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재고 14년 만에 최고수준
철강 가격 동반 하락 가능성
日도 대규모 구조조정 ‘속속’
포스코 올해 1분기 영업이익
작년비 30% 하락 7천억 전망

지난해 사상 초유의 실적부진을 겪었던 국내 철강업계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울상을 짓고 있다. 코로나19가 가장 먼저 시작된 중국에서 철강 생산 및 공급에 차질이 발생하며 재고가 급증했고 이로 인해 전세계 철강 가격이 동반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포스코를 비롯한 국내 철강업체들은 지난해 부진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올해는 고급강 집중 육성과 제품 가격인상 등으로 정면돌파하겠다는 심산이었으나 전세계 철강 최다 생산량을 차지하는 중국의 철강 가격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무리한 가격인상을 시도하기 어려운 형편에 놓이게 됐다.

일본의 경우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글로벌 철강경기 위축과 중국의 저가물량 공세로 일본제철 등이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어 국내 철강업계도 똑같은 수순을 밟지 않도록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기준 중국의 철강 유통재고는 2천374만t으로 2006년 이후 14년 만에 최고수준을 기록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중국 내 건축·기계·자동차·조선·가전 등 철강 수요산업의 조업이 잇따라 중단되며 수요량이 급감한 탓이다. 중국 철강업체들은 재고 증가로 보관 공간이 부족해지자 유통가격을 전보다 4∼7% 가량 낮추고 수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지난 2018년 기준 조강생산량 4천922만t으로 일본 내 최대이자 세계 3위인 종합 철강그룹 일본제철이 지난 2월 역사상 처음 고로 보유 공장을 폐쇄를 선언하며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섰다. 일본제철은 세계 철강 수요 감소 및 공급과잉 등에 대응하고 경영 효율화를 도모하기 위해 히로시마현에 있는 구레제철소 고로 2기를 오는 2021년 9월 목표로 가동 중단할 방침이다. 더불어 와카야마현 공장에 있는 고로 2기 중 1기 가동을 2022년 9월 중단하며, 당초 2020년 말 가동 중단 예정이던 후쿠오카현 기타규슈시 소재 고로 1기 역시 같은해 상반기로 중단 시기를 앞당겼다. 이로써 일본제철은 자사가 보유 중인 15개 고로 중 4기를 폐쇄하게 됐다. 고로 4기가 폐쇄될 시 일본제철 전체 조강 생산능력은 15% 가량 줄어들 전망이다.

이번 대규모 구조조정을 견인한 국가로는 단연 중국이 꼽히고 있다. 저가를 앞세워 생산량을 확대하고 있는 중국과 더불어 생산 인력 부족, 철강재 주 소비처인 자동차 업계 수요 감소 등 어려운 자국 내 시황이 일본제철의 경쟁력 상실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각종 악재가 쏟아지면서 국내 철강업계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국내 최대 철강기업인 포스코는 지난해 4분기 연결기준 매출 16조431억원, 영업이익 5천576억원을 기록하며 9분기 연속으로 이어오던 영업이익 1조원 행진이 멈췄다. 2019년 한 해로 넓혀봐도 연결기준 매출 64조3천668억원, 영업이익 3조8천689억원으로 2018년 대비 매출 0.9%, 영업이익 30.2% 감소했다. 포스코는 지난해 전년 대비 40만t 늘어난 3천599만t의 철강을 판매했다. 미·중 무역분쟁 등 판매여건이 나빠지고 철광석 등 원료값이 올랐는데도 판매량은 늘어났다. 하지만, 판매량이 늘었는데 영업이익률이 떨어진 것은 지난해 급격히 상승한 철광석 가격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1분기 실적전망도 그다지 밝지 않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조선, 자동차 등 수요산업이 잇따라 셧다운 공포에 빠졌고 중국 철강업체들이 제품 가격을 낮추면서 포스코가 고객사와의 협상에서 가격인상을 주장하기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증권업체가 분석한 포스코의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30% 이상 하락한 7천억원 선에 그치고 있다.

국내 철강업계 관계자는 “국내 철강업계들도 선제적인 구조조정과 함께 다양한 대응책 마련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박동혁기자 phil@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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