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댁서 오라네요… 신고 좀 해주세요”
“시댁서 오라네요… 신고 좀 해주세요”
  • 김민정기자
  • 등록일 2021.02.03 20:11
  • 게재일 2021.02.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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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까지 거리두기 연장 결정됐지만 명절 앞둔 며느리들 하소연
“과태료 10만원 무슨 소용” 맘카페 등서 강력한 제재 등 한목소리
‘누가 신고 좀 해주세요. 설에 서울 형님네가 포항 내려온다네요.’

‘저희도 신고해주실 수 있나요? 친정 식구들은 안 모이기로 했는데, 시댁에선 애들 데리고 오라고 하시네요.’

지난 2일 포항 맘카페에 ‘명절에 모이시나요?’라는 게시글이 올라오자 시댁이나 친정 방문 여부를 놓고 고민 중인 며느리들의 하소연과 함께 신고를 부탁한다는 댓글이 연이어 달렸다. 최근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설 연휴까지 5명 이상 대면 모임을 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렸지만, “그래도 명절인데 얼굴은 봐야지” “우리 손주들 데리고 올 거지?”라는 어른들 때문에 며느리들은 속앓이 중이다.

코로나19가 며느리들의 ‘명절 스트레스’마저 가중시키고 있다. 설 명절을 앞두고 방역 당국이 5인 이상 모임 금지와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를 연휴까지 유지하기로 했는데, 정작 주부들 사이에서는 “시댁이나 친정에 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안 가려니 마음이 불편하다”며 볼멘소리가 나온다.

지역에서도 맘카페와 같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고향이나 친척집에 가야 할지 고민하는 글이 연일 올라오고 있다. 방역 당국의 조치와는 상관없이 시댁에 미운털 박힐까 봐 가야 한다는 며느리들은 벌써부터 울상이다. 5인 이상 모임 적발 시 인당 10만원의 벌금을 물린다는 데도 웃어른 눈치가 보여 고향에 가야 한다는 성토가 이어지면서 ‘누가 우리집 신고 좀 해달라’고 호소하는 주부들도 있다.

“벌금 내줄 테니 오라”는 시부모 사례는 맘카페에서 연일 화제가 돼 며느리들 입방아에 올랐다. 익명을 요청한 30대 주부 회원은 “옆집에서 신고해도 벌금을 감수할 테니 걱정말고 설에 꼭 시댁 오라는 전화를 받았다”며 “거기다 평소엔 부모한테 연락도 자주 안 하는 남편이 명절 앞두고 효자인 척 고향에 꼭 가야 한다고 거들어 부화가 치밀었다. 가족들 몰래 내가 신고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이 시국에 굳이 모이겠단 친척들도 며느리 입장에서는 반갑지 않다. 결혼 후 첫 설 명절을 맞는다는 A씨(31·포항시 북구)는 “시누이랑 형님네가 애들까지 데리고 집에 오겠다는 데 대놓고 말은 못하고 속만 태웠다”며 “코로나 확진자는 매일 수백명대 나오는 마당에 누가 반긴다고 꾸역꾸역 오겠다는 건지 도무지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가뜩이나 차례상 준비 등으로 명절마다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며느리들은 올해 특히 시댁 눈치에 코로나 걱정, 정부의 거리두기 조치 사이에 끼어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명절에 오지 말라고 먼저 연락 왔다는 어른들은 그야말로 남의 집 얘기다.

결혼 후 10여년 째 명절 음식을 손수 준비한다는 40대 주부 B씨는 “코로나가 걱정되긴 하지만 시부모님이 오라고 하면 가야 하는데 거리두기가 무슨 소용이냐”며 “집안에서 첫째 며느리인 데다 시댁에서도 오지 말란 얘기를 꺼내지 않아 아무래도 가야 할 것 같다. 우리나라 정서상 부모가 먼저 ‘오지 마라’고 하지 않는 이상 현실적으로 명절에 시댁 안 가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주부들은 ‘명절에 집집마다 점검 나왔으면 좋겠다’ ‘벌금 10만원이 뭐냐, 인당 100만원은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설 연휴에 5인 이상 모임 여부를 가정마다 일일이 확인하기 어려운 만큼 정부는 개인방역 준수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크고 작은 산발적 감염이 잇따르고 있어 확진자 규모는 언제든 다시 커질 수 있는 상황이다.

손영래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지난달 31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아직도 수백명 대의 신규 코로나 환자가 나오고 있고 전국적인 발생 양상이 지속되고 있다”며 “이 같은 상황에서 재확산까지 일어난다면 짧은 시간 내 수천 명의 환자가 발생해 ‘대유행’으로 번질 위험이 크므로 설 연휴에 한곳에 모이는 일은 최대한 삼가고 비대면으로 안부를 전해달라”고 당부했다.

/김민정기자 mj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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