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메이카 男 400m 계주 37초04로 우승… 볼트 200m 이어 2관왕
女 400m 계주 4년만에 정상 탈환 미국 금메달 12개 종합우승

명불허전. 명성은 헛되이 전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대회 마지막날 마지막경기에서 극적으로 세계신기록이 나왔다. 그동안 목말라 하던 기록가뭄에 말 그대로 단비였다. 4일 밤에 열린 남 400m계주에서 볼트를 앞세운 자메이카는 37초04의 세계신기록을 세우면서 조국에 금메달을 보탰다.

이날의 히어로도 단연 볼트였다. 6번 레인의 마지막 주자로 나온 볼트는 200m 금메달로 여유가 생긴 듯, 연신 몸을 흔들며 쇼맨십을 과시했다. 전광판에 경기 전 시작되는 `쉿`하는 소리가 나올 때는 자신이 먼저 인지손가락을 입에 대며 관중에게 조용히해 줄 것을 주문하는 등 예선보다 한결 여유있어 보였다.

경기가 시작돼 3번 주자 블레이크로부터 바통을 넘겨받은 후에는 폭발적인 스퍼트로 2위와의 격차를 벌리며, 여유만만하게 결승선을 끊었다.

이후 볼트는 웃옷을 반쯤 올렸다 내렸다를 반복하며 관중석으로 다가갔다. 마침 흥겨운 디스코 음악이 나오자 거기에 맞춰 연신 디스코 동작을 해보이며 팬들과 호흡을 맞춰 우레같은 박수갈채를 받았다. 또 지금까지 보이지 않던 탭댄스 동작을 몇번 반복해 관중들로 하여금 폭소를 자아내게 했다.

당초 자메이카의 강력한 상대로 여겨졌던 미국은 3번 주자 패튼이 바통을 넘겨주는 순간 넘어지면서 완주도 못해보는 불운을 겪었다. 당연히 바통이 손에 들어올 것을 예상하고 레이스를 시작하던 딕스는 뒤를 돌아보는 순간 경악했다. 패튼이 트랙에서 넘어져 있었던 것.

미국의 거듭된 `바통 악몽`은 이번이 벌써 세 번째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이 그 시작이었다. 당시 미국은 남녀 대표팀 모두 바통을 떨어뜨려 메달을 놓치고 말았다. 남자 400m 계주 예선에서는 3번 주자였던 다비스 패튼이 마지막 주자로 나선 타이슨 게이에게 바통을 넘겨주려던 순간 게이가 놓치면서 레이스를 포기했다. 이어 벌어진 여자 400m 계주 준결승에서는 4번 주자 로린 윌리엄스가 너무 일찍 출발한 나머지 토리 에드워즈가 건넨 바통을 제대로 움켜쥐지 못하고 뒤로 흘리면서 한참 뒤로 처지고 말았다.

이듬해 베를린 세계선수권대회에도 악몽이 이어졌다. 미국은 남자 400m 계주 예선에서 전체 출전팀 중 가장 빠른 37초97의 기록으로 결선에 진출했으나 이튿날 바통 터치 과정에서 규정된 지역을 벗어났다는 판정이 내려져 실격됐다.

3번 주자 숀 크로퍼드가 마지막 주자였던 다비스 패튼에게 바통을 주는 과정에서 바통 터치 구역을 벗어났다는 판정이었다. 특히 다비스 패튼은 세 차례 연속으로 바통 터치 실수의 장본인이 돼 `억세게 운 없는 사나이`로 남고 말았다. 트랙에 넘어진 패튼은 힘없이 엎드린 채 4년째 깨어나지 못한 악몽에 고개를 떨궜다.

망연자실한 미국 계주팀이 트랙에 누워있자, 금메달을 목에 건 자국의 여자 계주팀인 지터, 팰릭스 등이 나와 성조기를 걸어주며 위로했다. “노 프라블럼, 더 선 라이즈 어게인.”

앞서 벌어진 여자 400m계주에서는 비안카 나이트 - 앨리슨 펠릭스 - 마르쉐벳 마이어스 - 카멜리타 지터가 이어달린 미국이 41초56의 시즌 최고기록으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끊었다.

자메이카는 프라이스, 스튜어트, 심슨, 브라운으로 팀을 꾸린 후 마지막 주자 캠벨브라운이 혼신의 힘을 다했으나, 지터를 따라잡지 못해 은메달에 머물렀다. 3위는 42초51을 기록한 우크라이나가 차지했다. 이로써 미국은 4년만에 400m계주 정상을 탈환했으며 100m, 1,600m계주에서 각각 우승한 지터와 펠릭스는 2관왕에 올랐다.

한편 미국은 제13회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 12개, 은메달 8개, 동메달 5개를 획득하며 종합우승을 차지, 2003년 파리 대회 이후 종합 5연패를 달렸다.

/이창훈기자 myway@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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