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현장에 원인모를 화재로 건물 1개동 전소… 주민들 불안 고조
시 홈페이지에 ‘안전문제 유발 우려 커 방치 말라’는 청원글도 올라
시 “사업자와 현재 소송 중, 판결 전까진 특별한 조치 어려워” 밝혀

포항시 북구 용흥동에 있는 금광포란재 아파트. 사업 승인 후 23년째 공사가 중단돼 방치된 상태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포항 도심 한복판에 수십 년째 방치된 금광포란재 아파트 현장에서 최근 화재가 발생해 안전대책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25일 오후 4시 15분께 포항시 북구 용흥동 금광포란재 현장 사무실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가 발생했다. 소방당국은 장비 15대와 인력 30명을 투입해 2시간 만에 불을 껐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건물 1개 동이 전부 불에 탔다.

포항시민 김모(49·북구 용흥동)씨는 “공사가 중단된 지 10년도 넘은 건물에서 갑자기 불길이 치솟은 이유를 도무지 모르겠다”며 “이번 화재는 초기 진화를 잘해 큰 피해 없이 잘 넘어갔지만, 만약 다시 한 번 불이 나 불씨가 인근 아파트 단지로 옮겨 붙는다면 대규모 재산피해와 인명피해도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포항시 홈페이지에는 지난 4일 ‘주민의 안전까지 위협하는 금광포란재를 더는 방치하지 마세요’라는 제목의 시민청원 글도 올라왔다. 청원인은 “관리 사각지대에 있던 금광포란재에서 우려했던 일이 터지고 말았다”며 “건조한 날씨를 고려하면 충분히 큰불이 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안전문제를 유발하고 주민 재산권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금광포란재 해결을 위해 포항시가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공사 중단으로 장기 방치된 금광포란재 아파트는 ‘공사중단 장기방치 건축물의 정비 등에 관한 특별조치법’에 따라 행정조치가 가능하다. 시·도지사는 2년 이상 공사가 중단된 건축물이 미관을 저해하고 시민의 안전을 위협할 때 건축주에게 철거명령과 건축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 하지만 정작 포항시는 대책 마련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사업자와 해당 건물에 대한 소송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어떠한 조치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18일 포항시에 따르면 금광포란재 아파트는 (주)성우주택이 지난 1997년 시로부터 북구 용흥동 482-1 외 17필지에 전체면적 5만9천752㎡, 지상 15층 및 지하 4층에 314가구 규모의 아파트 건설 사업 승인 허가를 받아 지어졌다. 그러나 (주)성우주택이 경영난 등의 이유로 2000년 부도를 맞았고, 이로 인해 공사도 멈추게 됐다. 2003년부터는 (주)금광산업이 사업을 인수해 공사를 재진행했지만, 이 회사도 자금난을 겪으며 부도가 났다. 이후 해당 부지는 경매로 넘어갔고, (주)솔빛주택건설이 2010년 부지 낙찰을 받아 공사를 이어가기 위해 포항시에 ‘사업 계획 변경’을 신청했지만 시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부지의 주인은 (주)솔빛주택건설이지만, 건축주는 (주)금광산업으로 각기 소유주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주)솔빛주택건설은 2018년 12월 시를 상대로 행정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1심과 2심 모두 (주)솔빛주택건설의 손을 들어줬다. 시와 보조참가인 (주)성우건설은 판결에 불복해 지난 8월 6일 대법원에 소장을 접수했다.

포항시 관계자는 “건축 공사용 안전펜스 등을 분기별로 유지 보수하며 관리하고 있다”면서 “시민들의 불편을 잘 알고 있지만,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는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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