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은 오월인데’ 그리운 ‘인연’은
‘창밖은 오월인데’ 그리운 ‘인연’은
  • 윤희정기자
  • 등록일 2018.05.24 21:07
  • 게재일 2018.05.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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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은 오월인데’

피천득 지음·민음사 펴냄
인문·각 권 1만5천원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수필가 피천득의 수필집‘인연’과 작가의 유일한 창작 시집 ‘창밖은 오월인데’개정판이 최근 민음사에서 출간됐다.

‘인연’은 한국 수필 문학의 수준을 한 단계 도약시킨 명산문으로, 오랜 시간 서정적·명상적 수필의 대명사 자리를 지키고 있다. 고전 작품이 희박한 한국 수필 분야에서 ‘인연’은 1996년 초판 출간 이후 꾸준히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대표적인 베스트셀러이자 독보적인 스테디셀러다.

민음사가 5월(29일)에 태어나 5월(25일)에 작고한, 피천득의 생일과 기일을 맞아 새로운 모습으로 단장, 펴낸 수필집과 시집은 기존 독자들에게는 피천득 문학의 미감을 다시 한번 음미할 수 있는 기회가, 아직 피천득을 읽지 않은 독자들에게는 ‘피천득이라는 기분 좋은 산책길’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인연’은 피천득 특유의 천진함과 소박한 생각, 단정하고 깨끗한 미문(美文)으로 완성된 담백하고 욕심 없는 세계다. 이번 개정판에는 기존에 수록된 원고 외에 ‘기다리는 편지’,‘여름밤의 나그네’ 두 편을 추가했다. ‘기다리는 편지’는 중국 상하이 유학 시절 편지를 기다리는 간절한 마음을 담은 글이다.‘여름밤의 나그네’는 한여름 밤 길 위에 선 나그네의 풍경을 한 편 서사시처럼 그렸다.

그 외에도 자신이 가장 많이 읽은 책으로 ‘인연’을 꼽는다는 박준 시인의 발문과 고(故) 박완서 작가가 생전에 피천득과 나눈 우정을 쓴 추모글, 피천득 작가의 아들 피수영 박사의 추모 글을 수록해 다양한 관점에서 피천득 작가를 바라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시집 ‘창밖은 오월인데’는 종전에 ‘생명’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피천득 유일한 시집을 제목을 바꾸고 새롭게 편집해 펴낸 것이다. 피천득 문학의 핵심 사상이라 할 수 있는 ‘생명’이 가장 잘 드러난 이미지가 5월이고, 그와 같은 오월의 청신함이 잘 드러난 작품이 바로 ‘창밖은 오월인데’라는 시이기 때문이다. 극도로 절제된 언어와 여운이 가득한 시상이 이루는 조화가 편편마다 절묘하다.

“창밖은 오월인데

너는 미적분을 풀고 있다

그림을 그리기에도 아까운 순간

라일락 향기 짙어 가는데

너는 아직 모르나 보다

잎사귀 모양이 심장인 것을”<2014>‘창밖은 오월인데’에서



 

이번 개정판의 11장은 추가된 시편들로 구성됐다. 참여시 성격이 강한 ‘불을 질러라’, 초창기 동물을 모티프로 쓴‘양’ 등 모두 7편을 수록해 피천득 시를 보다 총체적으로 다채롭게 조망했다.

“마른 잔디에 불을 질러라!/시든 풀잎을 살라버려라!/죽은 풀에 불이 붙으면/히노란 언덕이 발갛게 탄다/봄 와서 옛터에 속잎이 나면/불탄 벌판이 파랗게 된다//마른 잔디에 불을 질러라!/시든 풀잎을 살라 버려라!” -‘불을 질러라’ 전문)

출판사 측은 “대체로 길이가 짧고 위트 있으면서도 심오한 세계관을 담고 있는 시집 ‘창밖은 오월인데’는 언어의 절약과 정서적 여유가 공존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는 점에서 놀라운 시집이다. 단순하고 착한 심성이 섬세한 느낌과 합쳐지며 추상적이고 아름다운 세계로 나아가는 형식은 일본 하이쿠와 영미 시 소네트 형식이 결합된 독창성을 만들어 내며 1세대 영문학자이자 20세기를 온몸으로 겪어 낸 지식인으로서의 언어 감각을 충분히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윤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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