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엔 마음의 ‘평화 텃밭’ 일구어 가길”
“새해엔 마음의 ‘평화 텃밭’ 일구어 가길”
  • 윤희정기자
  • 등록일 2021.01.10 18:43
  • 게재일 2021.01.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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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작가 이대환
계간지 ‘평화친구’ 창간
‘포항연구’ 제54호 펴내
‘창사 50년 이후 포스코’ 집필 계획
‘박태준 10주기’도 추진
이대환 작가
이대환 작가

‘슬로우 불릿’ ‘붉은 고래’ ‘큰돈과 콘돔’ ‘총구에 핀 꽃’ ‘박태준 평전’…. 시대적 격랑을 헤쳐 나가며 고투하는 인간의 운명을 큰 서사 구조에 밀도 있게 담아내는 중진작가 이대환(63). 포항에선 한국 최초의 지역연구 및 시민운동 교양지 ‘포항연구’의 창간을 주도한 주인공으로도 유명하다. 최근 ‘평화와 인간’을 성찰하는 계간지 ‘평화친구’를 창간한 데 이어 ‘포항연구’제54호를 펴내는 등 작금의 한국사회에 대해 우리가 함께 생각해야 할 과제들을 여러 방식으로 제시하고 있는 이 작가의 근황을 들어본다.

-새해 소감은?

△지난해 한국사회는 두 바이러스에 시달렸다. 코로나19와 정파(政派) 바이러스다. 코로나19 퇴치는 과학기술에 의존한다. 정파 바이러스는? 이게 마스크만큼 답답하다.

-그 정체는 파악됐는지.

△거룩하게 불러주면 ‘유토피아 병증’이다. 액자 속에 넣어둔 그림을 ‘타블로’라 하는데, 유토피아는 타블로 같은 거다. 인간이 관념과 이념으로 그려보는 상상의 세계다. 그 그림에는 생명성이 없다. 모든 개체가 전체의 조화에 통일돼야 하는 낱낱의 도구에 불과하다. 이래서 유토피아 유혹에 넘어가면 전체주의 함정이 기다린다. 유토피아는 자유와 평등이 완전히 실현된 세계니까 실재할 수 없다. 그래도 이상(理想)이란 희망을 무지개처럼 바라봐야 하는 인간에게 남은 선택지는 현실과 이상의 부단한 대화이다. 이것을 동력 삼아서 자유와 평등의 최대공약수를 찾아가는 여정이 역사의지일 거다. 이런 얘기는 ‘거룩하게’ 봐주는 거고…. 우리 현실은 몰염치의 돌기로 무장한 정파 바이러스에 감염된 상태다. 그들은 자판을 콕콕 쑤셔대는 손가락에 또 하나의 뇌를 장착해 자기 바이러스를 지속적으로 퍼트린다. (웃음)

-지난해 겨울호로 ‘평화친구’를 창간했는데?

△‘평화친구’는 (사)아태평화교류협회가 발행한다. 아태협은 일제 강점기 강제동원 희생자 유골 발굴과 모국 봉환에 헌신해오고 있다. 역대 어느 정부도 못했던 유해 177위를 국내에 모셔왔으니 대단한 일을 해냈다. 코로나 대유행이 끝나면 또 나설 거다. 안부수 아태협 대표의 ‘산산 이 부서진 이름이여’라는 책이 있다. 강제동원에 대해 발언하자면 꼭 읽어야 한다. 아태협은 민족평화, 민족공영으로 활동 범위를 확장했다. 안부수 대표가 내 제자다. 젊은 시절 십여 년쯤 고향에서 국어교사를 했을 때, 내가 그의 담임이었다. 세월이 흘러 삼십여 년 만에 서울에서 재회해 스승의 도리로 ‘평회친구’편집인을 맡았다.

-‘평화 텃밭’이 되고 싶다는 창간사가 인상적이었다.

△어쩌면 인간이 누리는 평화란 ‘앞의 전쟁’과 ‘다음 전쟁’ 사이의 쉼터 같은 게 아닐까. 15권짜리 ‘로마인 이야기’는 죽임과 전쟁으로 점철된 대서사다. 그걸 쓴 시오노 나나미도 피 냄새에 물렸을 거다. 어쩌나. 인류 역사가 그 꼴인데. 그래서 나는 개인의 영혼이 가장 소중한 평화의 근원이라 믿는다. 장편소설 ‘총구에 핀 꽃’에서 ‘작은 인간의 영혼에 평화가 살고 있는 한 평화는 패배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이들을 위한 평화 텃밭이 많으면 얼마나 좋겠나? 거기서 코로나 때문에 생계 문제로 더 많이 고통 받는 자영업 이웃을 따뜻한 마음으로 헤아린다면, 그런 자리가 바로 ‘평화친구’다.

-‘포항연구’ 54호도 나왔다.

△33년째 함께 걸어가는 포항지역사회연구소 벗들의 뜻이다. 2017년 11월 15일, 포항이 크게 흔들렸을 때, 지열발전 공사를 의심했다. 여러 일들을 했고, 그중 하나가 임해도 부소장(전 포항mbc 보도국장)이 대표청구인을 맡은 국민감사청구였다. 지난 세밑에 감사원의 포상을 받았다. 감사청구서와 감사보고서를 다 담아뒀다.

-앞으로의 계획과 바람은?

△유럽 서점에는 평전이 소설보다 많다. 평전, 장편, 잡문을 쓴다. 포항이 포스코와 갈등하니 ‘창사 50년 이후 포스코’도 통찰해 책으로 쓸까 싶다. 근사한 자랑에는 흔히 억지와 과장이 있다. ‘기업시민’이면 먼저 포항시민인데, 과연 실체가 있는지, 사회공헌사업을 학문적으로 포장한 것인지, 시민들도 살펴봐야 한다. 올해는 ‘박태준 회장 10주기’다. 내가 벗들과 기획한 일들이 있다. ‘천하위공 정신으로 일류국가의 길’을 완주한 선생의 생애와 위업을 제대로 추념하겠다. 바람은 지난해 그대로다. 포항은 철강 너머의 시대로, 한국사회는 정파 바이러스를 잠재우고 민족평화시대로 전진하기를! 아, 그리고, 마스크 없이 돌아다녔으면!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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