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한달간 하루 한 곳 이상 폐업
막대한 철거 비용 등 이유로
기약없는 휴업 택한 곳도 많아
수수료 인하·도로점용비 감면 등
영세 주유소 전·폐업 지원 절실

포항시 남구 대도동에 있는 한 주유소가 최근 영업을 중단했다. 20일 방문한 주유소는 방문객의 출입을 막기 위해 ‘안전제일’ 테이프가 곳곳에 붙여져 있었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주유소 업계를 덮친 불황의 늪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 최근 코로나19의 여파로 저유가와 수요 감소 등으로 인해 경영난을 호소하며 영업 중단을 선언하는 주유소가 끊이지 않고 있다.

20일 오전 포항시 남구 대도동에 있는 한 주유소. 해당 주유소는 지난 1일부터 휴업에 들어갔다. 주유소 입구는 ‘안전제일’이라는 내용이 담긴 테이프를 붙여 놓고, 방문객의 출입을 금지했다. 주유기계와 버블세차기, 진공청소기 등 주유소 내에 설치된 모든 시설은 이용 금지 테이프가 붙어 있었다. 해당 주유소는 지난 2006년부터 운영을 해왔지만, 결국 10여 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문을 닫게 됐다.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한 시민은 “손님의 발길이 줄어든 지는 꽤 오래됐고, 경영 악화로 영업을 중지한 것 같다”며 폐업 이유를 귀띔해줬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과 사단법인 한국주유소협회에 따르면 지난 1일 영업을 한 전국의 주유소 수는 모두 1만1천433개이다. 이는 지난달 1일(1만1천471개)과 비교하면 38개가 줄어든 수치다. 단순히 계산하면 하루에 1개 이상의 주유소가 문을 닫은 셈이다.

특히 올해는 정부가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전 국민에게 사회적 거리 두기를 권고했고, 그로 인해 봄철 운전하며 여행을 떠나는 인구가 급감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주유소 업계는 3∼5월 초까지 나들이 여행객 증가로 인한 반짝 대목을 누리지 못했다.

한편, 자체적으로 휴업에 들어간 주유소의 수를 더한다면 폐업을 한 주유소는 더 많을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주유소를 폐업하게 될 경우 사업장의 규모에 따라 다르겠지만, 최소 1억원에서 최대 5억원에 이르는 비용이 든다. 업소는 기계의 철거 비용뿐만 아니라 부지 내 토지오염을 원상 복구하기 위해 환경개선부담금을 지불해야 한다. 따라서 장사가 안돼 문을 닫는 주유소는 폐업보다 휴업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같은 이유로 전국의 국도변에 흉물스럽게 방치된 유령 주유소들이 늘고 있다. 서울 등의 수도권은 기본 땅값이 비싸고, 해당 주유소 부지를 팔면 구매를 원하는 이들이 많아 장시간 영업을 중단한 채 방치된 주유소는 얼마 없다. 반면, 외곽지역이나 신설도로가 생기며 차량 통행이 급감한 구도로 변에 존재하는 주유소들은 기약 없는 휴업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사단법인 한국주유소협회 관계자는 “주유소가 어려운 일은 어제오늘의 상황이 아니었고, 2011년 이후 주유소 휴업·폐업은 지난 몇 년 동안 계속되고 있다”며 “그러나 최저임금 인상과 최근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업계는 지금 더욱더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의 여파로 위기에 놓인 업계의 생존을 위해서 정부가 카드 수수료 인하, 주유소 도로점용 비용 감면 등을 고려해 주길 바란다”며 “특히 공제조합이 하루빨리 만들어져서 영세 주유소의 전·폐업을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해 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시라기자

    이시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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