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코로나 의무검사 ‘대혼란’

포항시가 가구당 1인 이상의 코로나 19 검사 행정명령을 시행한 첫날인 26일 승차방식의 검사소가 있는 북구 한마음 체육관 방향 도로에 온종일 검사차량이 1km가 넘게 줄지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한 시민은 “양덕사거리에서 검사소에 도착하는데만 1시간 30분이 걸렸다”며 “검사 인원 분산에 대한 대책도 없이 행정명령을 내린 거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용선기자 photokid@kbmaeil.com

포항시청의 깜짝 행정명령에 포항시 전체가 들썩였다. 명령 개시 첫날부터 혼란 속에서 불편을 겪었던 시민들은 비난의 화살을 포항시에 퍼부었다.

심지어 의료계에서도 이번 결정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어 포항시의 상황 수습이 쉽지 않아 보인다. 일각에서는 더 늦기 전에 행정명령 철회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하고 있다.

앞서 지난 25일 포항시는 ‘26일부터 오는 31일까지 엿새 동안 모든 동 지역과 연일읍·흥해읍의 1가구당 1명 이상이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의 행정명령을 내렸다.

“일주일 동안 이를 안전하게 검사할 역량이 충분하다”는 포항시의 호언장담과 달리 검사 첫날부터 시민들은 큰 불편을 겪었다. <관련기사 4면>

일단 포항시는 지난 25일 오전 행정명령을 내릴 당시 “의무적으로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 외에 그 어떤 구체적인 준비상황도 밝히지 않았다. 이후 오후 10시 30분이 돼서야 시민들에게 ‘검사 관련 진료소 시간 및 장소 안내’를 안전안내문자로 알렸다. 검사 시작 전부터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모습을 보인 것.

출발 전부터 삐걱거린 모습은 시민의 공감을 얻지 못하며 곳곳에서 우려를 불러왔고, 막상 26일 뚜껑을 열자 상황은 생각보다 더욱 심각했다.

행정명령을 위해 마련한 읍·동별 선별검사소가 오후 2시부터 문을 열기로 하자, 검사를 받으러 나온 시민들이 기존 선별진료소로 몰려들며 아비규환을 방불케 했다. 이에 남·북구보건소를 비롯한 양덕한마음체육관에는 사람과 차량이 한꺼번에 몰리며 대혼란에 빠져들었다.

검사 이후 자가격리 여부도 논란이 됐다. 보통 증상이 있어 검사를 받을 경우, 다음날 결과가 나오기 전 하루 동안 자가격리를 하는 것이 지침처럼 시행돼 왔다. 그러나 포항시의 전례 없는 전 가구 대상 행정명령은 그 규모만큼이나 자가격리 수도 늘어나 이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 시에 빗발쳤다. 결국 포항시는 뒤늦게 이러한 논란들에 대한 설명을 하고자 행정명령 관련 Q&A를 만들어 SNS와 시청 홈페이지 등에 게재했다.

이 외에도 행정명령 시행과 관련해 포항시의회와 단 한차례의 협의조차 없었던 것으로 드러나 ‘지방의회 패싱’ 논란이 일고 있으며, 검사 역량에 대한 부분 역시 논란을 떠나 기한 내에 수행하기가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사실처럼 여겨지고 있다. 즉 검사 예상 인원이 20만명 정도로 예측되고 있는데, 엿새간 이를 소화하려면 하루에 적어도 3만명 이상은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일부 동에서 하루 최대 검사 인원을 500명으로 제한하는 등의 조치를 한 것으로 미뤄보면, 일일 3만명 검사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인다.

각종 문제점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포항시가 쏘아 올린 행정명령이라는 작은 공은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이르렀다. 26일 작성된 ‘감염자 색출에만 급급해 일방적으로 코로나 검사 시행을 명령한 포항시의 행동을 멈추게 해주세요’라는 제목의 국민청원은 이날 오후 6시 기준 참여인원이 3천800명을 넘어섰다.

지역 의료계에서는 더 늦기 전에 포항시가 행정명령을 취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각종 문제점은 차치하고, 효용성 하나만 따지더라도 전 가구를 모두 검사하는 것은 방역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견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료계 관계자는 “포항시 전체를 봉쇄하지 않는 이상 집단 면역이 없는 상황에서 전 가구를 대상으로 검사를 하는 것은 방역적인 측면에서 아무런 의미도, 효과도 없다”며 “이번 행정명령 결정 과정에서 포항시가 의료계와 충분한 논의를 거쳤는지 의구심이 든다.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이 최선의 방법인 만큼 지금이라도 더 늦기 전에 시민이 공감할 수 있도록 행정명령을 취소해야 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전준혁기자 jhjeo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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