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초 시도지사 간담회서 “연방제 수준의 강력한 지방분권제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지방분권이 대한민국의 새 성장 동력이며 시대정신”이라고도 했다. 강력한 지방분권을 통해 지역간 불균형을 혁신하겠다는 대통령의 생각과는 달리 대통령 임기가 후반에 들어선 지금, 지방자치와 관련해 지방의 사정은 나아진 것이 하나도 없다.

20대 국회에 제출됐던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은 국회의 임기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이 법안은 21대 국회에 들어 수정보완을 거쳐 또다시 제출됐으나 언제 처리될지는 미지수다. 어제 지방자치의 날(29일)을 맞아 전국시도지사협의회와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 등 지방 4대 협의체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국민의 70%는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 조속한 시일내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국민의 80%는 지방자치단체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방역에 기여한 것으로 대답했다. 지자체의 권한수준에 대해서는 48.4%가 부족하다고 응답했으며, 74.8%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자치분권의 강화가 필요하다는데 공감했다.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은 분권과 자치강화를 핵심으로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주민참여 권한 강화와 주민투표 등 주민참여제의 실질화, 지방자치단체의 자치권 확립, 중앙·지방 협력관계 정립 등이 주요 내용이다.

30년 전에 제정된 지방자치법은 낡고 시대에 뒤떨어져 수정이 불가피하다. 지방자치의 역량 강화를 위해선 새로운 입법체제 구축이 절실한 것이다.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 완전한 지방분권을 위한 조치는 아니지만 진일보한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국회 처리가 시급하다.

이미 우리나라는 중앙 권력의 비대화로 국가 균형발전의 틀이 상당히 무너져 있다. 인구의 절반이 수도권으로 몰려 수도권은 부동산 가격 폭등, 교통 혼잡 등 사회적 비용 증가가 한계를 넘어섰다. 반면에 지방은 젊은층의 지속적 이탈로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도달해 있는 형편이다.

자치분권은 지방에 살고 있는 사람의 간절한 희망이기도 하지만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정과제다. 조속한 자치분권을 이루는 것이 국가균형발전과 동시에 국가의 경쟁력을 회복하는 길이다.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의 조속한 국회 처리를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