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 명절맞이… ‘언택트’로 건강 확인하는 법
난청에 시력까지 떨어졌다면 치매 가능성 높아
단기 기억력에 문제 있다면 노인 우울증 의심을

명절은 오랜만에 고향에 계신 부모님을 찾아뵙고 건강을 살펴볼 기회다. 이번 설에는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세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5인 이상 모임 금지와 같은 거리두기 조치를 내놓으면서 이동을 자제해달라고 앞서 당부했다. 지역 간 이동으로 감염이 확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무증상 감염자가 고향에 있는 친인척이나 부모에게 코로나19를 전파시켜 신규 확진자가 큰 폭으로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모님이 고령인 데다 평소 만성질환을 앓고 있다면 더욱이 코로나19에 감염되기 쉽고 회복이 어려울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직접 얼굴을 마주하고 불편한 곳은 없는지 확인해볼 수 없다면, 전화로 몇 가지 질환을 확인해볼 수 있다.

우선 부모님과 통화할 때 목소리가 자꾸만 커진다면 노인성 난청을 의심해볼 수 있다. 상대방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다 보니 자신의 목소리가 되려 커지거나 아예 통화 자체를 꺼리게 되는 것이다. 노인성 난청이 있으면 ‘스’ ‘츠’ ‘트’ ‘크’ 발음이 들어간 단어가 특히 잘 들리지 않는다. 예를 들어 ‘스포츠 프로그램 보고 계세요?’라고 물었을 때 잘 알아듣지 못하고 ‘뭐라고?’ 반문하는 식이다. 이처럼 했던 말을 반복해서 되묻는 증상이 관찰된다면 노인성 난청을 의심해봐야 한다.

노화로 인해 자연스레 청각 기능이 떨어지는 현상이라고 가볍게 여기기보단 노년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라도 빠른 시일 내 병원을 방문하길 전문의들은 권한다.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 관계자는 “난청을 치료하지 않고 증상을 방치할 경우 뇌에 청각 자극이 제대로 되지 않아 인지기능이 떨어질 수 있으므로 최대한 빨리 보청기를 사용하거나 재활 훈련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보청기를 구입한다면 환자의 나이와 청력 정도, 귀 질환 유무, 외이도 상태 등을 고려해 적합한 제품을 고르는 것이 좋다.

난청과 함께 최근 들어 부모님 시력까지 크게 떨어졌다면 치매를 의심해봐야 한다. 지난해 미국 워싱턴대학 보건대학원 연구팀이 75세 이상 노인 2천51명을 대상으로 8년간 진행한 연구 결과에서 난청과 시력손실이 겹친 이중감각장애 노인은 청각과 시력이 정상인 노인들보다 치매 발생률이 87%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흔한 형태의 치매인 알츠하이머 발병 위험은 112%나 높았다. 그러나 시력이나 청각 장애는 뇌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혀서 발생하는 혈관성 치매와는 무관한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난청이나 시력 손실과 같은 감각장애가 사회적 고립, 우울증, 신체활동 부족으로 이어지면서 치매위험 요인으로 작용해 인지장애 등을 유발한다”고 풀이했다.

부모님의 기억력이 예전 같지 않다고 해서 무조건 치매라고 보긴 어렵다. 통화를 하면서 ‘어머니, 그런데 오늘이 무슨 요일이죠?’‘저녁에 무슨 반찬 드셨어요?’라고 물었을 때 선뜻 대답을 하지 못한다면 단기 기억력 저하를 의심해볼 수 있다. 기억력 저하라고 해서 모두 같은 치매가 아니다. 이미 진행된 치매는 장기 기억력 저하와 관련이 깊다. 오래된 일이 아니라 오늘 날짜나 요일을 묻거나 근래 있었던 일에 대한 질문에 대답을 망설인다면 치매보단 노인 우울증을 의심해봐야 한다. 우울증이 있으면 뇌 전두엽 기능이 떨어지면서 단기 기억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치매로 병원을 찾는 사람 10명 중 4명이 우울증 환자일 정도로 증상이 비슷하다. 가족들의 관심으로 우울감이 호전되기도 하지만, 우울증이 악화하면 다른 치매 발병 위험이 커질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증세가 심하다면 가까운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 상담이나 치료를 적극적으로 이용해야 한다고 전문의들은 강조한다.

올 설 명절에 고향 방문이 어렵다면 고령의 부모님을 위해 미리 연휴동안 문을 여는 지역 의료기관을 확인해두는 것도 도움이 된다. 각 지역 보건소 홈페이지를 참고하거나 129(보건복지콜센터), 119(구급상황관리센터)를 통해 안내받을 수 있으며 응급의료포털, 보건복지부 홈페이지, 응급의료정보제공 애플리케이션으로도 찾을 수 있다. 포털사이트에서 ‘명절병원’을 검색하면 응급의료포털이 상위에 노출된다. /김민정기자 mj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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