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은 객원기자의 ‘클래식 노트’
클래식 음악은 유럽 중심의 전통을 기반으로 발전해왔으며, 과거에는 주로 상류층의 전유물이었으나 현대에는 대중과의 접근성이 크게 향상되었다. 오늘날 우리는 일상 속에서 다양한 예술을 쉽게 접할 수 있다.
각 시대마다 클래식 음악의 의미는 달랐다. 고대에 음악은 우주의 질서를 표현하는 수단으로 여겨졌으며, 자연과 수학적 법칙을 반영했다. 중세에는 신을 찬양하는 도구로서 교회 음악이 중심이 되었고, 악보는 신의 뜻을 기록하는 매개체로 간주되었다. 르네상스 시기에는 종교적 의미를 넘어 인간의 감정, 감각, 조화, 미적 균형을 표현하는 예술로 자리잡았다.
바로크 시대에는 오페라, 오라토리오, 협주곡 등의 새로운 장르가 등장하며 극적인 이야기와 감정을 연출하는 역할이 강조되었고, 연주의 목적은 청중에게 감동을 주고 놀라게 하는 것으로 변화했다. 고전 시대에는 교회와 귀족을 위한 음악에서 벗어나 청중을 위한 음악으로 중심이 이동했으며, 낭만 시대에는 자유로운 자기 표현, 철학, 사회 비판, 자연 숭배 등 다양한 주제가 담겼다.
과거 음악 거장들의 작품을 오늘날 연주하는 것은 단순히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기억하는 것을 넘어선 의미가 있다. 이는 클래식 음악의 본질과 현대적 의미를 재고하게 만든다.
해외 유학 중 만난 외국인들은 종종 “왜 대중적인 실용음악이나 새로운 창작 대신 오래된 곡을 반복해서 연주하느냐?”고 묻곤 했다. 이에 대한 답변으로 “문화유산 보존”이라는 이유가 먼저 떠오르지만, 그 이상의 깊은 의미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K-pop의 인기 상승으로 실용음악 전공을 선택하는 청소년들이 급증하면서, 많은 예술학교들이 실용음악과를 신설하고 있다. 반면, 클래식 전공자 모집은 감소하거나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실용음악은 가사를 통해 직접적인 메시지 전달과 자유로운 개성 표현이 가능해 젊은 층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그러나 클래식 연주는 작곡가의 의도와 악보를 충실히 따르고, 정해진 규칙과 연주법을 준수하는 절제가 요구된다. 이러한 차이점은 클래식 음악이 여전히 중요한 이유와 그 가치를 되새기게 한다.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이나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같은 명곡을 연주하는 것은 관객에게 감동과 정서적 카타르시스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자아실현과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현대 사회에서 클래식 음악은 단순한 전통 예술을 넘어 공공성, 다양성, 치유, 교양, 사회 연대 등을 아우르는 동시대 예술로 자리 잡고 있다. 예를 들어, 클래식 음악은 명상, 심리치료, 병원, 요양 시설 등에서 심리적 안정을 돕는 도구로 사용되며, 사회적 웰빙과 힐링의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또한, 클래식 감상과 악기 교육은 집중력, 공감 능력, 감정 인지 능력을 키우는 데 기여한다. 단조 선율은 슬픔을, 불협화음은 긴장감을, 화려한 피날레는 환희를 전달하며, 사람들은 이를 통해 감정 공명을 경험한다. 공연장에서 함께 음악을 감상하며 집단적 공감을 형성하는 것도 클래식 음악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다.
더 나아가 클래식 연주는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인권, 평화, 기후 위기 같은 주제를 다룬 공연들이 증가하고 있으며, 다양한 연주자들이 난민 지원이나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음악회를 개최하고 있다.
이렇듯 클래식 음악 연주는 과거의 유산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현대 사회에 치유와 교양, 공감, 사회적 연대의 가치를 전달하는 살아 있는 예술이다. 이러한 다층적 의미를 실현하기 위해 클래식 음악 활동의 영역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 연주자, 강사, 오케스트라 단원 외에도 병원 음악가, 레지던트 뮤지션(호스피스 및 요양원 상주 예술가), 사회 참여형 예술가, 음악 치료사 등 다양한 역할로 나아가야 한다. 이러한 확장은 클래식 음악이 현재와 미래에도 사회에서 중요한 예술로 자리매김하는 방향을 제시한다.
이러한 다층적 의미를 충분히 실현하고 연주가들이 사회 속에서 더 폭넓게 활동하기 위해서는 클래식 음악 활동의 영역 또한 확장될 필요가 있다. 연주자, 강사, 오케스트라 단원과 같은 전통적 진로에만 머무르지 않고, 병원 음악가, 레지던트 뮤지션(호스피스·요양원 상주 예술가), 사회 참여형 예술가, 음악치료 연주자 등 다양한 역할로 뻗어나가야 한다. 이와 같은 확장은 클래식 음악이 오늘도, 그리고 앞으로도 사회에서 의미 있는 예술임을 보여주는 방향이 될 것이다.