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선생의 여성건강칼럼 난소 종양과 물혹

박영복 산부인과 교수 계명대 대구동산병원
박영복
산부인과 교수 계명대 대구동산병원

최근 60대 여성이 종합병원에서 CT를 촬영한 뒤 악성종양이 강하게 의심된다는 소견을 듣고 두려운 마음에 진료실을 찾아왔습니다. 환자가 들고 온 CT 사진을 보니 종양 크기는 9㎝ 정도였는데, 고음영과 저음영이 공존하는 형태로 다양한 방을 형성하고 있어 악성종양 소견을 받은 것으로 보였습니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 MRI 촬영을 진행했고 판독 소견상 난소의 점액성 낭선종이나 경계성 종양이 의심됐습니다. 단일공 복강경하 난소절제술을 통해 간단하게 종양을 제거했습니다. 최종 조직검사에서 점액성 낭성종으로 판독돼 환자는 큰 수술을 겪지 않고 향후 정기검진만 하면 된다는 소식을 듣고서야 안심하며 귀가했습니다.

이처럼 부인과 검진에서 초음파를 통해 난소에 물혹이나 종양이 발견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환자들은 반드시 수술이 필요한지 궁금해합니다. 난소의 물혹은 크게 기능성 물혹과 종양성 물혹이 있습니다. 2∼3개월 정도 기간을 두고 초음파로 추적검사를 해보면 구분할 수 있습니다.

기능성 종양은 대체로 시간이 흐르면 사라져 버리거나 크기가 급격히 작아지므로 쉽게 감별됩니다. 난포가 커져서 생긴 난포종, 혹은 배란이 되고 남은 조직인 황체에 생기는 황체종이 대표적입니다. 배란 과정에서 혈관이 터지면서 출혈이 동반되는 출혈성 황체낭종도 자주 발견됩니다. 가끔은 출혈이 심해서 혈복강으로 응급수술을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능성 물혹은 한두 달 내에 사라지거나 크기가 급격히 작아지기 때문에 수술 없이 경과만 지켜보면 됩니다.

반면 3개월 이상 추적검사를 해봐도 크기가 작아지지 않고 그대로이거나 오히려 커진다면 종양성 물혹일 가능성이 큽니다. 난소종양은 크기가 웬만큼 커지기 전까지 아무런 증상이 나타나지 않습니다. 종양성 물혹은 양성종양, 경계성 종양, 악성종양으로 나뉩니다. CT 촬영과 같은 영상장치를 통해 감별할 수 있습니다. 양성종양에는 대표적으로 장액성 그리고 점액성 낭선종이 있는데, 크기가 커도 양성이라서 암이 아닙니다. 경계성 종양은 난소에만 국한된 암으로 전이되지 않기 때문에 한쪽 난소만 제거하면 치료가 종결됩니다.

문제는 악성종양입니다. 소위 말하는 난소암을 말합니다. 종양을 제거해 조직검사를 해야만 완벽하게 감별되기 때문에 복강경으로 종양적출술을 할 수도 있습니다. 요즘은 단일공 내지 2공 복강경으로도 제거할 수 있어 수술 부담이 적은 편이라 경계성 난소 종양을 감별하기 어렵거나 혹은 양성이 의심돼도 크기가 크면 수술을 권하기도 합니다.

종양이 나타난 연령에 따라 분류하기도 합니다. 10대나 20대와 같이 젊은 여성에게는 주로 기능성 낭종이 많으며, 드물게 난소 기형종이 발생합니다. 난소 기형종은 종양이 지방조직과 상피세포 조직을 많이 포함하고 있어 초음파에서 고음영으로 보이기 때문에 진단하기 어려울 때가 간혹 있습니다. 이럴 때는 CT를 찍으면 바로 확인할 수 있으며, 난소 기형종은 크기가 클수록 무게 때문에 염전이 자주 발생해 극심한 통증으로 응급수술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하지만 난소 기형종은 악성 종양이 아니므로 종양 적출술만 하고 난소는 보존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30∼40대 여성에서는 낭선종이 흔하며, 악성보다는 양성이 대부분입니다. 폐경기 이후에는 기능성 종양이 생기지 않습니다. 만약 폐경기 이후에 발견된 난소 종양이 5㎝ 이상이면 수술하는 것이 좋습니다. 5㎝보다 작더라도 단순한 물혹이 아니라 방을 많이 형성하면서 혼합된 음영으로 보인다면 수술과 조직 검사가 필요합니다. 요약하자면, 난소에서 발견된 물혹이 경계성이나 악성을 시사하는 소견이 없다면 3개월 정도 경과를 지켜보다가 크기가 줄지 않고 5㎝ 이상 계속 유지되거나 이보다 더 커진다면 수술을 고려해보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