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화진영남대 객원교수·전 경북지방경찰청장
박화진
영남대 객원교수·전 경북지방경찰청장

코로나이후 4차 산업의 기재들이 대폭 늘어날 것 같다. AI, 블록체인, 로봇, 드론 등등. 세상이 빛의 속도로 변하고 있다. 재빠르게 적응하지 못하면 디지털 장애인이 될까 걱정이다. 컴퓨터를 다루지 못하면 컴맹이라고 했다. 디지털 기기가 도처에서 사람의 일상을 제어하는 오늘날엔 자칫하다간 ‘디지맹(디지털장애)’이 될 지도 모른다. 햄버거 가게에서 겪은 일. 종전처럼 주문을 하러 종업원에게 갔다가 기계한테 가라는 타박 아닌 타박을 당했다. 키오스크를 이용하라는 거다. 사람에게 거절당하고 기계를 상대하게 되었다. 얇은 널빤지 같은 화면 가득 형형색색의 상품사진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앞서 줄지어 선 젊은이들이 빠른 눈 놀림으로 상품사진을 선택하고 이어지는 기계의 지시사항을 컴퓨터게임 하듯이 빛의 속도로 손가락터치를 하며 주문을 했다.

어정쩡하게 줄선 상태에서 어떻게 하는 것이지 고민하는 사이 차례가 돌아와 안광(眼光)이 지배(紙背)를 철(徹)하는 눈빛으로 화면의 사진과 글자를 읽고 이해하는 시간을 가진 뒤 연인의 손을 처음 잡는 것처럼 긴장과 설렘으로 뜨덤뜨덤 기계에 손가락을 갖다 될 즈음. “아저씨! 좀 빨리 하세요. 제가 해드릴까요?” 라고 훅 치고 들어오는 젊은이의 신경질적인 목소리가 귓구멍을 막았다. 놀람과 무안함에 흠칫 뒤로 물러섰다. 이후 주문한 햄버거가 어떻게 내 앞에 놓였는지, 목구멍으로 넘어갔는지 알거나 느끼지도 못한 채 허둥거리다 서둘러 햄버거 가게를 나왔다. 허겁지겁 먹은 탓인지 아니면 빛의 속도로 변해가는 시대의 ‘부적응자’가 된 기분 탓인지 그날 오후 내내 속이 쓰리고 마음이 불편했다. 인간을 위해 개발되고 발전하는 4차 산업시스템이 혹시 나같이 소외되는 인간을 양산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4차 산업혁명의 결과물이 치안활동에도 획기적인 효율성을 이끌 것 같다. 장난감 비행기놀이 같았던 것이 ‘치안드론’이라는 이름으로 실종자수색, 행사경비, 심지어 테러범저격 같은 활동까지 하고 있다. 안전을 위한 기계의 발전은 인류에 유익한 것임은 자명하다. 머지않은 장래에 기계경찰도 등장할 것 같다. 최고성능 인공지능으로 작동하는 로봇경찰, 충전과 업그레이드만 시키면 지칠 줄 모르는 활동이 시민의 안전을 완벽하게 책임질 것 같다. 감히 인간경찰이 경쟁할 엄두가 안 날 것이다. 시민은 기계경찰로 인한 최고의 만족감을 기대하며 하루 빨리 그런 날이 오기를 바라고 있을지 모른다. 기계경찰의 경쟁력에 밀릴지 모를 인간경찰의 일자리가 걱정이다. 인간경찰의 생존비법이 시급하다. 주문이 어려워 우물쭈물 거리는 디지맹에게 “제가 직접 주문받을게요.” 라고 따뜻하게 다가오는 종업원이 있다면 디지맹도 햄버그 가게에 가는 일이 두렵지 않을 것이다. 다시 그 가게를 찾고 싶을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우쭐되는 기계경찰을 이기는 방법은 햄버그 가게 종업원 말과 같은 사람의 온기가 아닐까?

“ 범인 1시간 내 잡는다! 디비디비…. 띠띠, 철커덕 철커덕….”(기계강력형사)

“ 아이구 할머니, 얼마나 놀라셨어요!. 이놈의 소매치기 놈들 그냥….(사람강력형사)”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