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 논의 본격화…도입 빨라질 듯
전세계약 무기한, 임대료 5년 동결 등장…전세시장 파장 예상

시가 9억원을 초과하는 고가주택 보유자에 대한 전세대출 금지 정책이 시행된 20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벽면에 전세, 매매 시세를 알리는 간판이 놓여 있다. 12·16 부동산 대책 중 전세대출 대책 세부 내용을 보면 이날부터 시가 9억원을 넘는 고가주택 보유자는 SGI서울보증의 전세대출보증을 받을 수 없게 된다. /연합뉴스

법무부가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 제도 도입을 위한 법률안 검토에 본격 착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관련 제도 도입이 빨라질 전망이다. 정부와 여당은 그간 임차인 보호와 전셋값 안정을 위한 대안으로 두 제도 도입을 공언해왔으나 야당과 시장 전문가들이 단기적으로 전셋값 급등, 임대수요 감소 등의 부작용이 크다고 맞서면서 국회 차원의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나 법무부가 지난달 독일 현지에 조사단을 파견하는 등 법안 심사를 위한 사전 작업에 착수하면서 연내 법안 통과 및 제도 시행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여당, 계약갱신청구권 등 연내 도입 추진

청와대와 당정은 정권이 중반을 넘어서고, 최근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전셋값이급등하면서 전월세 상한제 등의 도입 논의에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신년 기자회견 등의 자리에서 “전세가 오른다거나 하는 의외의 일에 대해서는 예의주시하며 보완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를 염두에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4월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다음달 열리는 국회에서 이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작다.

자유한국당이 여당 시절인 지난 정권에서 제도 도입을 반대한 바 있어 여야 대치 국면 속에 법안이 처리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것이다.

국회 회기가 끝나면 처리되지 못한 계류 법안들도 모두 자동 폐기된다. 결국 총선 이후 21대 국회가 개원하면 정부와 여당이 하나의 통일된 법안을 발의해 법안을 처리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관가의 관측이다.

정부 관계자는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은 정부 국정과제로 하루빨리 제도가 시행돼야 한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며 “법안 통과를 서두를 것”임을 분명히 했다.

정부와 여당은 늦어도 올해 안에 본회의 통과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계약갱신청구권 시행 유력…전월세 상한제와 패키지 도입 가능성도

현재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의 골자는 현 중소벤처기업부장관인 박영선 의원이 발의했던 ‘2년+2년’ 안이다.

살고 있는 임차인이 원할 경우 2년 단위의 전세 계약 갱신을 1회에 한해 허용해최대 4년까지 거주할 수 있도록 하고, 집주인이 재계약시 전세금을 5% 초과해 인상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김상희 의원이 발의한 ‘3년+3년’ 안도 있다. 현행 2년 단위의 주택 임대차 계약기간을 아예 3년으로 늘리고, 1회의 계약갱신권한을 부여해 총 6년간 거주하도록 하는 것이다.

윤영일 의원은 임차인의 계약갱신 요구 권한을 2회 허용해 최장 6년간 거주가 보장되도록 하고, 역시 재계약 시 전세금은 5% 초과해서 인상할 수 없도록 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또한 광역자치단체에 공정임대료 산정위원회를 설치해 지역별로 적정한 공정임대료를 산정, 공표하도록 했다.

앞으로 법안이 논의되면 추가로 계약기간을 2년 더 허용할지, 아니면 현재 2년 단위의 전세 계약 기간 자체를 3년으로 연장할지 여부 등에 대한 본격적인 검토가 이뤄진 전망이다.

4년 전 이 제도 도입에 반대했던 국토부는 “세입자 보호를 위해 필요한 정책”이라며 현재 찬성입장으로 방향을 튼 상태다. 최소 부처간 이견으로 도입이 무산될 가능성은 없는 셈이다.

다만 정부 내부적으로는 시장에 파급효과가 큰 전월세 상한제 도입에 앞서 계약갱신청구권을 우선 시행하는 방안을 우선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계약갱신청구권은 세입자들의 전세 거주기간만 늘려주는 것이어서 상한제보다는 상승 압력이 덜하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여당 일부에서는 계약 기간을 늘린다고 해서 전셋값 인상이 제한되는 것은 아닌 만큼 전월세 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을 패키지로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작지 않아 두 제도가 동시에 시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더불어 전월세를 놓는 임대인이 계약내용을 무조건 관할 지자체 등에 신고하도록 하는 ‘전월세 신고제’도 함께 도입될 가능성이 크다.

◇“임차인 보호 위해 필요” vs “전셋값 더 오른다” 찬반양론 거셀 듯

시민단체는 임차인 보호와 주거 안정성을 위해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이 반드시 도입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참여연대 등 104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연대’는 지난 6일에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 상한제 및 신고제 △임대보증금 보호 강화 △적정 임대료 가이드라인 제시 등을 핵심으로 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을 21대 국회 1호 법안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 부동산 시장 전문가들은 두 제도가 과도한 재산권 침해이면서 단기적으로 전셋값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우려한다.

과거 1989년 주택차보호법 개정으로 주택 임대차 계약 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렸을 때도 그해 전셋값이 17.5% 뛰었고, 이듬해인 1990년에는 4개월 동안 전셋값이 20.2%나 폭등한 바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두 제도가 단기적으로 세입자의 거주 안정성은 보호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민간에서 나오는 임대물량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며 “분양가 상한제 시행 등으로 공급감소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전세 물량 감소로 이어질 경우 전셋값 안정에 도움이 될지 냉정히 판단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