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경주 괘릉초등학교 교장 박정재
학령 인구 감소로 폐교위기 겪다
2019년부터 실시한 도교육청 사업
‘작은 학교 자유학구제’ 도입 후
학생 늘고 ‘작지만 강한 학교’로

박정재 경주 괘릉초등학교 교장.
“괘릉초등학교로 오세요. 희망이 새록새록 살아나고 있습니다”

다양한 아이디어로 교육력을 회복해 폐교위기에 처한 시골 학교를 작지만 강한 학교로 육성해 농어촌 학교 우수사례로 호평받고 있는 괘릉초등학교 박정재 교장의 자부심은 매우 높아 보였다.

경북 경주시 외동읍 신계입실길에 위치한 괘릉초등학교는 전교생 54명에 불과한 작은 학교지만 개교 62년의 만만찮은 전통을 자랑한다. 경주에서도 외곽지에 위치해 있는 이 학교는 농산어촌 학령인구 감소로 폐교 논란을 겪었다. 그러나 지난 2019년부터 경북도교육청이 실시하는 소규모 학교를 살리기 위한 특색사업인 ‘작은 학교 자유학구제’를 도입한 후 학생 수가 늘어나는 등 위기를 극복해 학생 수가 늘어나고 있다.

지난달 28일 박정재 교장을 만나 그 비결을 들어봤다.

-경북도교육청의 작은 학교 자유학구제를 소개한다면.

△작은 학교 자유학구제는 작은 학교 학구를 큰 학교 학구까지 확대·지정해 큰 학교 학생들이 주소 이전 없이 작은 학교로 일방향 전입이 가능하도록 학교 선택권을 주는 제도로 소규모 학교의 학생 수 증대를 통해 학교를 활성화하고 작은 학교 적정규모화를 통한 농산어촌 교육 여건 개선을 위해 지난해부터 시행하고 있다. 올해 작은 학교 자유학구제를 운영 중인 학교는 초등학교 97개교, 중학교 11개교이며 초등학교에 298명, 중학교에 79명의 학생이 큰 학교에서 작은 학교로 전·입학했다.

-‘자율과 협력의 ART로 참 삶을 가꾸는 행복한 학교’를 비전으로 하고 있는데, 이는 어떤 것인가.

△인간은 스스로 자신의 삶을 선택하며 자율적으로 살아갈 때 어떤 보상이 주어지지 않더라도 자발적 내적 동기를 바탕으로 더 발전할 수 있는 존재다. 스스로 선택한 삶 속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결정하며 실천하는 과정에서 실패에 대한 쓴 경험도 우리들의 성장을 위한 좋은 배움의 과정이 될 것이다. 자신의 삶과 타인의 삶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의 자율성은 괘릉 공동체 구성원으로서의 책임과 적절한 조화를 이루어 낼 수 있다. 또한 인간은 혼자서 살아갈 수 없는 존재이다. 그래서 본교는 공동체를 지향한다. 친구의 아픔이 나의 아픔이 되는 곳, 나의 행복이 우리 모두의 행복이 될 수 있는 곳, 그래서 공동체 구성원 서로가 경쟁자가 아닌 서로의 삶을 더 행복하게 해주는 협력자가 되길 꿈꾸고 있다. ART의 A는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건강한 어린이, 즉 Activity(도전)를 나타낸다. 이는 체육 예술 감수성, 생태 감수성, 문화이해능력의 하위영역을 포함한다. R은 배움을 즐기고 지혜를 키워가는 어린이, 즉 Research(지혜)를 나타낸다. 이는 기본학습능력. 자기관리능력, 문제해결 능력의 하위영역을 포함한다. T는 나눔과 배려로 더불어 살아가는 어린이 즉 Together(공감)을 나타낸다. 이는 대인관계 능력, 민주시민, 의사소통의 하위영역을 포함한다. 각 영역의 머리글자인 ART는 본교 학생이 키워야 할 핵심역량이면서 이는 또한 ART가 갖는 본래의 의미인 ‘예술’을 함의하고 있어 본교 교육과정은 ‘ART’라는 핵심영역을 키움과 동시에 그 과정 자체가 예술적이며 ‘예술’처럼 향유하고 즐기고 가꾸어 가는 행복학교임을 의미한다.

-괘릉초등학교만의 특별한 교육 프로그램은 무엇인가.

△괘릉초등의 교육 프로그램은 자연을 사랑하고 사람을 존중하며 문화와 예술을 향유하고 삶의 가치를 실천하여 세상을 이롭게 하는 글로벌 인재를 기른다는 교육 목표를 두고 있다. 교육 목표에 따른 프로그램은 ART를 중심으로 한 △체육 예술 감수성 △생태 감수성 △문화이해능력 △기본학습능력 △자기관리능력 △문제해결 능력 △대인관계 능력 △민주시민 △의사소통 등 핵심역량 아래 교육 중점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지역과 함께 하는 마을교육공동체 행사, 자율·협력 중심의 인성교육, 가족과 함께하는 체험프로그램, ‘같이’의 가치, 따뜻한 배려! 경청, 인성덕목 실천 등을 주제로 한 활동과 중간놀이 시간을 30분으로 늘인 ‘더 놀자’등 다양하고 특색있는 프로그램들을 진행하고 있다.

-희망 넘치는 학교로 거듭나기 위한 각오는.

△2020학년도까지 시설 및 환경 개선, 자유학구제로 인한 테마 학습 등으로 작지만 강한 학교로 도약을 시작했다면 2021학년도에는 작은 학교 가꾸기 사업의 확보된 예산으로 교육여건 개선에 좀 더 애를 쓰고 교육공동체가 머리를 맞대고 짜낸 본교의 특색있는 교육과정을 충실히 운영할 계획이다. 무엇보다 경상북도교육청과 경주교육청의 기본 방침인 ‘삶을 풍요롭게 하고 미래역량을 키우는’ 교육과정에 충실하면서 본교의 특색이 녹아있는 교육과정을 운영하고자 한다.

-앞으로의 바람이 있다면.

△경북 교육청의 ‘작은 학교 가꾸기 사업’이 3년간 지속될 것인데 계속 잘 추진되어 전교생 수가 안정적으로 확보되기를 바란다. 굳이 도시로 가지 않고 농촌에서도 충분히 학부모가 원하는 질 높은 교육을 다 받을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하기를 소망한다. 또한 자유학구제 정책을 같은 시군으로 제한하지 말고 타 시도와 업무협약을 맺어 광범위하게 실시했으면 한다. 본교가 울산광역시와 인접해 있고 실제로 전·입학 문의도 울산에서 많이 오나 자유학구제로 인한 전·입학 범위가 경주 시내로 제한되어 있어 본교 전입으로의 한계가 있는 아쉬움이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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