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만 명 풀링검사비 27억 추정
예비비·재난관리금서 先지급 후
국비 받을 작정이지만 지원 불투명
의회 승인마저 없이 강행 ‘눈총’

포항시의 이번 코로나19 행정조치와 관련해 포항시의회와 단 한차례의 협의조차 없었던 것으로 드러나 ‘지방의회 패싱’ 논란이 일고 있다.

포항시는 26일부터 31일까지 포항시 동지역과 주요 소재지의 가구당 1명 이상은 반드시 코로나19 검사를 받도록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엿새 동안 약 18만명의 포항시민을 대상으로 한 풀링검사 비용으로 27억원(1인당 1만5천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하고 포항시는 이를 질병관리청에 요청했다.

26일부터 대규모 코로나19 검사가 시행됐지만, 포항시는 여전히 정부로부터 관련 예산을 단 한 푼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향후 국비 지원이 아예 이뤄지지 않거나, 한껏 축소된 금액만 지급될 것으로 정관계 관계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결과적으로 포항시 예비비나 재난관리기금 등을 통해 검사와 관련한 예산을 선(先)집행한 후, 정부의 혹시모를 예산 지원 또는 추경을 통해 메울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포항시의회 의원들 사이에서는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지자체가 미편성된 예산을 사용하기 위해선 사전에 지방의회에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하나, 이번 사안을 두고 포항시는 어떠한 이야기도 포항시의회에 전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무시당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26일 오전 포항시의회 제280회 임시회 본회의에 앞서 열린 전체의원 간담회에서 김상민 포항시의원은 “포항시민들이 행정명령으로 상당한 혼란을 겪고 있다”며 “이번 사안과 관련해 의회와 어떤 협의가 됐었냐”고 의문을 제기했고, 정해종 포항시의장은 “의회와 소통이 없었다”며 “(행정에)아쉬움이 있다”고 답변했다.

익명의 한 포항시의원은 “감염병 확산방지라는 명분과 특수한 상황이라는 건 이해하지만, 시민들의 대표인 시의원들에게 한마디도 없이 이런 일을 벌인다는 게 사실 어이가 없다”면서 “예산의 문제를 떠나 시의회가 정책 결정 과정에서 아예 무시당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포항시 관계자는 “예산의 경우 오늘부터 검사한다고 해서 돈이 바로 들어가는 건 아니다”면서 “중요한 건 검체빈데, 국비를 받으려고 계획하고 있다. 계속 건의 중에 있다”고 말했다. /이바름기자 bareum90@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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