맡았다.

영화에 드라마, 그리고 할리우드 진출까지 노리는 바쁜 배우 정려원. 어느덧 10년차가 넘은 중견이 된 그에게 어떤 배우가 되고 싶으냐고 물으니 “신뢰를 받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말이 돌아왔다.

“저 배우가 나오는 영화는 그냥 보고 싶다는 느낌이 드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돈요? 돈에는 큰 욕심이 없어요.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한 필요조건일 뿐이죠. 그리고 열심히 연기하다 보면 돈은 부수적으로 따라오지 않겠어요?(웃음). 아직 기술적으로는 많이 부족해요. 열심히 공부해서 `베스트셀러`처럼 단번에 인기를 얻는 배우보다는 `스테디셀러`처럼 꾸준하게 신뢰감을 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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