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에 최저임금 인상 ‘겹고통’
100곳 넘던 포항 착한가격업소
표찰 반납 매년 이어져 67개뿐
상인·소비자 상생 선순환 대신
한끼 외식 1만원 예사 부담으로

양질의 서비스에 가격 경쟁력까지 갖춘 우리 동네 착한가격 업소가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에 최저임금까지 오르면서 외식업종을 중심으로 ‘착한가격’ 표찰을 반납하는 가게들이 늘어난 탓이다.

착한 가격업소는 정부가 물가 안정을 목표로 지난 2011년부터 각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지역마다 가격이 저렴하고 청결 관리와 서비스가 뛰어난 외식업, 이·미용, 세탁, 목욕 등 업종별로 지정해왔다. 쉽게 말해 지역을 대표하는 ‘모범가게’다. 선정된 업체에는 착한가격 업소 인증 표찰과 스티커를 부여한다. 올해부터는 각 지자체가 착한가격 업소 지정을 도맡아 관리하고 있다.

19일 포항시에 따르면 2019년 현재 기준 포항 남·북구 내 착한가격 업소는 총 67개로 지난 2012년(109개)보다 42개 줄었다. 매년 7개 업소가 표찰을 반납한 셈이다.

업종별로 보면 외식업소의 비중이 크게 감소했다. 2012년 지정된 우수 외식업소는 50개로 전체의 절반 가량을 차지했지만, 올해는 21개뿐이다. 이마저도 국수나 만두 등 분식을 취급하는 식당이 대부분이다.

착한가격 업소 표찰을 반납한 업주들은 저마다 사정을 호소한다. 물가는 계속 오르는데 ‘착한’ 가격을 유지하기가 어렵다고 말한다. 매월 상수도 요금 감면(사용량 30t까지 무료), 쓰레기종량제 봉투 및 이·미용 물품 지원 등 착한가격 업소에 제공되는 각종 혜택보다 현실적인 부담이 더 크다는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까지 겹치면서 문을 닫는 가게들도 속출하고 있다.

과거 착한가격 업소였던 A찌개집 사장은 “식재료비에다 인건비, 임대료까지 어느 것 하나 안 오른 게 없다”며 “장사가 안 돼 문 닫는 식당은 하루가 멀다 하고 자꾸 늘어 가는데 어떻게든 버티려면 가격인상이 불가피했다”고 털어놨다. 김치찌개 등 모든 메뉴를 6천원에 판매하며 직장인 단골 손님들로 북적이던 이곳은 지난해 착한업소 인증을 포기하고 가격을 2천원 올렸다.

애초 지역 상인과 소비자가 상생하고, 서민경제를 활성화할 것이란 기대를 모았던 착한 가게들이 이처럼 하나둘씩 사라지면서 지역 물가도 요동치고 있다.. 포항 중앙상가 등 주요 상권 내 식당들의 음식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냉면 한 그릇에 1만원이 넘고, 삼계탕 1인분도 2만원에 육박한다. 시민들의 주머니 사정도 덩달아 가벼워지고 있다.

실제로 한국소비자원 조사 결과 지난 5월 기준 경북의 대표적인 외식 메뉴 7개 품목 모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평균 가격이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비빔밥이 지난해보다 11.7% 올랐고, 김밥(7.7%), 자장면(6.7%), 삼계탕(5.1%) 순으로 가격 상승폭이 컸다.

직장인 이모(42·포항시 북구 장성동)씨는 “점심시간에 한 끼 해결하는데 1만원을 훌쩍 넘기는 일이 예사라 주로 면 요리나 분식으로 때운다”며 “가성비 좋다고 소문난 식당은 회사와 거리가 멀어 제한된 시간 안에 다녀오기도 어렵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회사 근처에 5천∼6천원대 저렴한 밥집이 많았는데 요즘엔 점심시간마다 한 끼 해결하는 게 스트레스”라고 말했다. 

이에 포항시는 지역 내 신규 착한가격 업소 발굴에 나서기로 했다. 저렴한 밥집 등 외식업을 중심으로 현장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포항시 일자리경제국 관계자는 “이달 말까지 우리 지역 착한가격 업소를 전반적으로 점검해 재정비할 계획”이라며 “평가기준에서 가격반영 비율을 낮추고 위생 관리 비중을 높여 지역 상인들의 참여 문턱을 낮추려고 한다. 지역 물가 안정을 위해 우수업소를 확대 발굴하고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김민정기자 mjkim@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