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또다시 구속됐다. 서울고법 형사1부는 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에게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삼성이 출범한 준법감시위원회의 실효성을 재판부가 어느 정도 인정하리라던 일각의 예상은 빗나갔다. 재판 결과는 망국적 권경유착의 고리를 끊어낸다는 교훈적 의미가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대표 재벌 기업의 ‘총수 부재’라는 시련과 경영계 전반의 타격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부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부터 그룹 경영권 승계 작업에 도움을 받는 대가로 최서원씨(개명 전 최순실) 딸 정유라씨에게 승마 훈련 비용을 대준 혐의(뇌물공여) 등으로 2017년 2월 처음으로 구속기소 됐었다. 2심 재판부는 승마 지원금 중 용역 대금 명목의 36억 원만 뇌물로 인정해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2019년 8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심이 무죄로 판단한 말 구입대금 등을 뇌물에 추가하라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벌 총수라도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이번 판결을 기점으로 ‘불법 경영권 승계’ 등 재벌의 적폐와 함께 기업에 대한 정치권의 갑질도 근절돼야 할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의 범람으로 인해 만신창이가 된 국내외 경제 환경이 문제다. 법원의 판결을 존중하지 않을 도리는 없다. 나라의 간판 기업이자 미래 먹거리를 키우고 있는 글로벌 초일류 기업 삼성그룹 총수의 구속사태가 초래할 파장을 생각하면 아쉬운 측면이 없지 않다. 당장 대외신인도 평가에서부터 부정적 요인이 되리라는 것이 경영계의 우려다.

재판 과정에서 이 부회장은 반성과 참회의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지난해 5월 ‘대국민 사과’에서 4세 경영 승계 포기를 약속한 것은 인상적이었다. 이번 판결이 권력과 결탁한 재벌의 유전무죄(有錢無罪) 부조리를 말끔히 청산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아울러 이 부회장의 구속사태가 일으킬 부정적 파장을 경영계가 잘 극복해낼 수 있도록 각계 구성원이 합심해야 할 때다. ‘교훈’을 넘어 건강한 자양분을 새롭게 만들어내는 지혜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