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서 우려내는 예술, 학문으로 전승”
“삶에서 우려내는 예술, 학문으로 전승”
  • 윤희정기자
  • 등록일 2021.01.19 19:07
  • 게재일 2021.01.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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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경숙아트연구소장 서양화가 박경숙
박경숙 박경숙아트연구소장.
박경숙 박경숙아트연구소장.

포항 중진 서양화가 박경숙 작가가 지난해 11월 중앙로 문화예술창작지구 꿈틀로 내에 ‘박경숙아트연구소’를 열었다. 작고 오래된 2층 공간인 연구소는 전시회와 더불어 아카이브, 조사·연구, 아티스트 워크숍이 한자리에서 가능하도록 설계된 공간이다. 지역 최초 큐레이터이기도 한 박 작가는 오랫동안 축적된 경험들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지속적인 기록 작업을 하기 위한 연구소를 열어 오랜 염원을 실현했다. 박 작가를 19일 만났다.

 

 포항 꿈틀로에 연구소·미술관
‘박경숙아트연구소’ 개소
 지역인물과 자료 등 발굴·재조명
 내달까지 ‘어게인 1981’ 첫 기획전

-연구소를 연 소감은?

△어느 날 문득 세월의 두께를 품고 있는 추억의 자료들을 마주하는 일이 있었다. 오래된 팸플릿을 보면서 낡은 옛것 또한 꿈틀거리는 생명을 품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 자료들은 행복감과 삶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해 주었다.

행복이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 주변의 평범한 일상이 진정한 삶의 본질이고 철학인 것을 깨달았다.

예술은 삶에서 우려내어진다. 다양한 인간의 삶의 모습을 담은 정신적 산물이기도 하다. 인간의 정신적 영역 활동과 가치 탐구가 인문학이라면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여기가 세계의 중심 무대이며 살아가야 할 의미를 찾아야 할 곳이라고 생각했다.

우리 동네 문화예술사의 인물, 자료 등 소진될 우려가 있는 것을 연구소를 통해 발굴 및 재조명하고 기록하고자 한다. 그 취지에 대한 지역 예술인들의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낀다.

사랑방 같은 공간이 없는 지역 화단에서 사람의 정이 묻어나는 문화공간이 만들어져서 기쁘다는 반응도 기분이 좋다. 전시회가 열릴 때는 공간 명칭은 ‘다락방미술관’으로도 불리게 된다.

-연구소가 기획한 첫 전시회인 ‘어게인 1981년’전이 주목받고 있다. 소개해 달라.

△‘어게인 1981년’전은 현재 포항 화단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50대와 60대의 미술가들의 젊은 시절에 제작했던 작품들과 아카이브 자료들을 전시하고 있다. 과거 아카데미 극장을 중심으로 포항청년미술 문화가 시작되었고 이들에 의해 본격적인 포항 화단이 형성되었다는 점을 상기하기 위한 기획이다.

1981년 ‘향토미술회전’과 1988년 창립된 ‘포항청년작가회’를 중심으로 마련된 전시이며, 향토미술회전의 창립연도를 전시 제목으로 잡았다.

현재 포항 화단이 다소 생기를 잃어가는 분위기에서 다시 한번 포항 화단의 열정과 신선함이 회복되기를 바라고자 함이다. 아울러 1980년대의 지역 화단을 재조명하고, 역사적 인식을 제고하는 한편 기록을 남기고자 마련됐다. 무엇보다도 순수성을 찾아보기 힘든 요즈음 과거 풋풋한 청년 미술문화를 엿보고 인문학적인 요소들인 주요공간, 인물, 사건들을 기록하고 추억해 보고자 준비했다. 원래 지난해 11월 27일까지 전시 기간이었으나 올해 2월 말까지 연장 전시가 되고 있다.
 

박경숙아트연구소의 첫 기획 전시회 ‘어게인 1981년’전.
박경숙아트연구소의 첫 기획 전시회 ‘어게인 1981년’전.

-경북 대구 근대미술사 아카이브를 정리하고 있는데?

△포항의 미술문화는 표면적으로는 깊이가 없는 빈곤한 미술사라고 생각할 수 있다. 겸재 정선을 제외하고 곽석규를 시발점으로 보면 근 100년사를 갖고 있다. 우리 지역 출신 작가들을 포함해 국내 유명작가가 우리 지역 풍경을 남긴 작품들이 미술 교과서에도 실릴 정도로 유명한데, 정작 지역민들은 거의 아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 안타까웠었다. 지역 근대작가들은 현대 작가로서의 위상과 함께 교육자로서, 지역 미술 발전을 위한 행정가로서 이룩해낸 괄목한 업적으로 인해 문화인적 자원으로서의 경쟁력이 매우 크다.

1900년대 활동했던 영일 출생인 곽석규, 포항 출신 한국 현대미술의 거장 장두건·장석수 등을 포함해 김종영·황술조·손일봉·서창환·김우조·이경희·최종모·조진수·조희수 작가 등은 타 지역 출신으로 지역에 머물거나 우리 지역을 사랑해 직·간접적으로 포항 미술사에 영향을 크게 끼친 작가들이다. 또한 배원복·권영호·김두호 작가는 초기 포항 화단 형성에 일조와 더불어 지역을 지키며 차세대를 길러온 작가들이다. 이들을 통해 포항만이 가지고 있는 문화 인적 자원이 스토리텔링화 될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지고, 지역 전통예술을 살아 있는 학문으로 전승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록, 조사하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과 바람은?

△잊히고 기록되지 않았던 포항문화예술 특히, 미술 부문의 발자취와 인물, 그들의 작품제작 동기 등 각종 자료 발굴과 수집, 재조명하는 전시회와 함께 우리 지역만이 가지고 있는 미술문화를 특성화된 문화 예술적 자원으로 쓰일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연구, 조사할 생각이다. 앞으로 이런 자료들이 보다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책으로 발간을 할 계획이다. 지지치 않고 끝까지 갈 수 있도록 문화예술인들의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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