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여당의 말 뒤집기와 일방폭주, 궤변 선동이 도를 넘고 있다. 지난해 그렇게도 “야당의 비토(veto·거부)권이 보장돼 있어서 절대로 정권 친위대가 될 수 없다”며 야당과 국민을 설득하던 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공수처법)이었다. 그런데 불과 1년도 안 돼서 그 안전보증서를 제거해버리고 위험한 괴물조직으로의 변질을 공언하고 있다. 이쯤 되면 공수처법은 무효다. 공수처법을 놓고 벌이는 더불어민주당의 후안무치에 말이 안 나올 지경이다.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공수처장후보자추천위원회(추천위) 3차 회의는 아무런 성과 없이 종료됐다. 세 차례에 걸친 표결에서 누구도 6표를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추천위는 그 직후 스스로 “추천위 활동은 사실상 종료되었다”고 밝혔다. 기다렸다는 듯이 활동 종료를 선언한 것 자체가 요상하다. 집권 여당의 말처럼 공수처가 그렇게 중대한 조직이라면 겨우 그 정도의 진통에 곧바로 딴마음을 먹는다는 건 말이 안 되지 않나.

174석의 거여(巨與) 더불어민주당은 곧바로 공수처법 개정을 공언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 민주당 소속 법사위원들, 이낙연 대표가 차례로 나서서 ‘중대결심’ 운운했다. 여권은 이미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의 의결정족수를 ‘3분의 2 이상’으로 바꾸는 법 개정안을 민주당 김용민 의원 등이 제출했다. 이 경우 7명 중 5명만 찬성해도 의결이 가능하다. 야당 추천위원 2명이 모두 반대하더라도 공수처장을 임명할 수 있게 돼 비토권은 사라지게 된다.

시장에 하잘것없는 상품을 내다 팔아도 소비자를 위험에 빠트릴 물건은 안 된다는 것은 상식이다. 안전장치가 마련돼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며 우격다짐으로 허가를 받아놓고, 장사에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고 곧바로 안전장치를 떼어버리는 행위라면 용납될 수 없다. 허가 취소는 당연하다. 더불어민주당은 본의든 아니든 결과적으로 국민을 엉큼하게 속인 게 된다. 야당의 비토권이 거세된 공수처법은 나라를 망칠 흉기다. 민주당이 이렇게 막 나가는 건 나라와 역사에 대죄를 짓는 것이다. 그 죗값을 대체 어떻게 감당하려고 다들 이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