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들끓는다’
촘스키·데이비드 바사미언 지음·창비 펴냄
인문·1만6천원

미국의 저명한 언어학자이자 현인으로 인정받는 노암 촘스키는 쉼 없이 체제와 구조의 혁명적 변화를 구상하며, 연대와 조직화 만이 희망이라고 역설하는 세계적인 지성이다.

신간 ‘세계는 들끓는다’(창비)는 올해 91세인 그를 30여 년 간 인터뷰해 온 독립언론인 데이비드 바사미언(74)과 2013년 6월부터 2017년 6월까지 4년 동안 진행한 12번의 인터뷰를 엮은 대담집이다.

12번의 인터뷰는 세계 도처의 현안들을 전방위적으로 진단한다. 점증하는 환경위기와 핵전쟁의 위협, 중동 지역을 넘어 아프리카·동남아까지 달구고 있는 이슬람 무장세력을 다룬다. 또한 시민적 자유를 위협하는 국가의 감시와 통제, 민주주의의 후퇴와 복지국가 해체, 인공지능 군비경쟁에 이르기까지 전 지구적인 이슈들을 망라한다.

이 복잡다단한 문제들을 분석하는 촘스키의 언어는 쉽고 정확하며, 시야는 크고 넓다. 일관된 세계관을 통한 그의 통찰은 명쾌하며, 모든 사안에 한결같이 비타협적으로 접근하는 자세는 글의 설득력을 높인다.

촘스키는 오늘날을 미국의 우익세력이 정치적 이익을 취할 목적으로 자국민을 위협하는 ‘공포마케팅’의 시대라고 진단한다. 공포마케팅의 대표격이라 할 수 있는 테러에 대한 공포는 직접적으로 중동의 이슬람세력과 연결된다. 촘스키는 ISIS를 낳은 것은 미국이며, 지하드의 테러를 아프가니스탄의 좁은 부족 범위에서 서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에 이르기까지 사실상 전세계로 확산시킨 것은 미국의 폭력적인 대외정책이라고 말한다.

촘스키는 가장 직접적이고 첨예한 분쟁의 현장인 팔레스타인<2013>이스라엘부터 시리아 지역의 참화, 최근 터키 에르도안 정권의 대대적인 쿠르드족 탄압 등에 이르기까지 중동지역 분쟁의 어제와 오늘을 간단명료하게 설명한다. 이 분쟁의 역사는 곧 미국 개입의 역사이기도 하다. 이것은 부시나 오바마, 트럼프 어느 한 정부나 정당의 입장이 아니다. 테러라는 가면 뒤에 숨어 미국을 움직인 것은 오로지 ‘석유’, 그 이권이었음을 촘스키는 분명히 지적한다.

그럼에도 촘스키는 폭력의 악순환을 멈추고 미국의 대외정책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가능성은 있다고 전망한다. 테러로부터의 방어를 목 놓아 외치는 그 정부야말로 테러의 위협을 극대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안보국가에 반대하는 여론을 형성한다면, 미국의 파행적인 대외정책을 멈출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진정한 위기는 기후변화에 따른 환경위기다. 촘스키가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 대로, 해수면 상승과 국토 침수에 따라 발생할 수천만의 방글라데시 기후난민, 공동 상수원인 히말라야 빙산 붕괴로 발발할 인도<2013>파키스탄 분쟁, 그로 인한 핵전쟁과 전세계적 기아의 가능성은 기후변화가 한 나라나 어느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라 그야말로 인류 전체의 생존이 걸린 문제임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이에 가장 큰 책임을 진 나라 중 하나인 미국의 행태는 어떤가? 에너지회사와 다국적기업은 온갖 대중매체를 동원해 ‘기후변화란 없다, 있다 해도 사람 탓이 아니라 태양의 흑점 등등 때문이다’라는 궤변으로 사람들을 “완전한 비이성과 자기파괴로” 몰아가고 있다.(61~62면) 미국은 이들 기업의 이익을 앞세우기에 급급하다. 트럼프 정부는 더 많은 화석연료, 더 많은 석탄발전소를 요구하며, 환경 규제를 철폐하고,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개발도상국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려 한다. 그야말로 다함께 “벼랑으로 질주하자”(221면)라고 말하는 중이다.

이에 맞서 최전선에 서 있는 것은 직접적으로 생존을 위협받는 토착집단들이다. 촘스키는 오로지 이윤만을 추구하는 약탈적 자본을 강도 높게 비판하며 자본주의<2013>제국주의에 의해 무자비하게 수탈당한 현장의 참상과 함께 브라질과 베네수엘라의 야노아뫼족, 캐나다의 퍼스트 네이션즈, 콜롬비아의 깜뻬시노, 호주와 인도의 부족공동체 등이 약탈에 맞서 기울이는 노력 등을 소개한다.

세계를 해석하는 촘스키의 일관성과 통찰력은 평생 굽힘 없이 고수해온 진보적 세계관에서 비롯한다. 그 세계관을 통해 그는 세계 곳곳에서 지금 벌어지는 문제를 보다 큰 시야에서 꿰뚫어 조망한다. 그에게 진짜 변화는 그것을 만들려는 사람들로부터, 그들의 연대와 상호지원으로부터 시작된다. 책의 곳곳에서 그는 진짜로 변화를 만들어보려는 사람들의 집단적 참여, 연대와 공동체, 조직화의 중요성을 거듭 말한다. 이는 그에게만 진리가 아니며 과거에만 그랬던 것도 아니다. 우리 모두에게, 앞으로 일굴 진짜 변화는 그것을 만들려는 사람들과 그 사람들 간의 연대로부터 시작될 것이다.

/윤희정기자

    윤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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