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인 미만 중소기업에 대한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고용노동부와 중소기업중앙회가 판이한 실태조사 결과를 각각 내놓아 어리둥절하게 하고 있다. 고용부는 대상 기업의 91.1%가 준수할 수 있다고 답변한 것으로 발표한 반면, 중기중앙회 자체조사에선 84%가 준비가 안 된 것으로 나왔다. 현장에서는 여전히 우려와 비명이 계속되고 있다. 코로나 창궐로 인한 최악의 경영환경에서 왜 지금 꼭 이걸 강행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고용부가 지난 6~8월 조사해 발표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 기업의 81%는 이미 주52시간제는 준수하고 있고, 10%는 연말까지 준비가 완료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중기중앙회의 조사결과는 반대다. 최근 ‘중소기업 의견조사’를 통해 중기의 39%가 준비돼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고, 필요 업체만으로 산출하면 비율이 84%까지 올라간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차이는 고용부가 ‘준비 중이나 연말까지 완료 가능하다’는 응답을 ‘준비 완료’로 분류한 한편, 중기중앙회는 이를 준비가 안 된 것으로 분류했다는 점도 한 원인으로 분석된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현장이다. 현장의 목소리와 진짜 사정이 어떤지가 관건이다.

중소기업은 이미 만성적인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올해 중소기업들이 신청한 외국인 인력은 10월말 기준으로 2만여 명에 달하지만, 실제 입국한 외국인 근로자는 10분의 1수준이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내년에도 중소기업 인력 사정이 나아질 가망은 없다.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은 초과·연장 근무수당 감소로 월급이 20%가량 줄어드는 사태를 걱정한다. 퇴근 후 ‘저녁 있는 삶’은커녕 생계유지를 위해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투잡’ 생활에 내몰릴 가능성도 있다. 여차하면 숙련공의 대규모 이직사태도 우려된다. 중소기업들은 속이 타들어 가는데도 국회는 보완 입법을 1년 넘게 방치하고 있다. “주52시간 계도기간 연장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고용노동부와 국회가 중소기업 현장을 실용주의 관점에서 정직하게 바라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