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김정은이 장기간 언론에서 사라진 일을 놓고 ‘건강·신변이상설’을 제기했던 북한 이탈주민 출신 국회의원 당선자 두 사람이 영혼까지 탈탈 털리는 혹독한 신고식을 치르고 있다. 그러는 사이에 북한군이 아군 GP에 조준사격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고사포 사격을 가해왔는데 우리 군과 청와대는 한사코 ‘우발’이라고 우기고 있다. 특히 국민 안위를 책임진 군의 반응이 ‘정치적 수사(修辭)’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기현상에 어이가 없을 따름이다.

탈북인 출신인 태영호(미래통합당)·지성호(미래한국당) 국회의원 당선자들이 뉴스에서 사라진 김정은을 놓고 중환자가 됐거나 사망했을 것이라고 섣불리 예단한 일은 큰 실수다. 북한에 대한 보다 정확한 정보를 획득하고 있을 것이라는 선입관을 갖게 만드는 두 사람이 국회의원 당선자라는 신분 변화를 의식하지 못하고 ‘정치적 언어’가 아닌 ‘탈북자의 언어’만을 구사한 것이 화근이었다.

김정은이 다시 나타나자 청와대와 민주당 인사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가짜뉴스를 퍼트렸다’, ‘안보상 심각한 위해를 가했다’면서 두 당선자의 국방위나 정보위 활동 불가까지 주장하는 것은 명백한 오버다. 더욱이 북한군이 아군 GP에 고사포 사격을 가해온 사건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하거나, ‘우발적’이라고 단정하여 앞질러 면죄부를 주는듯한 야릇한 행태와 대비되면서 또 한 번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무엇보다도 군 당국의 어물쩍한 태도는 심각한 문제다. 어떻게든 남북대화의 모멘텀을 회복시키려는 청와대나 더불어민주당이 정치적으로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고 애쓰는 것은 일견 양해할 수 있는 대목일 수 있다. 그러나 국민의 안위를 굳건히 지키고 영토를 수호해야 할 엄중한 사명을 지닌 군이 정파에 완전히 예속돼 ‘짖지도 못하는 혀 잘린 개’처럼 구는 것은 심각한 사태다. 제대로 된 비판성명 하나 발표하지 못하고 북한의 도발을 ‘우발적 사고’로 치부하고 넘어가려는 모습은 안타깝다 못해 참담하다. 총을 함부로 쏴놓고도 한마디 변명조차도 하지 않는 적군을 향해 백기부터 흔들어대는 이런 정부와 군을 믿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